<본 투 비 블루>

쳇 베이커의 음악은 왜 깊어졌나, 에단 호크의 연기는 왜 깊어졌나

by 글쓰는 백구

비포 선라이즈, 비포선셋, 비포 미드나잇 등 비포 시리즈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에단 호크의 매력을 알 것이라고 생각한다. 쳇 베이커의 실제 이야기를 그린 '본 투 비 블루'는 2003년 8월 19일에 발매된 Chet for Lovers 앨범에 수록된 곡의 이름을 그대로 영화 제목으로 사용한 것이다. 그런데 영화를 끝까지 보고 나면 쳇 베이커가 정말 'Born to be blue'가 아닌가라는 생각을 갖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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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wo Seconds...


영화 속에서 주인공은 '잠깐만'이라고 하는 영어 표현인 'asecond'대신에 '2 seconds'라는 말을 한다. 쳇 베이커의 독특한 사고방식을 대사 한 마디로 보여주는 정확한 예라고 할 수 있다.


나는 아일랜드에서 생활할 당시에 외국인 친구에게 물어본 적이 있다.


'너네는 왜 wait a second, wait a minute이라고 말해? 실제로 그거보다 길잖아'


외국인 친구는 조금 당황한 눈치였다. 신선한 질문이었나 보다. 그 친구는 '그냥 원래 우리는 그렇게 말한다'는 궁금증 해소가 되지 않는 대답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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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즈 음악가이자 트럼펫 연주자, 쳇 베이커는 마약 중독으로 전성기가 끝나고 내리막을 걷는다. 교도소를 갔다 와서 마약을 끊으려고 했지만 쉽지 않았다. 자신의 자전적 영화를 제작하는 당시에 만난 여자와 사랑에 빠지는데, 그 여자를 만나는 것을 계기로 마약에서 손을 떼고 다시 예전처럼 음악을 시작하려고 한다.


영화를 보면서 에단 호크의 연기에 푹 빠져있었다. 영화 말미에 그의 눈빛과 표정은 아무 대사 없이도 많은 것을 이야기했고, 도저히 눈을 뗄 수 없게 만들었다. 영화가 끝나고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는 동안 나오는 <I've never been in love before>, <born to be blue>를 들으면서 영화의 여운을 충분하게 느끼고 나왔다.


영화적으로 따져보자면 아주 높은 완성도의 영화라고 하기는 어렵다. 실제 인물에 대한 영화이기 때문에 어려운 점이 많았을 것이다. 영화적 요소로 흑백과 컬러를 오가는 편집이나 적극적인 배경음악 활용이 있었지만, 에단 호크 연기에 많이 의존하고 있다. 그럼에도 이 영화가 좋은 것은 에단 호크가 그 역할을 충실히 해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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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속에 나오는 쳇 베이커는 물론 마약이라는 범죄행위를 했지만, 그 부분을 제외하고 자신의 감정에 언제나 솔직했던 사람이라는 점에서 매력적이었고, 개인적으로 감정표현이 솔직하다는 것은 배우고 싶었다. 감정표현이 솔직하다는 것은 나쁘게 이야기하면 상대방에 대한 배려가 부족한 것이고, 좋게 이야기하면 당당하고 자신감 있다고 할 수 있다.


한 때 나는 감정에 솔직한 사람이 이기적이라고 생각했던 적이 있다. 지금도 지나친 사람은 이기적이라고 생각한다. 반면에 감정을 잘 숨기고 표정의 변화가 적은 사람은 인격적으로 수준이 높다고 여긴 적이 있다. 그런데 지금은 그런 사람들은 조만간 우울증에 걸릴 사람이라고 본다. 자신의 감정의 극과 극을 이해하고 밸런스를 유지할 수 있어야 한다.


나는 진심이었고 솔직했지만, 왜곡해서 받아들이는 사람들이 있었다. 그리고 그 사람들과는 멀어져야 했다. 속상한 마음에 일일이 찾아가 해명할까 했지만, 내 진심을 알아주는 사람이 대다수이고 왜곡하는 사람들은 극소수라는 것을 알았을 때, 해명할 의지는 사라지고 왜곡한 사람이 안타깝고 불쌍하게 여겨질 때가 있다. 동료 혹은 친구일 수 있고, 사랑이라면 더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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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사의 혀로 노래를 불러도 사랑이 없다면
그건 그저 시끄러운 심벌즈 소리에 지나지 않아


영화 속에서 '딕'이 '쳇 베이커'에게 한말이다. 이 영화에서 사랑은 아주 중요하게 다뤄진다. 쳇 베이커를 재기할 수 있도록 한 원동력도 사랑이었고, 새로운 기회를 만들어준 것도 사랑이었다. 위기 때마다 사랑이 도와주었다. 마음 없는 음악은 껍데기에 지나지 않는다.


우리가 사랑할 때의 감정 상태가 인간의 보통 상태래요.
인간의 진정한 모습은 사랑할 때 드러난다고..

사랑할 때, 가장 많이 변하고 자신의 새로운 모습을 발견하게 되는 경우가 있다. 그런데 영화는 그것이 보통의 상태라고 말한다. 당신의 보통 상태는 어떠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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