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바이스, Vice> 2018
나는 정말 운이 좋은 사람이야
여행 첫날 비가 왔다. 혼자 계획하고 혼자 떠나는 여행이라 탓할 사람도 없었다. 비가 쏟아지자 가족들이 걱정 가득한 목소리로 전화를 했다. 이에 아무렇지 않은 말투로 "난 정말 운이 좋은 사람이야. 하필 여행 첫날 비가 오다니"라고 말했다. 가족들은 피식 웃으며 전화를 끊었다. 전 직장에서 말을 함부로 해서 모두가 싫어하는 사람과 단 둘이 밥을 먹게 된 적이 있다. 함께 하지 못한 동료들은 걱정스러운 메시지를 보냈다. 이에 아무렇지 않은 말투로 "오붓하게 욕먹고 올게요. 이런 경험을 언제 또 하겠어요?"라고 말했다. 이러한 반어적 표현에 동료들은 걱정스러운 시선은 내려놓고 그저 웃긴 상황으로 보기 시작했다.
반어법은 우울한 상황에서도 웃음을 유발한다. 같은 상황을 다른 기운으로 바꾸는 힘이 있다. 여행지에서 내리는 비, 불편한 사람과의 식사자리 등의 부정적인 상황을 말 한마디로 낄낄댈 수 있는 분위기로 바꿔버린다. 영화 <바이스>는 반어법을 시나리오 전반에 깔고 있다. 다소 무겁고 지루할 수 있는 이야기를 특유의 톤으로 끌고 간다. 권력에 눈이 먼 정치인들의 역겨운 행동들을 우습게 만들어 관객들을 몰입하게 하고 그들이 켜켜이 쌓은 더러운 부패들로 우리 사회의 민낯을 마주하게 한다.
예일대에서 두 번 낙제한 술주정뱅이 딕 체니(크리스천 베일)는 아내 린 체니(에이미 애덤스)의 성화에 정신을 차린다. 국회 인턴으로 시작한 딕 체니는 11년 만에 최연소 백악관 수석이 된다. 이후 국방부 장관, 민간 군사기업 핼리버튼의 최고경영자(CEO) 자리에 오른다.
어느 날, 역대 가장 한심한 대통령이 될 '아들 부시' 조지 W 부시(샘 록웰)는 딕 체니에게 부통령 자리를 제안한다. 딕 체니는 이에 "판을 좀 다르게 짠다면.."이라며 국방을 비롯한 행정권 상당수를 달라고 역제안을 한다.
권력의 속성을 꿰뚫는 사람
우리는 X나 최선을 다했다
(But we did our fxxking best)
해산물 스튜는 절대 주문하지 말라
너무 진보적이잖아
인류에게 가장 효과적인 무기는
바로 웃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