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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 백구 May 01. 2019

아이언맨이 그를 보자마자 화낸 이유

2019 <어벤져스 : 엔드게임> 해설집-1

스포일러 주의


감격스럽다. MCU 11년을 마무리하는 느낌. 2008년 <아이언맨>부터 2018년 <어벤져스:인피니티 워>(이하 ‘인피니티 워’)까지 모두 보고 <어벤져스:엔드게임>(이하 ‘엔드게임’)을 봤기에 더욱 그럴 것이다. <엔드게임>은 개별 영화로 평가하면 허점투성이다. 하지만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MCU)의 세계관에서 앞선 이야기들의 마지막 에피소드라고 볼 때 이보다 더 좋은 마무리는 생각하기 어렵다.
그동안 리뷰와 달리 세 편으로 나눠 '해설집 1,2'와 ‘평가’를 하고자 한다. 워낙 오랜 시간 동안 축적된 이야기를 정리하는 영화였기에 해설만으로도 정보가 넘쳐나 이러한 결정을 했다. 이번 ‘해설집’ 편에서는 영화의 장면들이 앞선 MCU 영화들과 어떻게 연결되고 있는지 짚어봤다.
<엔드게임>은 굳이 나누자면 3편의 에피소드로 구분할 수 있다. 첫 에피소드는 인류를 포함한 우주의 생명체들 절반이 사라진 후 트라우마에 시달리는 인물들과 양자 영역에서 돌아온 앤트맨 덕분에 ‘시간 강탈’이라는 아이디어가 나오는 이야기다. 두 번째 에피소드는 어벤져스 멤버들이 과거로 돌아가 6개의 인피티니 스톤을 모아 오는 이야기다. 과거로 돌아간 히어로들은 자신의 과거를 마주하게 된다. 마지막은 인피니티 스톤으로 모두를 되살리고 과거에서 뒤쫓아온 타노스 군단과 대전투를 벌이는 장면이다. 각 에피소드는 약 1시간씩으로 시간 배분이 거의 균등하다.


호크아이/사진=영화 <어벤져스 : 엔드게임>
호크아이가 <인피티니 워>에는
없다가 나타난 이유


영화는 호크아이가 가족들과 함께 화목한 시간을 보내고 있는 것으로 시작된다. <인피니티 워>에서 보이지 않던 호크아이가 첫 장면에 나와서 의아해하는 관객들도 있었을 것이다. 호크아이가 ‘인피니티 워’에 참전하지 않았던 이유를 설명하기 위해서는 <캡틴 아메리카:시빌 워>(이하 ‘시빌 워’)로 돌아가야 한다.


<시빌 워>는 슈퍼히어로 활동에 대한 견해 차이로 발생한 ‘시빌 워’ 사태를 다룬다. 공인기관에 슈퍼히어로 등록을 하고 해당 기관의 감독 하에 활동해야 한다는 측과 이를 반대하는 측의 충돌이다. 이를 찬성하는 슈퍼히어로의 대표 격은 아이언맨이고 반대는 캡틴 아메리카다.


당시 호크아이는 캡틴 아메리카 측 의견에 동의해 싸우게 된다. 스파이로 국제평화를 위해 평생을 바친 호크아이는 은퇴를 하겠다는 생각을 꾸준히 해왔으나 시빌 워 사태로 잠시 현역에 복귀했었다. 하지만 이를 이유로 가택연금을 당해 슈퍼히어로 활동과는 거리를 두고 가족들과 함께 지내게 된 것이다. 그러던 호크아이는 <인피티니 워> 이후 타노스가 인피니티 스톤으로 가족들을 비롯해 우주 생명체의 절반을 사라지게 하자 복수의 화신이 된다.


첫 장면에 호크아이와 가족들의 모습을 보여준 이유는 영화의 주제와도 관련이 있다. 이후 토르가 타노스의 목을 베는 장면과도 연결된다. 토르가 타노스의 목을 베는 장면에 허탈함을 느낀 관객들도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그 강력했던 빌런 타노스가 허무하게 죽음을 맞이하는 장면은 다분히 의도적이다. 이는 타노스에 대한 복수가 목적이 아닌 소중한 사람을 지키기 위해 슈퍼히어로가 존재한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함이다.

캡틴 아메리카(스티브 로저스), 아이언맨(토니 스타크)/사진=영화 <어벤져스 : 엔드게임>
캡틴 아메리카, 아이언맨/사진=영화 <캡틴 아메리카:시빌 워>
아이언맨이 캡틴을
보자마자 화낸 이유


‘인피니티 워’ 사태 이후 우주에서 네뷸라와 표류하던 토니 스타크(아이언맨)는 캡틴 마블의 도움으로 지구로 돌아온다. 토니는 어벤져스 기지에서 캡틴 아메리카를 만나자마자 분노를 퍼붓는다. 그 상황에서 토니가 화를 낸 이유는 이 영화에서는 설명이 불가능하다. 토니와 캡틴의 다툼은 11년간 이어진 두 사람의 관계를 살펴봐야 한다.


우선 토니는 지구를 지키기 위해 로봇군단, 즉 인공지능이 지구를 보호하는 방어체계를 만들고 싶어 했다. 아이언맨이 히어로 활동을 하는 이유는 모든 전쟁을 끝내고 평화롭게 가족과 지내고 싶기 위해서라고 생각한다. 반면 캡틴은 평화를 위해 개인의 자유를 제한해서는 안되고 문제가 생기면 그때 히어로들이 나서서 해결하면 된다고 믿는다.


토니의 이러한 생각 때문에 문제가 발생한 적이 있다. <어벤져스:에이지 오브 울트론>(이하 ‘어벤져스2’)에서 토니는 로봇군단들이 지구를 지키는 꿈을 꾸며 고도화된 인공지능과 수많은 아이언맨 슈트를 개발한다. 하지만 인공지능과 슈트들이 자신의 조종 능력 범위를 벗어나면서 오히려 지구를 위협하는 상황에 봉착한다. 이후 두 사람의 견해 차이가 절정에 달한 사건이 앞서 이야기한 ‘시빌 워’ 사태다.


‘시빌 워’ 이후 감정이 말끔하게 정리되지 않은 토니는 그동안 쌓인 분노를 쏟아낸 것. 토니가 캡틴에게 비꼬듯이 “우린 프리벤져스(prevengers, 예방하는 자들)가 아니라 어벤져스(avengers, 복수자들)잖아, 그렇지?”라는 대사는 캡틴의 생각에 대한 반감을 다시 한번 드러내고 두 사람의 캐릭터를 다시 상기시키는 장치다.

타노스 / 사진=영화 <어벤져스 : 인피니티 워>
과거의 타노스가 어벤져스를
바로 알아볼 수 있는 이유


두 번째 에피소드는 시간 여행이다. 영화에선 ‘시간 강탈’이라고 표현했다. 양자역학이고 뭐고 편하게 ‘시간 여행’이라고 부르자. 영화 속 시간 여행은 허점이 많은 설정이라 할 말이 많지만, 이는 ‘평가’ 편에서 자세히 다루도록 한다.


어벤져스는 팀을 나눠 2012년 뉴욕, 2013년 아스가르드, 2014년 모라그, 보르미르로 향한다. 먼저 2012년 뉴욕은 <어벤져스> 라는 이름으로 첫 전투를 했던 시간과 장소다. 당시 토르의 동생 로키는 창 ‘셉터’를 들고 지구를 정복하러 왔다. 이때 로키를 뒤에서 도운 인물이 타노스였다. 이번 영화에서 과거의 타노스가 네뷸라의 기억 속에서 아이언맨, 캡틴 아메리카 등을 보자마자 "어벤져스"라고 부를 수 있는 이유가 2012년 뉴욕 상황을 로키를 통해 알게 됐기 때문이다.


로키의 창 ‘셉터’에 마인드 스톤이 있다는 사실은 2015년 <어벤져스2>에서 알려진다. 이를 알고 있는 현재의 어벤져스는 2012년 뉴욕에 있던 로키의 창을 가지러 간 것이다. 당시 로키는 우주 군대를 불러오기 위해 스페이스 스톤(테서렉트)을 사용하기도 했는데 어벤져스 멤버들은 이를 모두 회수했었다. 토니가 스톤을 가지고 가려던 중 쉴드의 상부 조직인 세계 안전보장 이사회 사무총장이 나타나 일이 꼬이는데, 이때 로키는 스페이스 스톤을 들고 사라진다. 해당 장면에 대한 설명은 이후에도 전혀 없다. 이는 디즈니에서 드라마 ‘로키’ 스핀오프를 제작 중인데 해당 장면이 드라마의 떡밥이라는 소문이 있다.

/사진=영화 <어벤져스>
캡틴 아메리카(스티브 로저스)/사진=영화 <어벤져스 : 엔드게임>
'버키가 살아있다'니
정신줄 놓은 캡틴 아메리카


2012년 뉴욕에서는 캡틴과 관련된 두 가지 인상적인 장면이 있다. 먼저 엘리베이터 장면이다. 캡틴은 엘리베이터에 타고 있는 쉴드 조직원들이 가진 로키의 창을 가져가야 한다. 캡틴은 여기서 “하일 하이드라”라고 귓속말을 하고 유유히 창을 들고 엘리베이터를 나선다.


해당 장면은 <캡틴 아메리카:윈터 솔저>(이하 ‘윈터솔져’)에 나온 장면을 그대로 가져왔다. 같은 상황, 같은 인물에 카메라 구도마저 같다. 다만 <윈터솔져>에서는 이들을 모두 싸워서 물리친다는 점이 다르다. 홀로 열명 가까이 되는 하이드라 조직원과 싸우는 액션 장면은 명장면 중 하나다. 그런데 <엔드게임>에서 캡틴은 보다 손쉽고 코믹하게 이를 해결한다. 이들이 쉴드 조직에 침투한 하이드라 조직원들인 것을 알고 그들만의 코드인 “헤일 하이드라”라고 말한 것. <윈터솔져>를 봤던 관객들을 상대로 던지는 마블만의 유머라고 할 수 있다. 참고로 원작 코믹스 [캡틴 아메리카:올 뉴 올 디퍼런트]에 등장하는 캡틴 하이드라에 대한 오마주이기도 하다.

윈터 솔져(버키 반즈)/사진=영화 <캡틴 아메리카:윈터 솔져>
캡틴 아메리카(스티브 로저스)/사진=영화 <어벤져스:엔드게임>

두 번째는 캡틴과 캡틴의 대결이다. 현재의 캡틴과 2012년의 캡틴이 만나 싸운다. 갑자기 사라진 로키를 찾는 과거의 캡틴은 그가 로키라고 생각하고 주먹을 날린다. 싸우던 중 과거의 캡틴은 “하루 종일도 할 수 있어(I can do this all day)”라고 말한다. 현재의 캡틴은 “알아, 나도 안다고”라고 답해 웃음을 유발한다. ‘하루 종일 할 수 있어’는 캡틴의 전매특허 대사다. 캡틴의 기본 정신이 담긴 말이기도 하다. <캡틴 아메리카:퍼스트 어벤져>에서 약골이었던 시절 뒷골목에서 깡패에게 맞던 중에도, <시빌 워>에서 아이언맨과 싸울 때도 이 대사를 했다.


이어 과거의 캡틴은 “버키가 살아있어”라고 말에 정신을 놓는다. 현재의 캡틴은 이 틈을 타 셉터를 이용해 그를 잠재운다. 말 한마디에 넋을 놓은 이유는 버키의 존재가 그만큼 캡틴에게 커다란 의미이기 때문이다. 2012년의 캡틴은 약 70년 만에 냉동인간에서 깨어난 상태로 버키를 비롯해 친구, 사랑하는 사람 등 자신의 주변엔 아무도 없다고 느끼고 괴로워하는 상태다. 이를 잘 알고 있는 현재의 캡틴은 버키가 살아있다는 충격적인 이야기를 싸움에 이용한 것이다.


같은 시기에는 예상치 못한 인물이 등장한다. 에인션트 원이다. 2016년 <닥터 스트레인지>에 처음 모습을 보인 에인션트 원이 2012년에 어벤져스와 가까운 곳에서 뉴욕 생텀을 지키고 있었다는 내용은 이번 영화에서 처음 알려졌다. 에인션트 원은 닥터 스트레인지가 4년 후 자신을 찾아오고 최강의 마법사가 될 것임을 미리 알고 있었다는 듯이 “닥터는 지금 20블록 밖에서 수술 중이야”라는 말을 하기도 한다. 짧은 출연에도 에인션트 원은 자신을 찾아온 헐크에게 타임 스톤을 건네고 평행우주와 시간여행에 대해 쉽게 설명하는 중요한 역할을 했다.


 '2019 <어벤져스 : 엔드게임> 해설집 2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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