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글쓰는 백구 May 01. 2019

토르가 망치 때문에 당황한 이유

2019 <어벤져스 : 엔드게임> 해설집-2

스포일러 주의


그동안 리뷰와 달리 세 편으로 나눠 ‘해설집 1,2’와 ‘평가’를 하고자 한다. 워낙 오랜 시간 동안 축적된 이야기를 정리하는 영화였기에 해설만으로도 정보가 넘쳐나기 때문에 나누기로 결정했다. 이번 ‘해설집’ 편에서는 영화의 장면들이 앞선 MCU 영화들과 어떻게 연결되고 있는지 짚어봤다.
<엔드게임>은 굳이 나누자면 3편의 에피소드로 구분할 수 있다. 첫 에피소드는 인류를 포함한 우주의 생명체들 절반이 사라진 후 트라우마에 시달리는 인물들과 양자 영역에서 돌아온 앤트맨 덕분에 ‘시간 강탈’이라는 아이디어가 나오는 이야기다. 두 번째 에피소드는 어벤져스 멤버들이 과거로 돌아가 6개의 인피티니 스톤을 모아 오는 이야기다. 과거로 돌아간 히어로들은 자신의 과거를 마주하게 된다. 마지막은 인피니티 스톤으로 모두를 되살리고 과거에서 뒤쫓아온 타노스 군단과 대전투를 벌이는 장면이다. 각 에피소드는 약 1시간씩으로 시간 배분이 거의 균등하다.



앞선 '2019 <어벤져스 : 엔드게임> 해설집 1편'에 이어
제인 포스터 역의 나탈리 포트만/사진=영화 <토르:천둥의 신>
제인 포스터 역의 나탈리 포트만/사진=영화 <토르:다크 월드>


갑자기 나탈리 포트만이
등장한 이유


2013년 아스가르드로 가보자. 토르와 로켓은 리얼리티 스톤(에테르)을 찾으러 갔다. 당시 상황은 2013년 <토르:다크 월드>(이하 ‘토르 2’)의 이야기와 중첩된다. 토르가 제인과의 사랑을 확인한 뒤 그녀를 아스가르드로 데려왔으며, 리얼리티 스톤이 제인의 몸에 들어간 상황이다. 곧 커다란 전투가 시작되어 어머니가 죽는다는 걸 알고 있는 토르는 어머니를 보자마자 흐르는 눈물을 감추지 못한다. 엄한 아버지 오딘과 다르게 어머니는 지혜와 사랑으로 토르를 키웠고, 그는 어머니를 지키지 못했다는 죄책감에 사로잡혀 살고 있었다. 토르가 어머니에게 계속해서 무언가 말하려고 하는 이유는 전쟁과 어머니의 죽음에 대한 힌트를 주기 위함이다.


2013년 아스가르드 장면에서 하나 덧붙이자면, 제인을 연기한 배우 나탈리 포트만의 등장은 반가우면서 의외다. <토르 2> 이후 MCU를 떠났던 그녀가 최근 극적 화해를 했다는 소문이 도는 이유다. 다음 토르 시리즈에 합류할지 여부는 미지수지만, 마블의 11년을 마무리하는 축제에 동참했다는 것만으로도 팬들에겐 큰 선물이 됐다.


워머신과 네뷸라는 2014년 모라그로 향했다. 파워스톤(오브)을 찾기 위해서다. 두 사람은 파워스톤을 훔치러가는 스타로드가 노래를 따라부르며 춤추는 모습을 발견한다. 이는 2014년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이하 ‘가오갤 1’)의 오프닝과 동일하다.  <가오갤1>에서 스타로드 1973년 발매된 Redbone의 'Come and get your love' 곡에 춤추며 등장하는 이 장면은 평단의 극찬은 물론 팬들이 <가오갤1>에서 사랑하는 장면 중 하나다. ‘가오갤’ 영화 색깔을 그대로 보여주는 장면이면서 당시 영화 분위기를 상기시키기에 최고의 장면이다.

네뷸라, 워머신, 앤트맨/사진=영화 <어벤져스 : 엔드게임>
블랙 위도우, 호크 아이/사진=영화 <어벤져스 : 엔드게임>

같은 해 보르미르로 향한 블랙위도우는 목숨을 바친다. 블랙위도우와 호크아이의 관계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면 의아할 수 있는 장면이다. 블랙위도우는 평생 스파이로 살아온 인물이다. 혹독하게 인간성을 버리는 훈련을 받고 자란 그녀는 수많은 사람에게 상처를 주고 살아왔으며 스스로 업보가 많다고 말한다. 그러다 적으로 만난 호크아이의 설득으로 쉴드에 합류했다. 때문에 현재 어벤져스 동료들에 대한 애착이 크다. 누군가를 만나 결혼하고 안정적으로 사는 삶에 대한 미련이 없고 오로지 동료들을 지켜주는 것이 자신이 앞으로 할 일이라고 믿고 산다. 냉동인간이 되어 70년 만에 깨어난 캡틴 아메리카마저도 딱하다고 느끼는 사람이 블랙위도우다.


블랙위도우는 호크아이 가족의 대모처럼 많은 도움을 주기도 했다. 호크아이가 가족이 있다는 걸 블랙위도우만이 <시빌 워> 이전부터 알고 있을 정도로 유독 가까운 사이다. 호크아이가 자녀의 이름을 블랙위도우 이름인 나타샤에서 따와 이름을 지으려고 했던 적도 있다. 호크아이는 “부다페스트에서부터 멀리까지 왔다”라고 말한다. 두 사람이 부다페스트에 대해 언급하는 장면이 여러 영화에 걸쳐 몇 차례 등장하는데 그곳에서 어떤 일이 있었는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부다페스트에 대한 이야기는 2020년 개봉 예정인 <블랙 위도우> 단독 영화에서 밝혀질 수도 있다.

토니 스타크/사진=영화 <아이언맨>
토니의 1대 인공지능이
자비스인 이유


토니와 캡틴은 1970년 뉴저지로 간다. 2012년 뉴욕에서 로키가 스페이스 스톤을 들고 사라졌기 때문이다. 두 사람이 간 장소는 쉴드의 비밀기지다. 해당 장소는 <윈터솔져>에서 캡틴이 찾아갔지만 하이드라의 졸라 박사가 점령한 본부가 되어버린 모습으로 나온다. 토니의 아버지인 하워드 스타크가 졸라 박사를 찾는 모습은 70년대에 졸라 박사가 쉴드에서 일하고 있었다는 것을 알려준다. 쉴드 조직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수많은 과학자들을 데려와 군기술을 연구를 하도록 한다. 하워드 스타크가 졸라 박사를 찾는 장면은 이 과정을 통해 쉴드가 하이드라에게 점령당했다는 것을 암시한다. 이곳에서는 앤트맨 슈트를 만든 행크 핌 박사도 등장한다. 하워드 스타크와 대립하는 인물이지만 당시에는 쉴드를 위해 함께 일하고 있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그곳에서 캡틴과 토니는 과거의 상처와 후회를 치유 받는다. 토니는 아버지로부터, 캡틴은 패기 카터로부터. 토니는 자신과 비슷한 연배의 아버지를 만난다. 상처가 많은 그는 아버지가 자신을 인정해주지 않고 혼내고 가르치고 잔소리만 했으며, 사랑받고 있다는 느낌을 받지 못했다. 자신의 비뚤어진 마음이 모두 아버지 탓이라 생각한다. 그러던 어느 날, 아버지와 의견 충돌로 크게 싸웠는데 그날 아버지와 어머니가 사망한다. 토니는 아버지에 대한 미움과 죄책감까지 더해진 상태다.


1970년 뉴저지에서 자신을 낳기 전 아버지를 만난 토니는 아버지가 자신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직접 육성으로 듣게 된다. 또한 “나는 아버지한테 허리띠로 교육받았어"라는 말에 아버지가 자신보다 더 사랑받지 못하고 자랐다는 것을 알게 된다. ‘허리띠로 교육받았다’라는 말은 체벌을 받았다는 의미다. 토니의 마지막 포옹은 아버지에 대한 원망을 접고 상처를 치유했다는 상징적 행동이라고 볼 수 있다.


여기서 하워드 스타크가 자신의 비서를 ‘자비스’라고 부르는 장면이 나온다. 이는 토니의 1대 인공지능 이름이 ‘자비스’였던 이유라고 할 수 있다.

페기 카터, 스티브 로저스/사진=영화 <캡틴 아메리카:퍼스트 어벤져>
캡틴 아메리카가 엔딩에서
춤을 추는 이유


캡틴은 그리워하던 카터 요원을 발견한다. 1940년대 처음 만난 패기 카터는 캡틴이 당시 전쟁에 나가기 직전 입을 맞춘 여인이다. 캡틴은 카터와 첫 만남에서 자신은 허약하고 키도 작고 인기가 없어서 여자한테 춤추자는 말도 못 해봤다고 말한다. 이어 남자들이 카터에게 춤을 추자고 하는 장면이 나온다. 카터는 캡틴을 바라보며 자신은 춤을 좋아하지만 전쟁이 끝나면 짝을 찾아서 춤을 함께 추겠다고 한다. 이후 ‘내 짝과 춤을 추겠다’는 두 사람만의 암묵적 약속이 됐다. 냉동인간이 되기 전 마지막 전투에서 캡틴은 카터와 무전을 했다. 전쟁에서 돌아갈 수 없겠다고 느낀 캡틴은 춤추기로 한 것을 연기하자고 하지만 카터는 “무사히 돌아오기나 해요. 춤춰야죠”라고 말한다. 하지만 이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캡틴이 2012년 이후 깨어났을 때 카터는 임종을 앞둔 상태였다. 많은 대화를 나누지 못한 캡틴이 1970년 카터의 책상에 놓여있는 자신의 사진을 보고 감동하는 것은 당연하다.  모두가 죽었다고 생각하던 그때도 카터가 캡틴을 생각하고 있었다는 것을 보여주는 장면이다.


이는 결말과도 이어진다. 캡틴은 인피니티 스톤을 제자리로 돌려놓기 위해 양자 영역으로 들어갔다가 클린트 이스트우드처럼 주름살이 많아진 상태로 돌아온다. 과거로 돌아가 인간 스티브 로저스로 살며 대의가 아닌 개인의 행복을 누리는 것으로 1대 캡틴 아메리카의 삶을 정리한 것이다. 이어지는 장면에서 캡틴이 카터와 함께 춤을 추는 것은 그가 약속을 지켰으며 행복한 삶을 영유했음을 보여준다.


묠니르를 들 뻔하는 캡틴 아메리카와 당황하는 토르/사진=영화 <어벤져스:에이지 오브 울트론>
캡틴 아메리카가
토르의 묠니르를 들 수 있는 이유


마지막 에피소드인 어벤져스와 타노스 군단의 대전투는 압권이다. MCU 캐릭터들의 총집합이며 11년을 정리하는 압도적 시퀀스라고 할 수 있다. 캡틴의 "Avengers Assemble!(어벤져스 어셈블)"이라는 대사는 이날의 결투를 위해 아껴둔 것처럼 보인다. 이 대사는 원작 코믹스에서 캡틴이 적과 싸우러 나갈 때 자주 쓰는 구호다. <퍼스트 어벤져>부터 단 한 번도 외친 적이 없고, <어벤져스2>에서는 "어벤져스"라고 외친 뒤 "어셈블"이라고 이어 말할 것으로 기대됐으나 장면이 넘어갔다. 캡틴은 MCU 11년 중 가장 대규모 전투에서야 비로소 이 대사를 외치게 됐다.


전투 중 캡틴 토르의 망치 '묠니르'든다. 이에 당황하는 관객이 다수 있었다. “쟤가 저걸 어떻게 들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묠니르는 ‘자격이 있는 자’에게 허락된 무기다. 토르 아버지인 오딘은 <토르 1>에서 “자격이 있는 자는 토르의 힘을 쓸 수 있다”라고 명시했다. 그 자격은 ‘합당하고 고결한’ 사람에게만 주어진다. 이리하여 묠니르의 인정을 받은 캡틴은 토로의 힘까지 쓸 수 있게 된 것. <어벤져스 2>에서 묠니르를 살짝 들뻔하여 토르가 당황하는 장면이 있다. 당시 제작진은 “캡틴은 망설여서 못 들었을까요. 정말 자격이 없었을까요”라고 의미심장한 발언을 하기도 했다. 토르는 묠니르를 든 캡틴을 보고 “그럴 줄 알았어!(I knew it)”이라고 하는 장면은 당시의 떡밥을 이제야 회수했음을 보여준다.

/사진=영화 <어벤져스 : 엔드게임>
I am Iron Man


캡틴 아메리카의 시리즈가 춤으로 시작해 춤으로 마무리됐다면, 아이언맨은 이 대사다. 타노스는 자신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필연적 존재”라는 대사를 반복한다. 이에 대항하듯 대전투 끝에 인피니티 스톤을 모두 장착한 토니는 핑거스냅을 하기 직전 이 대사를 말한다. 중요한 순간에 MCU 사상 가장 강력한 빌런인 타노스와 대비가 되면서도 MCU 11년을 마무리하는 대사로 최적의 대사다.


<아이언맨 1> 엔딩 장면에 나온 “I am Iron Man”. 아이언맨인 토니 스타크의 캐릭터를 가장 잘 설명하는 대사이자 MCU 전체의 방향을 잡아준 대사이기도 하다. MCU의 수장 케빈 파이기에 따르면 이는 애드리브이었다. 아이언맨과 자신은 관계가 없다고 말해야 하는 순간에 토니 역을 맡은 배우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이하 ‘로다주’)가 대본에 없던 말을 한 것. 케빈 파이기는 마지막까지 고민하다 이 대사를 넣기도 했다.


이 대사는 이기적으로 살던 토니가 더 나은 세상을 위해 희생을 감수하는 전환점이다. 토니는 희생을 감수하며 했던 이 대사와 달리 자기 과시와 본인의 공포 혹은 상처를 극복하는데만 관심있는 사람이었다. 이후 시리즈에서 이와 같은 면모가 자주 등장한다. <엔드게임>에서 이 대사가 뭉클한 이유는 히어로의 역할에 대해 재차 질문을 던지며 관객들을 11년 전으로 돌아가도록 만들기 때문이다. 아이언맨 시리즈를 시작으로 <토르>, <가오갤>, <앤트맨>을 통해 우주,  양자 영역 등 세계관을 확장하던 MCU가 다시금 히어로 영화의 본질로 돌아왔음을 알리는 대사다. <인피니티 워> 이후 우주를 돌고 돌아 어벤져스로 합류한 토니가 "I am Iron Man"이라고 말하며 목숨을 바치는 행동을 통해 결국 수호와 희생이 어벤져스의 목표라는 것을 강조한다.

토니 스타크/사진=영화 <아이언맨>

그렇게 아이언맨은 떠났다. 그의 장례식에는 <아이언맨 1>에서 사용했던 아크리액터(생명동력원)이 등장한다. 포츠에게 버리라고 했던 걸 선물로 다시 돌려준 것이다. 이 아크리액터에는 11년 전 문구 그대로인 “토니는 따뜻한 심장을 가진 사람”이라고 적혀있다. 이어 토니의 딸이 먹고 싶은 음식을 묻자 ‘치즈버거’라고 말하는 장면은 그가 희생으로 지켜낸 것이 무엇인지 다시금 깨닫게 해 준다. 이러한 장면들은 토니 스타크와 함께 배우 로다주에 대한 헌사로 보인다. 특히 치즈버거는 로다주의 실제 일화와 연결된다. 로다주가 젊은 시절 마약 중독자였다는 것은 이미 알려진 사실이다. 치즈버거 맛을 잊을 정도로 마약에 찌들었다는 사실에 마약을 끊게 되었다는 일화가 있다. 로다주는 이 버거 브랜드에 대한 감사 표시로 <아이언맨 1>부터 치즈버거를 먹는 장면을 연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쿠키영상이 없다고 해도 마블팬이라면 자리를 떠나면 안된다. 마블이 그냥 영화를 끝낼리가 없다. 엔딩 크레디트가 모두 올라간 후 마블 스튜디오 로고가 나올 때 ‘땅땅’ 소리나 나온다. 이 소리에 대해서는 디즈니가 공식적으로 밝혔다. <아이언맨 1>에서 토니가 첫 번째 아이언맨 슈트를 동굴에서 만들 때 났던 망치소리라고. 그렇게 <엔드게임>은 MCU의 시작과도 같은 그 소리를 영화 마지막이 넣으며 ‘마블 인피니티 사가(Marvel Infinity Saga)’라는 대서사시를 마쳤다.




매거진의 이전글 아이언맨이 그를 보자마자 화낸 이유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