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은 강도짓보다 더 큰 죄
미국 남부, 텍사스를 경험했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지만, 한 나라라도 지역에 따라 분위기가 다르다. 텍사스는 우리나라로 비유하자면 진한 사투리를 쓰는 경상도 같았다. 식당에 들어가니 뭘 먹고 싶은지 묻지 않고, 뭘 안 먹고 싶은지 물어본다. 은행강도가 들어오자 은행업무를 보러 온 사람들은 총을 들고 싸운다. 어린 소녀는 긴급하게 핸드폰으로 경찰이 아니라 아버지에게 연락한다. 영화 <로스트 인 더스트>를 통해 텍사스를 경험했다. (영화의 본래 제목은 Hell or High water 으로 '어떤 일이 있어도' 라는 뜻이다.)
이 영화는 범죄 드라마를 품은 서부극이다. 그러나 이런 장르적 특성 안에 담고자 했던 것은 자본주의에 대한 비판이다. 대출금을 갚지 못해서 살고 있던 집과 땅이 넘어갈 위기에 처한 토비(크리스 파인)는 형 태너(벤 포스터)가 출소하자 함께 은행을 털기로 한다. 형제는 치밀한 계획으로 연이어 범행에 성공한다. 그들의 뒤를 은퇴 직전의 레인저인 마커스(제프 브리지스)와 그의 동료 알베르토(길 버밍엄)가 뒤쫓는다. 오랜 경험을 지닌 마커스는 토비와 태너가 차후에 강도짓을 할 것으로 예상되는 은행 근처에서 잠복한다.
형제는 은행을 털어 갖게 된 돈을 카지노에서 세탁한다. 태너는 카지노에서 포커를 하다가 한 인디언과 다툼이 생긴다. 인디언은 자신을 코만치족라고 말하며 코만치는 '모든 자들의 영원한 적'이라고 말한다. 미국 대륙은 인디언들의 땅이었다. 외부인들이 그들을 밀어내고 미국 대륙을 차지한 것이다. 영화에서 형제는 인디언들과 동일시된다. 태너는 코만치족 인디언에게 이렇게 말한다.
It makes me a Comanche
(그렇다면 나도 코만치족이야)
이 대사는 자본(은행 또는 석유회사)에 의해 밀려나는 형제를 비유적으로 드러낸다. 형제는 강도짓을 하고 계획과 다르게 폭력을 사용하게 된다. 레인저, 주민과 형제는 총격전을 벌이며 싸우지만 이 싸움의 원인은 그들에게 있지 않다. 레인저 알베르토는 오래전에 우리 조상들의 터전을 빼앗았던 놈들이 있었다면서, 은행을 가리키며 이렇게 말한다.
Except it ain’t no army doing it, it’s thosesons of bitches right there
(그 놈들의 후손이 다시금 우리를 착취하고 있어)
영화를 보며 우리나라를 떠올렸다. 주택 재개발로 삶의 터전을 잃은 주민들과 대형 프랜차이즈에게 밀려나 폐업하는 자영업자들이 떠올랐다. 적절한 비유인지는 관점에 따라, 입장에 따라 다를 것으로 보인다.
범죄영화와 서부극의 형태를 취하면서 명확한 메시지를 던지는 영화다. 텍사스 사람들의 성격을 명확하게 보여주며 마치 블랙코미디 같은 즐거움을 준다. 이 영화를 볼지 말지 고민한다면, 봐도 후회하지 않는다고 말해주고 싶다.
이 이야기의 끝은 직접 영화를 보시고 확인하는 것이 좋겠다. 결국 땅을 빼앗긴 자들의 모습은 어떤가. 지금 우리 사회는 어떠한가. 고민할 수 있는 시간을 주는 영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