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망의 대가를 잔혹하게 그린 성인동화

영화 <테일 오브 테일즈> 리뷰(해석, 결말)

by 글쓰는 백구
아기를 낳기 위해 괴물의 심장을 먹은 여왕 ‘퀸’, 왕과의 하룻밤을 위해 위험한 선택을 하는 노파 ‘도라’, 아버지인 왕 때문에 거인과 동굴에서 신혼생활을 하게 된 공주 ‘바이올렛'

<테일 오브 테일즈>는 세 왕국에서 일어나는 세 가지 동화입니다.

아주 느슨하게 연결된 옴니버스 형식의 스토리다. 그런 이유로 스토리가 매끄럽지는 않다. 툭툭 끊기는 스토리 흐름인데, 이상한 것은 결말이 매우 궁금하여 멈출 수가 없다는 것이다. 아마도 이 영화가 동화의 탈을 쓰고 있기 때문에 그러한듯하다. 어릴 적 보았던 마트 트웨인 작가의 동화 <왕자와 거지>에서 신분이 바뀐 왕자와 거지는 어떻게 될지 궁금해서 책을 놓지 못했던 것처럼, 보몽 작가의 동화 <미녀와 야수>에서 둘의 사랑이 어떻게 이루어질지 궁금했던 것처럼..

테일 오브 테일즈는 '잠바티스타 바실레’ 작가의 동화 <펜타메로네>라는 원작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영화다. 영화는 <펜타메로네>에 수록된 50편의 작품 중에서 세 편을 ‘칸 영화제’에서 심사위원 대상을 두 차례 수상한 ‘마테오 가로네’ 감독과 영화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의 제작진이 참여하여 제작했다.


이 책은 ‘신데렐라’의 작가 샤를 페로보다 50년, 그림 형제보다 200년 더 앞서 만들어진 작품이다. 우리에게도 잘 알려진 ‘신데렐라’, ‘헨델과 그레텔’, ‘잠자는 숲 속의 공주’ 등 우리가 아는 대부분의 동화는 <펜타메로네>에서 그 원형을 찾을 수 있다. 우리가 아는 ‘잠자는 숲 속의 공주’는아름다운 공주를 백마 탄 왕자가 나타나 구해주는 이야기다. 그러나 원전에서는 공주는 강간을 당한 뒤 버림받고, 그녀의 사생아는 식인종에게 먹힐 위기를 맞는다. 이처럼 잘 알려진 유럽의 동화들의 다듬어지기 전을 살펴보면, ‘동화’라고 부르기 어려운 내용을 많이 담고 있다.

영화도 마찬가지로, ‘동화’ 이지만 잔혹하다. 그럼에도 제작진은 미술에 큰 공을 들였다. 미장센이 아름다운 장면이 몇몇 구간에 배치되어 있다. 그러나 기존에 알고 있던 동화처럼 다음 장면을 예측하면서 보다가는 충격의 연속일 수 있다.


영화가 다루고 있는 세 가지 이야기는 주로 ‘욕망’에 대한 것이다. 영화 초반 주술사는 이렇게 말한다.


욕망에는 상응하는 대가가 따른다


이 대사는 여왕에게 하는 말이지만, 영화 전체를 관통하는 대사라고 할 수 있다. 영화는 아들을 낳기 위한 욕망, 왕과의 잠자리를 하기 위한 욕망, 왕으로서 권위를 지키기 위한 욕망 등 각기 다른 욕망을 가진 사람들이 있고, 대가가 따라온다는 것을 알면서도 멈추지 못하는 그들이 어떤 결말을 맞이하는지 보여준다.

그들의 욕망은 상식적인 수준을 벗어나 엽기적이다. 어떤 이들에게는 혐오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 지금 현대적인 관점에서 이야기의 수준이‘동화’라고 부르기 민망하지만, 장면의 구성은 동화처럼 아름답다. 숲 속에 쓰러진 ‘도라’를 보여주는 장면에서 이 영화가 색감에 얼마나 신경 썼는지 알 수 있었다.


세상의 균형이 유지되어야 하는 것이죠.


욕망에 대가가 따르는 이유는 세상의 균형을 위해서라고 영화는 말한다.

지금 이 영화를 봐야 할 사람이 대한민국에는 많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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