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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 백구 Dec 26. 2016

현실의 조희팔과 영화 속 조희팔

영화 <마스터 Master> 리뷰

영화 <마스터>는 조희팔 사건을 모티브로 한 작품이다.
다단계 회사인 '원네트워크'의 회장 진현필(이병헌),
반년 간 그를 추적한 지능범죄 수사팀장 김재명(강동원),
그리고 둘 사이를 오가며 이익을 노리는 박장군(김우빈).
목적 달성을 위해 서로를 속고 속인다.

현실에는 조희팔이 있고, 영화에는 진현필(이병헌)이 있다. 조의석 감독은 말했다. 조희팔을 검거하는 통쾌함을 관객들에게 선사하고 싶다고. 그러나 영화에는 조희팔이 없다. 감독은 커다란 착각을 했다. 조 단위의 사기 사건이면 조희팔 사건을 떠올리며 쾌감을 느낄 것이라는 착각. 사기꾼의 이름도 조희팔의 초성만 따서 진현필이라고 지었다. 상쾌하지 않은 이유는 결말의 문제가 아니라 조희팔과 진현필 간의 차이가 크기 때문이다.


감독은 '이재명 성남시장' 같은 사람이 나타나서 문제를 해결해줬으면 하는 바람으로 강동원 역할의 이름을 ‘김재명’으로 했다고 'CGV 라이브톡'에서 밝혔다. 지극히 개인적인 이유라서 동조하기 어렵다. 캐릭터의 이름으로 볼 때, 감독이 ‘영화는 영화일 뿐’이라는 핑계를 대진 못할 것이다.

조희팔의 다단계 사기 사건과 영화 <마스터>를 비교하겠다는 마음가짐으로 영화관을 찾았다. 중요한 대사나 때마다 떠오르는 생각을 기록하기 위해 메모를 하면서 보는데, 영화의 중반 이후에 아무것도 적지 않았다. 초반에 나오는 진현필의 설정 이외에 비교할 만한 부분이 없었기 때문이다.


영화 <마스터>의 진현 필(이병헌)은 그냥 거액을 노린 사기꾼이다. 진현필이 수많은 공직자들에게 뇌물을 건넨 장부가 있다. 그런데 진현필을 수사하는 경찰 김재명(강동원)은 수사 외압을 거의 받지 않는다. 오히려 경찰 간부에게 적극적인 지원을 받는다. 최근 뉴스 혹은 청문회를 본 사람이라면 공감하기 어려울 것이다. 조희팔 사건을 기억하는 사람이라면 더 그렇다. 이병헌은 제작보고회에서 이런 말을 했다.


영화보다 현실이 더 영화 같다


실제로 조희팔은 수많은 경찰, 검찰과의 유착 의혹이 있다. 그는  ‘MB정부는 절대 자신을 잡지 못한다’ 고 큰소리치고 다닐 만큼 자신만만했다. 그리고  여전히 그의 행방은 오리무중이다.


조희팔은 2004년부터 2008년까지 전국 10여 개의 피라미드 업체를 이용해, 투자자들에게 거액의 돈을 가로챘다(경찰 추산 : 피해자 4만 명 피해액 4조, 피해자 모임 추산 : 피해자 7만 명, 피해액 8조). 사기 행각이 드러나자, 검찰이 기소하기 직전 2008년 말 중국으로 밀항했다.

2011년 12월 19일 조희팔이 사망했다는 사실이 2012년 5월 경찰발표를 통해  알려졌다. 그러나 조희팔의 죽었다는 실질적인 증거는 나오지 않았다. 유골의 DNA는 감식 불가 판정을 받았다. 또한, 유일한 증거였던 장례식 동영상은 SBS [그것이 알고 싶다] 팀과 당시 교수였던 표창원 국회의원의 취재로 조작이 가능한 수준의 동영상이라고 판명 났다. 경찰의 사망 발표 이후에도 조희팔을 봤다는 목격담이 계속되면서 의혹은 여전히 남아있다.


영화 <마스터>가 조희팔을 제대로 묘사하고자 했다면, 돈을 둘러싼 내부 암투가 아니라 정경유착에 초점을 맞춰야 했다. 앞서 흥행한 같은 장르의 영화들 영화 <베테랑>, <내부자들> 등과의 비교가 부담스러웠을 수 있다. 부담을 덜어냈지만, 그와 함께 스토리의 짜임새도 덜어냈다. 그래서 나는 영화 중반 이후에 메모를 멈췄다. 범죄영화에게 필수적인 긴장감이 푹 꺼지는 순간이 왔기 때문이다. 떨어진 긴장감을 다시 잡기 위해 진현필과 그를 쫓는 무리들이 필리핀으로 떠나지만, 이미 늦었다. 러닝타임이 불필요하게 긴 것도 한 몫했다. 2시간 23분이라니. 이병헌은 ‘CGV 라이브톡’에서 아쉬웠는지 이런 말을 했다.


필리핀 말고 태국을 갈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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