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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뒷담화
By 글쓰는 백구 . Jan 01. 2017

<바닷마을 다이어리 Our Little Sister>

상처가 아무는 과정

세 자매는 자신을 버린 아버지의 장례식장에서 이복동생 ‘스즈’를 만난다. ‘스즈’를새 가족으로 받아들이고 함께 지내기로 한다. 이들은 진짜 가족이 될 수 있을까.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

다큐멘터리 감독 출신인 그는 1995년 데뷔작 <환상의 빛> 이후 2016년  <태풍이 지나가고>까지 11편의 극영화를 연출했습니다. 국내에 고정팬이 있는 몇 안 되는 일본 영화감독입니다. 감독의 영화는 11편 중 10편이 국내 개봉한 것으로 볼 때, 그의 인기를 어느 정도인지 가늠해볼 수 있습니다.(2015년 기준으로 일본 영화 점유율이 국내에서 1.8%에 불과합니다)
감독이 낸 에세이집 <걷는 듯 천천히>를 보면, 그가 사회를 바라보는 시선을 알 수 있습니다. ‘작가가 세계를 지배하는 것이 아니라 세계의 부자유를 받아들이는 존재가 작가다. 그리고 그 부자유스러운 것을 재밌다고 생각하는 것이 다큐멘터리다.’ ‘올바른 전쟁과 잘못된 전쟁이 있는 게 아니라 전쟁 자체가 나쁘다.’ 이는 그의 영화에 일관되게 통용되는 생각입니다.

그의 영화에 대해서 한 영화평론가는 이런 말을 했습니다.


'어떤 영화가 좋은 영화인가' 물으시면,
저는 이렇게 답합니다.
'대답이 아니라 질문을 하는 영화'

'그런 영화는 어떤 영화인가' 물으시면,
이렇게 답합니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영화'


감독의 최근 영화들에서는 자전적인 요소가 많아졌습니다.

영화 <걸어도 걸어도>를 만들 당시에 그의 어머니가 돌아가셨습니다. 그래서 감독은 영화 속에 배우 ‘키키 키린’이 연기한 어머니 역할에 실제 어머니의 모습을 투영하였습니다. 한 인터뷰에서 감독은 자신의 아들에 대한 이야기도 했는데요. 출근을 할 때, 아들이 이런 말을 했다고 합니다. ‘아버지, 또 놀러 오세요.’ 이 말을 듣고 그는 '과연 나는 아버지로 어떠한가'에 대해 되짚어봤다고 합니다. 이 고민 후에 완성된 영화가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입니다. 영화 <태풍이 지나가고>를 보면, 가장 중요한 가족들의 집이 나오는데, 그 공간을 감독이 실제 9살부터 28살까지 살았던 아파트로 선택했습니다.
영화 <바닷마을 다이어리>는 칸 영화제 주목할만한 시선에 초청되었습니다. 영화의 배경은 '가마쿠라'라는 지역입니다. 만화 <슬램덩크>의 배경이 된 장소로도 유명합니다. 2010년 발간된 요시다 아키미의 만화 <바닷마을 다이어리>가 원작입니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상처를 안고 사는 사람들을 통해 사람과의 관계를 그려냅니다. 2015년 12월 국내 개봉한 영화 <바닷마을 다이어리>도 그 맥락에서 벗어나지 않습니다. 상처받고 남겨진 세 자매에게 준비 없이 맞이한 막내 ‘스즈’는 또 하나의 가족입니다. 겉으로는 일상적인 대화나 행동을 하지만, 그것이 상처 위의 것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연민을 불러일으킵니다.


첫째부터 ‘사치(아야세 하루카)’, ‘요시노(나가사와 마사미)’, ‘치카(카호)’ 그리고 새롭게 한 집에 살게 된 이복동생 ‘스즈(히로세 스즈)’가 있습니다. 네 자매의 한 집 생활을 그린 영화지만, 첫째 ‘사치’와 막내‘스즈’에게 스토리는 집중됩니다.

사치는 고등학생 시절 부모님의 이혼을 겪었습니다. 당시 함께 있던 나머지 두 명의 동생들보다 부모님으로부터 받은 상처가 큽니다. 그녀는 어머니의 문제로 인해 아버지가 바람을 피웠다고 생각합니다. 어머니와 아버지 모두를 원망하게 된 이유지요.


스즈는 아버지와 바람피운 여자 사이에서 태어난 자식입니다. 세 자매와 함께 살게 되지만, 마음이 편치 않습니다. 자신의 존재가 언니들의 아픈 기억을 떠올리게 하는 매개라고 생각하기 때문이죠. 그러나 언니들에게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하지 않습니다. 홀로 고민하다가 같은 학교 친구에게 이렇게 말합니다.


나 여기 있어도 되는 걸까
나의 존재만으로도 상처받는 사람이 있어.


사치는 스즈에게 죄책감을 갖고 있습니다. 유부남과 사귀고 있기 때문이죠. 존재를 자책하는 스즈를 대하면서 사치는 스스로를 부끄럽게 느끼고 있습니다. 영화 끝에는 유부남과의 관계를 정리하고 스즈에게 이렇게 말합니다.


여기가 너의 집이야, 언제까지나


스즈는 비로소 가족이 됩니다. 그들이 가족이 되는 과정에서 중요한 것은 과거와의 화해와 용서였습니다. 과거와의 화해 혹은 용서는 그들이 매년 담그는 ‘매실청’을 통해 표현됩니다. 할머니와 함께 만들던 매실청을 네 자매가 같이 담그는 과정은 그들이 과거를 공유한다는 것을 말합니다. 어머니를 원망하던 사치는 어머니의 마음을 이해하며 매실청을 선물합니다. 언니들에게 폐를 끼칠까 걱정하는 스즈는 영화 마지막 즈음 언니들의 취향에 맞춰서 매실청을 한 컵씩 떠줍니다. 서로 다른 세 명의 언니들을 이해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사치의 아버지에 대한 원망은 막내 스즈를 통해 사그라듭니다. 14년간 보지 못했던 아버지의 마음에 대해 이제야 조금 이해할 수 있는 여지가 생겼습니다. 이는 대사를 통해 드러납니다.


아버지가 진짜 원망스럽지만,
다정한 분이셨나 봐.
저런 동생을 남겨주시고.

가족은 우리에게 가장 상처를 크게 줄 수 있는 사람들이지만, 기쁨 또한 가장 크게 가져다주는 사람들입니다. 말 한마디, 행동 하나가 가족들에게는 커다란 의미가 있지요. 가족과 함께 행복을 느낄 때, 아름다운 것을 아름답다고 느낄 수 있다고 감독은 말합니다. 영화 속 인물들 중 남겨진 이들은 떠난 이를 용서하고, 떠나는 사람은 남겨진 이들에게 이 말을 남깁니다.


아름다운 것을 아름답다고
 느낄 수 있어서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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