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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 백구 Jan 12. 2017

내 인생을 망친 남편을 반품할 계획

영화 <매기스 플랜 Maggie's Plan> 리뷰(결말, 해석)


6개월 이상 지속적으로 나를
사랑해주는 남자를 본 적이 없어.
'매기(그레타 거윅)'는 영원히 사랑받고 싶지만, 불가능한 일이라 치부하고 결혼을 거부한다. 결혼은 싫지만 아이는 낳고 싶다. 인공수정을 계획하던 그녀가 우연한 기회로 유부남인 '존(에단 호크)'과 사랑에 빠졌다.

그러나 존의 사랑이 식어갈수록 자신의 믿음이 맞았다고 생각한다. 틀어진 계획을 바로 세우기 위해 새로운 계획이 필요하다. 그녀는 남편 ‘존’을 전 부인 '조젯(줄리안 무어)'에게 ‘반품’할 계획이다.
사랑에 유효기간이 있는가. 과학적 연구 결과를 보면 18개월에서 36개월이 그 기간이다. 콩깍지라고 하는 것이 대략 2년 안팎이면 벗겨진다는 얘기다. 사랑이란 건 언제나 초콜릿같이 달콤하기만 한 것이 아니라 쓴맛이 함께 느껴지거나 떫은맛도 난다.

영화 <라라랜드>는 꿈을 이루는 것과 사랑을 유지하는 것이 동시에 이루어질 수 없는 길항 관계에 놓여있다고 말한다. 영화 <매기스 플랜>도 같은 맥락에서 보자면, 자신의 목표를 이루는 것과 순수한 사랑을 이루는 것 사이의 딜레마를 말하려는 것은 아닐까.


시나리오에 에단, 줄리안, 그레타의 이름을 적어 놓고 작업했다.

레베카 밀러 감독은 2009년 영화 <피파 리의 특별한 로맨스> 이후 오랜만에 새로운 영화로 돌아왔다. 감독은 친구인 ‘카렌 리날디’ 작가가 쓴 미완의 책 한 권을 읽고 영감을 얻어 각본을 썼다고 밝혔다.


영화 <비포 선라이즈>부터 시작된 일명 ‘비포 시리즈’의 주인공 ‘에단 호크’가 오랜만에 로맨스 영화에 출연했다. 그와 더불어 영화 <프란시스 하>로 국내에서 영화 팬들에게 잘 알려진 ‘그레타 거윅’과 2015년 영화 <스틸 앨리스>로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줄리안 무어’의 열연으로 영화 <매기스 플랜>은 이미 해외에서 극찬을 받고 있다.


감독은 배역에 적합하다고 생각한 배우들의 이름을 미리 적어놓고 각본을 썼다. 각본 작업 단계에서부터 에단 호크, 줄리안 무어, 그레타 거윅에게 러브콜을 보냈다. 3명의 배우들은 감독에게 적극적으로 응답했다. 일명 ‘로맨틱 드림팀’이라 불리며 성공적으로 캐스팅된 배우들에 대해 제작자 '레이첼 호로비츠'는 이렇게 전했다.


캐스팅에 사치를 부렸다.


‘매기(그레타 거윅)’는 아이를 갖고 싶다. '사랑'을 믿지 않기 때문에 결혼은 싫지만, 아이는 키우고 싶다. 그래서 유전자가 괜찮은 동문 ‘가이(트래비스 핌멜)’에게 정자 기증을 받아 인공수정을 계획했다. 숫자에 약한 매기는 학창 시절 수학을 잘하던 가이에게 정자 기증을 부탁한다. 그 정자를 화장실에서 직접 인공수정(?)하려고 하던 날, ‘존(에단 호크)’이 찾아와 하룻밤을 보냈다. 이 장면 이후 딸 ‘릴리(아이다 로하틴)’가 등장하는데, 관객들은 이때 릴리가 누구의 딸인지 의심할지도 모른다.


매기는 현실적으로 살고자 하지만, 감성적이다. 매기가 꿈꾸는 사랑은 이상적이지만, 순수하게 느껴진다. 엄마로서 딸에게 주는 사랑, '모성애'는 매기의 의지대로 이상적으로 꾸려나간다. 그녀가 남편의 전 부인 사이에서 태어난 자식들까지 챙기는 것을 보면 얼마나 자식들에게 충실하려고 노력하는지 알 수 있다. 그러나 남녀 간의 사랑에서는 한쪽의 의지만으로 이상을 실현시킬 수 없다는 것을 체감한다. 영화는 매기를 통해 '남녀 간의 사랑'과 '부모 자식 간의 사랑'의 차이를 보여주기도 한다.



뉴욕을 배경으로 한 영화 <섹스 앤 더시티>, 영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가 떠오른다. 영화를 통해 복잡하고 바쁜 일상과 화려하고 트렌디한 뉴욕의 삶을 엿볼 수 있었다. 그러나 영화 <매기스 플랜>은 화려한 뉴욕의 모습보다는 따뜻한 일상을 있는 그대로 묘사한다.


영화는 뉴욕에서 벌어지는 이야기지만, 불빛이 눈부시고 자동차로 북적거리는 도시가 느껴지지 않는다. 맨해튼의 유니온스퀘어(Union Square)에 위치한 그린 마켓(Green Market), 그리니치 빌리지(Greenwich Village)에 있는 워싱턴 스퀘어 파크(Washington Square Park)에서 촬영하여 일상의 풍경을 그렸다. 이런 점에서 <매기스 플랜>은 뉴욕이 상징하는 것처럼 복잡하고 화려한 영화가 아니라 편안하고 따뜻한 벽난로 같은 영화라고 할 수 있다.


존의 사랑이 식었다. 매기가 꿈꾸던 완벽한 가정이 아니다. 존을 전 부인인 조젯에게 되돌려보내고 싶다.

존과의 갈등으로 인해 머리가 복잡해진 매기는 딸 릴리에게 머릿속이 지저분하다고 말한다. 엄마가 걱정되는 딸은 이렇게 조언해준다.


스펀지로 닦으면 안 돼?


사랑이든 결혼이든 복잡하다. 심지어 이혼도 복잡하다. 감독이 뉴욕을 통해 보여주려는 것은 삭막하게 느껴지는 도시 낭만 같은 식이 있다는 것이다. 영화 속 계절은 겨울이다. 그러나 매기의 집은 따스했다. 밖은 너무 추워서 견디기가 어렵지만, 결혼 전 매기의 집은 정말 따뜻해서 존이 외투를 벗게 할 정도였다. 정현종 시인의 <섬>처럼 사람들 사이의 섬에 가고 싶은 사람들에게 매기는 그곳에 갈 수 있다고 이끌어 준다.


이 영화는 우리의 삶에 복잡한 실타래가 아닌 편안한 여백을 줄 수 있는 영화다. 물론 결혼과 사랑에 대한 가치관에 따라 생각이 많아질 수도 있지만, 머리가 복잡한 사람들에게 3살짜리 딸 '릴리'는 이렇게 말한다.


Just forget about 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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