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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슬 Mar 23. 2018

10. 판단

고아

'배고파...' 일어나 스마트폰으로 시간을 보니 아홉 시가 조금 넘었다. 어제 독일빵집에서 사놓고 먹지 않은 케이크가 생각 나 몸을 일으켜 협탁으로 고개를 돌려보니 수천 마리의 개미들이 추수감사절을 지내고 있었다. 달달한 케이크 맛있게 먹어. 일어난 김에 대충 샤워하고 옷을 주워 입었다. 머리는 말리지 않은 채 오토바이 열쇠를 들고 밖으로 나섰다. 


뭐 먹지. 스마트폰을 다시 꺼내어 보니, 9시 40분 즈음이었다. 1킬로미터 즈음 앞에 할머니가 운영하는 싸고 맛있는 오믈렛 가게가 생각났다. 그곳을 포함해서 아람볼에 들렀던 식당들은 보통 열 시에 문을 열었다. 지금 가면 문이 닫혔을까. 역시 10시에 열까. 고민하다 열쇠를 돌려 오토바이 시동을 켰다.


시속 20킬로미터 남짓 천천히 달리기 시작했다. 젖은 머리가 선선한 바람과 뜨거운 햇빛에 곧 마를 것 같았다. 열었을까, 아직 아닐까를 거듭 생각했다. 만약 안 열었다 생각해서 안 간다면? 오믈렛 가게가 문을 열었는데도 지례짐작으로 '아람볼 레스토랑은 10시에 열 거니까' 하는 생각으로 핸들을 돌린다면? 그리고 멀리서 그 장면을 내가 지켜본다면? 아람볼의 가장 어리석은 청년을 볼 기회일 것이다. 


여행하면서 사람들을 통해 이런 모습을 많이 보았다. 동네를 한 번 둘러보더니 여긴 내 타입이 아니라며 짐을 다시 싸는 친구. 어떤 유적지에 도착해 둘러보다가 어디보다 별로라며 혀를 차는 친구. 음식을 시켜 한 번 맛보더니 이 나라 음식은 쓰레기네- 퉁명스레 얘기하는 친구. 극히 일부 정보 그리고 자신의 관념과 주관적인 논리를 가지고 여행지를 쉽게 재단한다. 그리고 다른 사람들에게 그게 진리인 것 마냥 전한다. "고아의 모든 레스토랑은 10시에 열어"

우리가 존재했던 시간과도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긴 시간을 존재해 온 여행지 모습을 한 번 보고 몇 초 만에 판단해버리는 모습. 사람의 직관이 그렇게 뛰어나던가.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 '알지도 않고 추측만 하는 걸로 어떻게 오픈 시간을 맞춰' 하는 생각이 들어 핸들을 꺾지 않고 손잡이를 당겼다. 좁은 길을 건너는 사람들을 가다 서다 기다리며 천천히 전진했다.

길 끝에 도착했고, 물론 오믈렛 가게는 아직 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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