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아
4년 전 여름, 철저히 혼자였던 뭄바이에서 지낸 닷새를 밀어내고 아람볼로 향하는 버스에서 여러 가지 행복한 상상을 했었다. 마음 맞는 친구들과 밤바다에서 술잔을 기울이고, 고아 트랜스를 들으며 춤추고 밤 새우는 상상. 하지만 나를 기다리던 현실은 '비'였다. 쏟아지는 폭우를 피하려 어떤 레스토랑 겸 게스트하우스에 들어가 머뭇거리다 뭐라도 해야 할 것 같아 식사를 주문했다. 손님이 아무도 없는 텅 빈 레스토랑. 아침을 먹으며 지금 숙소에 사람이 머무냐고 물었고 아니라는 대답을 들었다. '몬순'이라는 단어와 의미를 그때 알았다. 장마에 바닷가로 놀러 온 이 멍청이는 아침을 먹고 혹시나 하는 기대와 미련 때문에 아래 바닷가인 안주나라는 동네로 이동했다. 역시 아무도 없었고, 나는 눅눅하고 작은 방에서 이틀을 더 버티다 결국 고아를 포기했었다.
이 이야기는 내가 인도를 다시 선택하게 된 몇 가지 이유 중 하나가 되었다. 비가 오지 않는 고아. 파티의 고아. 이번엔 다행히 아람볼 해변에서 친구들을 만났다. 응균과 민정, 그리고 네 명 친구들과 점심을 먹고 해변에서 물놀이를 했다. 함께 많이 웃으며, 고아에서는 이런 걸 하려고 했던 것 같다고 생각했다. 저녁에는 두툼한 스테이크를 먹고 바닷가에 나가 포트 와인을 기울였다. 누군가에겐 여행 중에 겪은 평범한 하루일 수 있지만 나에겐 특별했다. 4년 전에 보내고 싶었던 빼앗긴 하루를 다시 돌려받은 기분이었기 때문이다. 흥이 오른 우리는 바 앞에 있던 스테이지에서 인도인들과 함께 신나게 몸을 흔들며 춤을 췄다. 물을 끼얹은 것처럼 티셔츠가 땀에 젖었지만 불쾌하지 않았다. 기다리던 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