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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실비아 Feb 25. 2021

개인적인 세계, 창문

헬싱키

우리가 뭔가를 제대로 알게 되는 시점은 그것이 없을 때다.


나의 긴 여행이 끝났다. 자유롭게 여행을 할 수 없는 지금 나는 제일 그리운 것들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매일 낯선 도시를 걸으며 수집했던 거리 풍경이다.

특히 나는 창문을 좋아했다.













































#여행 당시, 적은 글




나는 산책 중 이었다. 창문 안에 있던 사람의 눈과 밖에 있던 나의 눈이 마주쳤다. 번뜩이는 순간을 놓치지 않고 오른손 두번째 손가락을 허공에 눌렀다. 그녀는 대답대신 웃었다. 카메라를 꺼내 창문을 찍었다. 몇 초사이에 사뭇 달라졌다. 나는 손가락으로 브이모양을 만들고, 입술에 갖다 댔다. 창가 모서리에 있던 숨었던 담배가 삐죽 나왔다. 됐다. 길을 건너 창문 밑에서 말을 걸었다. 우리에게는 공통의 언어가 없었다. 창가에 있는 조각상을 보며 끌로 파는 동작을 했다. 그녀는 고개를 흔들었다.


갑자기 그녀의 얼굴이 유리에서 멀어지다가 사라지고 이번에는 가까워졌다. 창턱에 찰리채플린을 앉혔다. 무턱대고 온 손님에게 차와 함께 쿠키를 곁들이 듯이 피사체 하나를 더 내온 주인의 마음에 나는 녹았다. 당신 창문과 주인, 이 동네가 마음에 든다고 얼떨 결에 고백했다.


 알아들었다는 듯이 창문이 열렸다. 빈 빵봉지를 내밀었다. 식탁에서 손에 잡히는대로 갖고 온것 같았다. 겉면에는 숫자 100이 적혀 있었다. 100년이 넘은 집이라는 뜻이었다. 세상 어디나 그렇듯이 헬싱키도 나무로 지은 전통집에 사는 일은 특별하다. 오래된 집 창을 꾸미고, 자신의 마음에도 창을 내어 밖에서 안으로 스미도록 살아가는 주인은 유리속 노랗게 물든 나무와 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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