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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실비아 Jul 18. 2020

나의 집, 배낭

나는 새벽부터 버스, 봉고차를 갈아 타고 러시아국경을 넘었다. 출국, 입국 심사에서 문제가 생겨서 하루 종일 애가 탔다. 택시를 타고, 막 작은 도시에 도착했다. 도시이름도 러시아말도 입에 붙지 않은 상태였다. 한여름의 먼지와 땀, 긴장을 씻고 싶었다. 나는 샤워,  깨끗한 원피스, 레몬 한 조각 넣은 홍차, 첫 식사, 낮잠 생각 뿐이었다.  모스크바, 상트페테르부르크가 아닌 다게스탄 자치 공화국에 대한 정보는 인터넷에 거의 없었다. 마침 택시기사는 자신이 아는 숙소를 소개시켜 주었다.


여관 이층방에서 계단을 따라 마당에 왔을 때, 불길한 공기가 있었다. 뒤를 돌았을 때, 여자주인의 눈과  마주쳤다. 그러니까, 남자가 없어졌다. 나는 대문 밖으로 뛰었다. 길가에 세워둔 택시가 보이지 않았다.  십분 전에 택시운전수와 나는 주인이 안내한 방을 같이 구경하고 있었다. 운전수와 택시, 나의 가방은 예고없이 숨어버렸다.


배낭이 사라진지 두 시간 째다. 그것을 잃고 나니  안에 무엇이 들어 있는지 처음으로 생각해 보았다. 오렌지색 방수커버를 벗기면, 파란색 35리터 크기,나의 집이다. 가장 바깥 부분은 그물로  신발장. 여름 샌들을 보관한다. 등산화는 부피가 커서, 계절에 상관없이 내가 신고 이동한다.

두꺼운 허리벨트 양쪽에는 노트북 마우스 크기만한 주머니가 있다. 왼쪽에는  쓰지 못한 동전주머니, 오른 쪽에는 밴드, 연고, 자물쇠가 들어 있다.


배낭의  밑은 겨울옷장이다. 안에는 두꺼운 점퍼, 가끔 겨울 장갑이 있다. 전용지퍼가 있어, 바깥에서 직접 열수 있다. 내가  집을 좋아하는 이유이다. 안심하고 언제든지 장거리 여행을   있다. 일정에 없는 추위, 밤을 만나면 유용하다. 봉고차 뒷칸 아니면 버스 지붕위에 쌓인 짐에서 재빨리 외투를 꺼낼  있다.

가방 가장자리는 몸통을 따라 세로로   개의 주머니가 달려 있다. 한칸은 수건과 비키니, 바디로션,생리대, 드물게 향수,아로마가 끼어 있다. 다른 칸은 상황에 따라 우산, , 소금통, 간장병, 카레가루로 바뀐다. 말하자면 가끔은 찬장이다. 웬만해선, 가볍고 작은 집을 선호하지만, 소금없는 호스텔에서   요리하고 나면 마음이 바뀌었다.


지붕으로 시선을 돌린다. 지갑 크기 정도의 지퍼 두개 . 하나는 과일칼이 보인다. 길에서 빵으로 끼니를 해결 할때, 과일, 혹은 무엇이든지를 자를  쓴다. 또한, 히치하이킹을 하거나 만약을 대비한 장비이기도 하다. 사실은 안전을 위해서는 아무짝에도 쓸모없다는 것을 경험했다.  그렇지만, 심리적으로 보험이나 종교처럼 마음을 달래는데 탁월했다. 나머지 지퍼는 미니 선물상자. 엽서, 냉장고 자석, 부채, 복주머니. 이제 거의 비었다.  차례의 포옹과 감사하다는 말로 부족할 때가 있으면, 상자를 연다.


나의 집에서 가장  방으로 들어간다. 하나의 덩어리 공간이지만, 나름대로 분류해서 정리한다. 아래 깊숙한 곳은 옷장이다. 초대 받거나 파티에   입는 원피스  , 반바지, 티셔츠  , 바지  , 레깅스, 양말, 속옷. 기둥같은 단단한 등에는 세워서 넣어둔 노트북이 있다. 평정심을 잃었다. 나의 재산 목록 1. 가장 비싼 물건이다. 갑자기 화가 치민다. 숨을 고른후 폴더를 한개씩 열어 보니, 막상 별게 없다. 옷장 윗부분은 서재다. 소설책 한권, 미니 스케치북,  권의 일기장, 색연필,연필,지우개.


긴 여행을 하는 동안, 나만의 방을 원했다. 자신만의 영역에 대한 열망이 있었다. 한 방에 여덟명 씩 자는 호스텔에서 몸은 계속 지쳤다. 그 때, 무겁다는 핑계때문에 미뤘던 서재를 처음으로 만들었다. 가장 개인적인 이야기를 기록하면서 부터, 온전한 나 자신이 되는 기분이었다. 나에게 집중했다. 아무에게도 말하지 못한 내면의 웅덩이를 들여다 보았다. 그리고, 타인에게 귀를 빌려 주었다. 도둑, 길거리 시인, 라이프 코치, 마술사, 히피. 일기장은 나의 소원을 들어 주었다. 많은 비밀을 적을 수록, 더 많은 모험이 벌어졌다.


나는 여러 번 이사를 했다. 전에는 캐리어와 배낭을 합친 가방을 산적이 있다. 등에 맬 수있고, 바퀴가 있어 끌수 있었다. 방콕의 시장에서 산 집은 한 달만에 찢어졌다. 꿰맸지만 소용없었다. 당시 나는 배낭여행자도 아니고, 여름 휴가온 관광객도 아니었다. 둘 다 불편해서 아무것도 제대로 할 수 없는 집과 나는 쌍둥이같았다.

여행을 시작한 첫 날로 돌아가 보면, 더 우습다.  십오킬로그램 짜리 캐리어를 출국하기 이틀 전에 샀다. 가장 멀리, 가장 오래 여행을 하고 싶었던 나는 도대체 무엇을 담아야 할 지 몰랐다. 히말라야, 여름바닷가, 등산, 유럽 도시를 생각하니 뭐든지 필요할 것 같았다. 원피스, 스웨터, 장갑, 반바지, 스카프, 구두, 운동화, 등산바지.

외국에 도착했을 때, 친구가 오토바이를 타고 마중나왔다. 나의 거대한 캐리어를 보고,  그는 입이 벌어졌다. 결국 이주 후에 가방 통째로 친구집에 놓아둔 채, 여행을 시작했다. 십오킬로그램의 두려움과 불안을 버렸다. 여행을 시작하고 나서야, 두루뭉술한 생각이 투명해졌다.


그후로 정기적으로 가방을 살피고, 물건을 버린다. 도시를 이동하기 전에, 특히 국경을 넘기 전에 짐을 가볍게 한다. 파기스탄에서는 어쩌면 찬장에 돌이 잔뜩 있었다. 크리스탈원석, 연두색, 보라색 광석. 오만에서는 유향, 인도에서는 수, 오일.  흙으로 구운 가네쉬 신, 향신료. 란에서는 카페트에 빠져서 꼭 사고 싶었지만, 그것을 갖고 여행할 수는 없었다. 어쩔수 없이 나는 알게 되었다. 경을 넘어서 여행을 계속 하려면, 나에게 빈 공간이 어야 한다. 새로운 사람, 생각, 자연을 받아 들이려면. 한, 모든 것들은  그 장소 그 시간에만 일어나는 일이므로  대한 만끽해야 한다는 것도. 다음은 없다. 만약 다음이 어나도 그것은 똑같지 않다. 집은 비울수록,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많이

담을 수 있다.


 사실 내가 버리는 건 소지품이 아니라, 그것에 투영된 나의 걱정, 무지, 욕심이다. 내가 원하는 건 새로운 경험과 자유였다. 집에 대한 원칙도 생겼다. 물건을 살 때는, 꼭 비슷한 크기를 버려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한 번 불어난 욕망은 걷잡을 수 없이 커진다. 그 때의 다이어리는 삼십 분 단위로 해야 할일 목록을 적도록 줄이 그어져 있었다. 내 삶도 그 칸에 맞춰 단순하게 명사의 품사처럼 살았다. 직업, 딸, 친구. 하루는  무게를 줄일 만한 것을 찾다가  다이어리의 가죽커버를 찢었다. 비싼 표지가 뜯겨지니 속도 한심해 보였다.


잃어 버린 수첩은 정반대였다. 네팔에서 두꺼운 종이로 손으로 삐둘어지게 만든 일기장, 독일에서 직접 종이를 자르고, 디자인하고, 바느질해서 만든 스케치북, 이란에서 선물받은 핸드메이드 수첩. 공통점은 종이에 줄이 하나도 없다. 무한대로 펼쳐진 하늘 같았다. 스케치를 하거나 일기, 시를 적었고, 메모지로 썼다. 기차표, 초콜렛 포장지처럼 나의 기억을 붙이기도 했다. 얼굴이 기억나지 않는 이름들.

전화번호.  읽을 수 없는 외국어 문장.


여행가방과 나는 서로의 아바타이다. 나의 의식은 가방을 조종하고, 집은 중요한 습관을 만든다. 책이 뭉텅이로 떨어져 나간 책기둥처럼, 나는 마당에 서 있었다. 너덜너덜 해진 기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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