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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늘을 나는 백구 Mar 02. 2024

망망대해에서 발견한 등대

폭풍을 견디고 나면 기다리는 것들

돛단배를 타고 망망대해를 떠다니다가

큰 배로 갈아 타고 항구에 정박을 했다.

다시 큰 바다로 나가려다 보니 어느덧 등대가 보이기 시작한다. 


    교사 생활을 시작한 지 벌써 25년을 훌쩍 넘겼다. 학교를 그만두고 나올 때 큰 뜻이 있었던 것이 아니었기에 언젠가 학교로 다시 돌아갈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었다. 다시 돌아갈 기회가 2번 있었다. 한 번은 교사를 그만둔 지 얼마 되지 않은 시기라 그만둔 학교와 유사한 특목고였지만 내가 고사했다. 다음은 내가 직접 찾아 2년 동안 시험도 보고 면접도 보고 해서 최종 합격통보를 받았는데 법인 이사가 직접 나를 찾아와 학교 사정을 설명하면서 어렵게 합격은 되었지만 나에게 물러나줄 것을 정중히 요청해 왔다. 당시 학교 젊은 교사 가운데 나와 비슷한 연배의 교감이 자신의 자리에 대한 위기감에 후배 교사들을 부추겨 내가 들어오면 자신들이 나가겠다고 했다나 뭐라나. 

  뭐 충남에 새로 생긴 좋은 학교인 줄 알고 수년간 준비했던 나 자신이 부끄러워진 시간이었다. 다시는 답답하고 이기적이면서 경쟁은 그토록 싫어하는 교사 집단에 들어가려는 어리석은 생각은 하지 않기로 다짐했다.


  2주 전 처음 근무했던 학교 대외협력처장님(앞으로 이사장님이 되실 분이시다.)이 직접 전화를 하시고 학교로 들어와 줄 것을 간곡히 부탁하셨다. 무슨 일인지 모르지만 첫 교사생활을 한 곳이고, 여러 경제적 문제로 내  젊음을 통째로 삼켜버린 곳이지만, 그로 인해 내 능력의 200% 이상을 발휘하여 대외적으로 높은 인지도를 쌓게 해 준 감사한 곳이다. 지난날은 아름답다고 했던가. 그래서인지 내게는 늘 친절하고 고마운 곳이었다. 


처장 : 학교에 기숙사가 있는데 그곳에 들어올 학생들을 위한 외부 방과후 학교 기획을 부탁해요~

나    : 제가 뭘 도울 수 있을까요?

처장 : 외부 강사 샘들을 모셔오시고 수업도 기획해 줄 수 있어요?

나   : 감사한 말씀입니다. 다만, 처장님 생각과 제 생각이 하나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학교가 변화하려면 바닥부터 철저하게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요. 선생님들 반응이 궁금합니다. 선생님들의 반대가 조금이라도 있다면 전 참여하지 않겠습니다. 저도 교사였던 사람이니 제 맘 아시죠?

처장 : 그 문제라면 이미 다 해결되었습니다. 학교 선생님들은 정규 수업과 아이들 진학 지도, 생활기록부 관리에 최선을 다하기로 했고요. 외부 선생님들은 수능 관련 수업과 논술 등에 집중해 주시면 됩니다. 물론 원하시면 내신 수업을 별도로 진행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더니 바로 교장, 교감 선생님들 부른다. 나와 함께 험한 세월을 함께 하던 동료 들이다. 나를 보더니 한 번 안아보자고 한다. 서로 부둥켜안고 잠시 울먹였다. 그들은 내 젊은 시절 그곳에서 어떤 일을 겪었는지를 다 알고 있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일은 일사천리로 진행되었다. 선생님들을 어렵게 모시고 학부모님 상대로 입시 및 수업 설명회도 진행했다. 아이들 수업 신청이 끝나면 바로 학부모 간담회를 진행하기로 했다. 수업 오시는 선생님들에게는 꼭 당부 말씀을 드렸다.


나는 이 일이 어디까지 진행될지 모르겠습니다.
다만,
저는 단지 아이들 방과 후 수업을 하고 돈을 벌려고 일을 시작하지 않았습니다.
내 젊은 시절의 추억과 아픔과 성장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곳입니다.
여기서 한 번 끝을 보시겠다는 각오로 참여해 주세요.
그렇다면 저도 처장님과 여러 선생님들과 함께 머리를 맞대고
필요한 지원이 있다면 다 만들어 오겠습니다.
자, 어디까지 갈지 모르지만, 한 번 해 보시죠.
대치동과 목동 등에서 종합학원 강의와 보습 학원 강의를 함께 하시는 선생님들이 수업에 참여하기로 하였다. 앞에서 언급한 학교는 송파구에 위치한 일반계고이고, 남학생이 모인 곳이다. 중학교와 고등학교가 함께 있으며 근처에서 가장 큰 운동장을 가지고 있다. 그곳은 야구부가 정식 게임을 할 수 있는 정도의 공간으로 교실이 있는 운동장과는 별도로 만들어졌다. 아이들 기숙사는 한 학년 대략 30여 명씩을 선발하여 운영하며, 내가 기획한 수업은 1학년 신입생 대상이다. 이 학생들을 3년 동안 끌고 가서 입시 결과를 만들어야겠다. 그리고 다음 일은 그다음에 생각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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