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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늘을 나는 백구 Mar 31. 2024

비문학 (독서) 독해의 첫걸음

처음에 주목하라!


  글을 읽기 시작한 학생들 대부분이 첫 문장과 첫 문단의 중요성을 간과하는 경우가 많다. 왜냐하면 이어지는 내용에서 세부적인 정보들이 쏟아져 나오기 때문에 시선이 곧장 2 문단 내지는 3 문단으로 내려가기 십상이다. 그런데 주의할 점이 있다. 글을 쓰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첫 문장과 첫 문단이 무척 중요하다. 처음에 이야기한 내용을 바탕으로 이어지는 내용들이 나열되기 때문이다. 아래의 글을 살펴보자. 


  교통 이용 내역과 같은 기록은 개인의 데이터이며, 그 개인이 ‘정보 주체’이다. 데이터는 물리적 형체가 없고, 복제와 재사용이 수월하다. 이 데이터가 대량으로 집적․처리되면 빅 데이터가 되고, 이것의 정보 처리자인 기업 등이 ‘빅 데이터 보유자’이다. 산업 분야의 빅 데이터는 특정한 목적으로 활용될 수 있다는 점에서 경제적 가치를 지닌다.


  윗글에서 첫 문장을 읽어보면 '개인의 데이터는 개인이 정보 주체'라는 말이 제일 먼저 나온다. 이어지는 정보는 '복제와 재사용'에 대한 내용이다. 그런데 상식적으로 '정보 주체'로서 '개인'이 자신이 사용한 교통 내역 등을 '복제와 재사용'할 일을 거의 없다. 따라서 여기서 말하는 '복제와 재사용'은 '정보 주체'의 행위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다음은 '빅 데이터는 기업과 같은 정보 처리자'가 '보유자'가 된다는 말이다. 글을 조금만 자세히 읽는다면 '개인의 데이터'를 외부 '정보처리자'가 '보유자'가 되는 기이한 현상을 보게 된다. 게다가 마지막에 나온 내용을 살펴보면 이러한 '빅데이터'가 특정한 목적으로 활용될 경우 '경제적 가치' 즉, '돈'이 된다고 한다. 

  앞서 지적했듯이 자신의 개인 데이터를 '복제 및 재사용'하여 '경제적 가치'를 만드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이를 근거로 한다면 결국 '개인 데이터'가 '빅 데이터'화 되고, 이것을 '보유자'인 '기업'이 '복제 및 재사용'할 때 생기는 문제와 이에 대한 해결을 글에서 다루고 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첫 문장을 어떻게 읽는지에 따라 독해의 방향을 짐작할 수 있다는 말이다. 


  다음의 글도 함께 읽어보자.


  경마식 보도는 경마 중계를 하듯 지지율 변화나 득표율 예측 등을 집중 보도하는 선거 방송의 한 방식이다. 경마식 보도는 선거일이 가까워질수록 증가한다. 새롭고 재미있는 정보를 원하는 시청자들의 요구에 부응하고, 방송사로서도 매일 새로운 뉴스를 제공하는 방편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경마식 보도는 선거와 정치에 무관심한 유권자들의 선거 참여, 정치 참여를 독려하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흥미를 돋우는 데 치중하는 경마식 보도는 선거의 주요 의제를 도외시하고 경쟁 결과에 초점을 맞춰 선거의 공정성을 저해할 수 있다.


  윗글은 경마식 보도를 소재로 다루고 있다. 경마식 보도의 정의를 내린 후, 이것이 증가하는 원인을 분석한다. 그런데 이후 내용에서 이런 행위가 지닌 장점만이 아니라 문제점이 지적되고 있다. '선거의 주요 의제'를 도외시하고, 결과에만 초점을 맞춰 공정성에 문제가 있다는 말을 하고 있다. 따라서 이글의 핵심은 바로 첫 번째 문단의 마지막 문장에 있는 셈이다. 이어지는 내용은 [문제 해결 전략]을 다룰 것임이 분명해 보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비문학 독서 지문을 읽을 때는 글의 시작  부분에 주목해야 한다. 시작 단계에서 어떤 내용을 다루고 있는지 정확하게 파악하면 이어지는 내용을 예측하거나 사례 등을 분석하는 데 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아래의 지문은 어떤 내용이 이어질지 추론해 보자.


  분자들이 만나 화학반응을 진행하는 데 필요한 최소한의 운동 에너지를 활성화 에너지라 한다. 활성화 에너지가 작은 반응은, 반응의 활성화 에너지보다 큰 운동 에너지를 가진 분자들이 많아 반응이 빠르게 진행된다. 활성화 에너지를 조절하여 반응 속도에 변화를 주는 물질을 촉매라고 하며, 반응 속도를 빠르게 하는 능력을 촉매 활성이라 한다. 촉매는 촉매가 없을 때와는 활성화 에너지가 다른, 새로운 반응 경로를 제공한다. 화학 산업에서는 주로 고체 촉매가 이용되는데, 액체나 기체인 생성물을 촉매로부터 분리하는 별도의 공정이 필요 없기 때문이다. 고체 촉매는 대부분 활성 성분, 지지체, 증진제로 구성된다. 


예상했겠지만 이어지는 내용은 '활성 성분, 지지체, 증진제'의 순서로 정의, 특성과 사례가 다루어진다. 첫 문단, 그중에서도 첫 문장을 정확하게 읽는 연습을 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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