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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늘을 나는 백구 Oct 26. 2023

아버지와 신문

신문 보듯 읽어보는 국어 시험지

  예전에 아버지께서 살아 계실 때 아침마다 신문을 읽으시던 모습이 생각난다. 돋보기를 코끝에 걸치시고 장미 한 개비를 무시고는 자못 심각한 표정을 지으시며 신문을 넘기던 모습. 그리고는 식사를 하신다. 신문을 읽고 나서 느낀 점이라든지 문제점 등은 거의 말씀하지 않으시고 묵묵히 식사를 하고는 출근 준비를 하셨다.

  당시 아버지에 비하면 난 도통 신문을 읽지 않는 편에 속한다. 물론 인터넷 신문이야 하루 종일 꾸준히 읽어보고, 다양한 동영상 뉴스도 만나지만 아침에 신문지를 펼치고, 그 바삭하면서도 부드러운 신문지 넘기는 소리를 들은 지 꽤 오래다. 진보와 보수를 넘나들면서 한 번에 2~3개의 신문을 읽던 시절이 벌서 15년 전이라니 말해서 무엇하랴.

  그런데 이상한 것은 지식은 늘었지만 지혜는 줄고, 정보는 넘치지만 가치는 떨어지는 시대를 살면서 한 번쯤 종이 신문을 넘기면서 읽어야겠다는 생각을  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그러다 문득 오늘 학원에서 모의고사를 보기 위해 시험지를 나눠주다 신문지 넘기던 아버지 모습이 떠올랐다. 그 시절 어른들은 굳이 밑줄을 치거나 동그라미 표시를 하지 않았어도 3,000자를 족히 넘기는 기사나 칼럼쯤은 편안하게 읽으셨고, 다른 사람이 내용을 물으면 세부적인 사항까지도 거침없이 말씀하시곤 했다. 만약, 학생들이 과거 어른들이 신문을 탐독하던 것처럼 국어 시험지를 읽을 수 있다면, 그래서 사실적 사고, 추론적 사고, 비판적 사고 유형의 문제를 그냥 눈으로 보고 풀어낼 수 있다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

  정말이지 시험지를 양손으로 들고 읽어본 적이 있는 학생들은 알 것이다. 굳이 펜을 들고 밑줄을 치지 않았어도 핵심 내용이 잘 정리되고, 누군가 무슨 내용이냐고 물을 때 이런저런 내용을 이렇게 표현했다고 말할 수 있다는 것을.

  하기야 내용을 읽지 않고, 내용을 그리고들 있으니 무슨 이해가 될 것이며,  문해력 향상이 어떻게 될 수 있겠는가 말이다. 그래서 또 강조하건대 글을 읽어야 한다.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다음에 글이 나오니 그것을 읽은 다음, 문제를 보고 답을 생각하라지 않는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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