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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늘을 나는 백구 Aug 26. 2023

예측하는 글 읽기

글을 읽으면서 문제와 선택지 내용을 예측해 보자.

  대개 수능에 출제되는 비문학 지문은 출제자가 현장에서 만드는 것이 원칙이다. 그리고 많은 검토진의 날카로운 시선을 통과해야 비로소 문제를 출제할 기회가 주어진다. 이때 출제진은 본인이 지문을 만들면서 어떤 문제들이 출제될 수 있을지에 대한 예측을 하기 마련이다. 이와 같은 상황을 수험생은 역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

  가령 어떤 지문을 읽은 뒤, '이러한 내용은 반드시 문제로 출제되겠구나. 또는 선택지에서 다뤄지겠구나.' 하는 예측을 해 보는 것이다. 다음 지문을 살펴보자.


  공포 소구는 그 메시지에 담긴 권고를 따르지 않을 때의 해로운 결과를 강조하여 수용자를 설득하는 것으로, 1950년대 초부터 설득 전략 연구자들의 연구 대상이 되었다. 초기 연구를 대표하는 재니스는 기존 연구에서 다루어지지 않았던 공포 소구의 설득 효과에 주목하였다. 그는 수용자에게 공포 소구를 세 가지 수준으로 달리 제시하는 실험을 한 결과, 중간 수준의 공포 소구가 가장 큰 설득 효과를 보인다는 것을 발견하였다.

  공포 소구 연구를 진척시킨 레벤달은 재니스의 연구가 인간의 감정적 측면에만 ㉠ 치우쳤다고 비판하며, 공포 소구의 효과는 수용자의 감정적 반응만이 아니라 인지적 반응과도 관련된다고 하였다. 그는 감정적 반응을 ‘공포 통제 반응’, 인지적 반응을 ‘위험 통제 반응’이라 ㉡ 불렀다. 그리고 후자가 작동하면 수용자들은 공포 소구의 권고를 따르게 되지만, 전자가 작동하면 공포 소구로 인한 두려움의 감정을 통제하기 위해 오히려 공포 소구에 담긴 위험을 무시하려는 반응을 보이게 된다고 하였다.

  이러한 선행 연구들을 종합한 위티는 우선 공포 소구의 설득 효과를 좌우하는 두 요인으로 ‘위협’과 ‘효능감’을 설정하였다. 수용자가 공포 소구에 담긴 위험을 자신이 ㉢ 겪을 수 있는 것이고 그 위험의 정도가 크다고 느끼면, 그 공포 소구는 위협의 수준이 높다. 그리고 공포 소구에 담긴 권고를 이행하면 자신의 위험을 예방할 수 있고 자신에게 그 권고를 이행할 능력이 있다고 느끼면, 효능감의 수준이 높다. 한 동호회에서 회원들에게 ‘모임에 꼭 참석해 주세요. 불참 시 회원 자격이 사라집니다.’라는 안내문을 ㉣ 보냈다고 하자. 회원 자격이 사라진다는 것은 그 동호회 활동에 강한 애착을 가지고 있는 사람에게는 높은 수준의 위협이 된다. 그리고 그가 동호회 모임에 참석하는 일이 어렵지 않다고 느낄 때, 안내문의 권고는 그에게 높은 수준의 효능감을 주게 된다.

  위티는 이 두 요인을 레벤달이 말한 두 가지 통제 반응과 관련지어 다음과 같은 결론을 도출하였다. 위협과 효능감의 수준이 모두 높을 때에는 위험 통제 반응이 작동하고, 위협의 수준은 높지만 효능감의 수준이 낮을 때에는 공포 통제 반응이 작동한다. 그러나 위협의 수준이 낮으면, 수용자는 그 위협이 자신에게 아무 영향을 ㉤ 주지 않는다고 느껴 효능감의 수준에 관계없이 공포 소구에 대한 반응이 없게 된다. 이렇게 정리된 결론은 그간의 공포 소구 이론을 통합한 결과라는 점에서 후속 연구의 중요한 디딤돌이 되었다.


  윗글은 사회학적인 측면에서 다루고 있는 '공포소구 이론의 발전 양상'을 이전 시대의 연구 결과와 관련지어 설명하고 있다.  특히 굵은 글씨와 밑줄 친 부분을 중심으로 볼 때, 시간의 흐름을 알 수 있는 담화표지를 이전과 다르게 색다르게 활용하고 있는 것이 눈에 띈다. 가령,

초기 연구
연구를 진척
선행 연구들을 종합

이와 같은 순서로 글을 이어가고 있다. 이런 글에서는 대개 두 가지 유형의 문제는 반드시 출제되기 마련이다. 우선, '내용전개방법'을 묻는 문항이 있다. 시간의 흐름이라든지, 선행 연구와 관련지어 설명한다든지, 통시적 관점이라는 언급을 하면서 선택지를 만들 가능성이 높다.

  다음은 각 연구 단계별 특징에 대한 비교 및 대조의 문항이 출제된다. 당연히 과거와 현재 연구 대상 및 결과가 어떻게 달라졌는지 설명하는 문항이 출제되기 마련이다. 그렇다면 실제 출제된 사례를 살펴보자.


1. 윗글의 내용 전개 방식으로 가장 적절한 것은?

① 화제에 대한 연구들이 시작된 사회적 배경을 분석하고 있다.

② 화제에 대한 연구들을 선행 연구와 연결하여 설명하고 있다.

③ 화제에 대한 연구들을 분류하는 기준의 문제점을 검토하고 있다.

④ 화제에 대한 연구들을 소개한 후 남겨진 연구 과제를 제시하고 있다.

⑤ 화제에 대한 연구들이 봉착했던 난관과 그 극복 과정을 소개하고 있다.      


물론 정답은 ②번이다. 이유는 앞서 설명했다. 그렇다면 다음 문항은 어떨까?


2. 윗글을 읽은 학생의 반응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① 재니스는 공포 소구의 효과를 연구하는 실험에서 공포 소구의 수준을 달리하며 수용자의 변화를 살펴보았겠군.

② 레벤달은 재니스의 연구 결과에 대하여 수용자의 감정적 반응과 인지적 반응을 모두 고려하여 살펴보았겠군.

③ 레벤달은 공포 소구의 설득 효과가 나타나려면 공포 통제 반응보다 위험 통제 반응이 작동해야 한다고 보았겠군.

④ 위티는 수용자가 공포 소구에 담긴 위험을 느끼지 않아야 공포 소구의 권고를 따르게 된다고 보았겠군.

⑤ 위티는 공포 소구의 위협 수준이 그 공포 소구의 효능감 수준에 따라 달라지는 것은 아니라고 보았겠군.


정답은 ④이다. 위티는 앞선 선행 연구를 종합한 사람이다. 재니스가 연구했던 공포소구의 설득 효과를 '위협'과 '효능감'으로 나누었고, 이를 레벤달이 언급했던 '공포통제반응'과 '위험통제반응'으로 설명하였다. 이때, 위협의 수준이 낮으면 어떤 반응도 일어나지 않는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 따라서 '위협(위험)'을 느끼지 않는다면 '공포 소구의 권고'를 따를 이유도 없게 된다. 역시 각각의 연구 결과가 지닌 특징을 정확히 파악하고 서로 비교 및 대조하는 문제가 출제된 것이다.


  비문학 독서는 문제를 많이 푼다고 해서, 흔히 유행하고 있는 특정 모의고사를 많이 접한다고 해서 실력이 늘지 않는다. 끊임없이 글을 읽으면서 문항을 예측하고 선택지를 만드는 훈련이야말로 비문학 독서를 제대로 정복하기 위한 지름길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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