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제 과정과 공부법 정리
시험 문제 출제 과정
시험이 얼마 남지 않았다. 학생들 입장에서는 어떤 과정을 통해 시험문제가 출제되고 있는지 알고, 그를 통해 어떻게 시험 대비를 해야 할 지에 대해 고민하는 과정이 필요한 때이다. 다음은 정상적인 학교에서 시험문제를 출제할 때 과정을 정리한 것이다. 사실 교장 선생님이나 부장 선생님들은 아래와 같은 출제 과정을 지켜달라고 요구하지만 이를 무시하고 시험보기 전날 부랴부랴 시험 문제를 작성하여 인쇄를 맡기는 경우도 허다하다. 하지만 선생님들의 머릿속은 적어도 시험보기 2주 전부터는 시험문제 거리로 꽉 차있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1. 자습 시간을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시험보기 대략 1주일 전부터 선생님들께서 자습 시간을 허락하는 경우가 많다. 시험과 관련된 진도를 미리 나갔거나 시험 준비하는 학생들을 위한 배려이기도 하지만, 그동안 밀린 공무를 처리하기 위한 선생님 나름의 생존전략이기도 하다. 학생들은 이 시간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줄 알아야 한다. 가령, 국어 시간에 자습을 하라고 했지만, 수학 시험공부를 하는 학생들이 있다. 이런 친구는 시험에서 좋은 점수를 얻기 어렵다. 왜냐하면 자습시간은 자습만을 위한 시간이 아니라 질문과 답변이 병행되는 소중한 시간이기 때문이다. 앞서 지적했듯이 이 기간에 선생님의 머릿속은 온통 시험 문제로 가득 차 있다. 이럴 때 선생님께 궁금했던 점이나 문제를 풀다 이해하기 어려웠던 내용을 질문한다면 의외의 소득을 얻을 수도 있다. 만일 선생님께서 평소보다 적극적으로 내용을 설명해 주신다면 시험문제로 다뤄질 가능성이 매우 높은 내용일 것이기 때문이다.
2. 출제과정에 맞추어 시험공부를 한다.
시험 1주 정도 전까지는 되도록 많은 내용을 점검해야 한다. 가령, 국어 과목이라면 교과서, 자습서, 평가 문제, 기타 심화 문제 등을 빠짐없이 읽고 정리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그런데 시험이 1주도 채 남지 않은 상황에서 갑자기 문제를 많이 풀기 시작하는 학생이 있다. 평소에 시험 준비를 철저히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친구들은 공부한 분량에 비해 낮은 성적을 얻기 쉽다. 시험을 1주도 남기지 않은 상황이라면 되도록 문제 풀이 양을 줄이고, 지금까지 공부한 내용을 정리하는 시간으로 활용해야 한다. 문제를 많이 풀었는데 점수가 안 나온다고 우기는 친구들은 문제를 미리 풀지 않고, 시험 직전에 과부하가 걸릴 정도로 많이 풀었기 때문이라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3. 친구를 믿지 마라.
시험공부를 하다 보면 이해가 되지 않거나 배우지 않은 내용 때문에 당황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럴 때 학생들은 손쉽게 주변에 있는 친구에게 물어본다. 이 경우 자칫 잘못하다가는 제대로 알고 있던 내용까지도 헷갈리게 될 수도 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친구가 일부러 거짓을 알려줄 가능성은 매우 낮다. 하지만 내게 어려운 내용은 친구에게도 어렵다는 점을 잊지 말자. 친구가 확신에 차서 답변해준 내용이 잘못되었고, 이게 시험에 나왔다면 누구를 원망하고 누구를 탓할 수 있단 말인가? 무조건 선생님(학교 내지는 학원)에게 물어보고 확인하는 게 가장 현명한 방법이다.
4. 선생님의 강의 스타일과 필기 스타일을 통해 시험 문제를 예측하라.
“우리 선생님은 필기를 잘 안 해 줘서 도대체 뭐가 시험에 나올지 모르겠어요.”
“우리 선생님은 필기를 너무 자세히 해 줘서 뭐가 중요한 내용인지 감을 잡을 수가 없어요.”
이 두 이야기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바로 수업을 들으면서 선생님의 강의와 필기 스타일을 파악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평소 수업 시간에 중요한 내용을 꼭 칠판에 기록해 주는 선생님이 있는 반면, 말씀으로 전달하고 넘어가는 분도 있다. 어떤 분은 자신이 설명하고 싶은 내용을 거의 다 필기하기도 한다. 그렇다면 선생님의 스타일에 따라 어떻게 시험 준비를 해야 할까?
설교파 : 필기보다는 말씀으로 내용을 전달하기 좋아한다. 보통 국어 선생님이 많다. 이런 분들도 가끔은 필기를 해 준다. 이때를 놓치지 말아야 한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점은 말씀을 하실 때 강약과 어조의 변화에 주의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분의 수업은 처음부터 끝까지 흐름을 놓치지 말고 집중해야 하는 부담이 있다.
․ 표정과 말투 변화에 주목하라.
․ 적은 양의 필기에서 실마리를 찾아라.
판서파 : 수업의 A부터 Z까지를 모두 칠판에 적어 놓는다. 이런 분은 판서 내용을 설명할 때도 대개 목소리 변화가 없다. 결국 중요한 내용과 덜 중요한 내용에 대한 조언을 다른 곳에서 구하는 게 현명하다. 가령 자습서의 정리본이나 학원 선생님의 설명을 참고로 하자.
․ 전체 필기 가운데 중요한 점을 정리본으로 만들어본다.
․ 자습서나 학원 선생님의 설명에 귀를 기울이자.
5. 시험 직전까지 수업하시는 분들은 우리에게 분명한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우리 선생님이 시험 직전까지 수업을 하신다면 진도를 못 나갔을 확률이 매우 높다. 그렇지 않다면 당연히 우리에게 주옥같은 정보를 전달해 주시려는 친절한 분이라는 것을 믿어야 한다. 제발 부탁이니 시험 직전의 수업은 그동안 공부한 수업 내용보다 훨씬 가치 있다는 것을 믿자.
시험을 제대로 보기 위한 노하우
1. 시험 전날은 절대 새로운 문제를 풀지 말자.
시험 전날의 준비는 교과서 내용을 정리하고, 학습활동 정답을 확인하고, 선생님이 나눠준 프린트 점검하는 것으로도 충분하다.
2. 시험지는 받자마자 인쇄 상태부터 확인하자.
시험지 페이지와 인쇄 상태를 확인하는 일은 몇 초도 걸리지 않는다. 시험을 보다가 당황하지 말고 미리미리 확인하자.
3. 문항별 배점도 확인하며 풀어라.
쉽게 풀리는 문제일수록 배점이 적을 수 있다. 배점 높은 문제를 놓치면 좋은 점수를 받기 어렵다. 경우에 따라서는 역배점을 하는 경우도 있다. 이런 경우에는 작은 실수가 엄청난 결과를 몰고 온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결국 문제를 풀면서도 자신이 푸는 문제가 몇 점짜리인지를 확인해야 한다는 말이다.
4. 주관식과 서술형 문항은 반드시 조건에 맞게 답안을 작성해야 한다.
주관식과 서술형 문항에서 0점을 받지 않는 방법은 일단 문제가 요구하는 핵심어를 언급하는 일이다. 여기에 주어진 조건을 충족시킨다면 확실하게 점수를 확보할 수 있게 된다. 예를 들어 ‘~문장으로 서술하시오.’라는 조건이 있는데도 명사형으로 끝맺는 답안을 작성했다면 반드시 감점을 받게 된다. 그렇다면 주관식 서술형 문항에 자주 나오는 조건들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 찾아 쓰시오 VS 쓰시오 : ‘찾아 쓰시오’라는 문제의 답은 반드시 본문에서 확인한 내용을 그대로 옮겨야 한다. 반면 ‘쓰시오’라고 되어 있다면 본문에 사용된 핵심 내용을 활용하여 자신이 문장을 만들어도 상관없다.
~ 음절로 쓰시오 : 음절은 발음의 최소 단위이다. 결국 글자의 수가 음절의 수라는 점을 기억하자.
~ 어절로 쓰시오 : 어절은 띄어쓰기의 단위이다. 만약 2어절이라면 띄어쓰기 1번에 두 묶음으로 나눠 써야 한다.
~ 단어로 쓰시오 : 단어는 독립적으로 쓸 수 있는 최소 단위이다. 따라서 단어를 쓰라고 한다면 당연히 조사를 뺀 나머지 부분을 써야한다.
~ 시어를 쓰시오 : ‘시어’는 시에 쓰인 단어이다. 따라서 작품에 사용된 단어를 찾아 써야하는 문제이다.
~ 문장을 쓰시오 : 문장은 완전한 생각의 단위이다. 하지만 문법학자들마저도 정확한 문장의 정의를 내리지 못하고 있다. 쉽게 생각하자. 앞의 온점(마침표) 다음부터 그 다음 온점까지를 하나의 문장이라 생각하면 된다.
~ 시행을 쓰시오 : 시에서 한 줄 한 줄을 시행이라 한다. 결국 이 문제는 시에 사용된 하나의 행을 그대로 찾아 옮기라는 말과 같다.
[예시]
새들도 세상을 뜨는구나
황지우
영화가 시작하기 전에 우리는
일제히 일어나 애국가를 경청한다.
삼천리 화려 강산의
을숙도에서 일정한 군(群)을 이루며
갈대숲을 이륙하는 흰 새떼들이
자기들끼리 끼룩끼룩거리면서
자기들끼리 낄낄대면서
일렬 이열 삼렬 횡대로 자기들의 세상을
이 세상에서 떼어 메고
이 세상 밖 어디론가 날아간다.
우리들도 우리들끼리
낄낄대면서
깔쭉대면서
우리의 대열을 이루며
한 세상 떼어 메고
이 세상 밖 어디론가 날아갔으면
하는데 대한 사람 대한으로
길이 보전하세로
각기 자기 자리에 앉는다.
주저 앉는다.
1. 암울한 현실로부터 벗어나고자 하는 욕망을 상징하는 시어를 찾아 쓰시오.
시어이니 단어로 찾으면 되겠네...... 새(떼)
2. 이 시에서 군사 문화의 맹목성과 강요된 조국애를 나타내기 위한 소재를 찾아 3음절로 쓰시오.
정확하게 3음절이라는 조건까지 붙어있으니 이건 쉬운 문제...... 애국가
3. 새의 웃음과 우리의 웃음을 대비시켜 설명하시오.
설명하라는 말은 굳이 찾아서 그대로 쓰지 않아도 된다는 말이고, 핵심어를 언급하면서 적절한 문장으로 만들면 되겠네...... ‘새’의 웃음은 자유롭고 유쾌한 비상을 표현하고 있지만, 우리의 웃음은 현실에 대한 비판과 냉소의 웃음이다.
5. ‘윗글’과 ‘위와 같은 글(또는 이와 같은 글)’의 차이는?
‘윗글’은 바로 앞에 나온 지문의 내용을 말한다. 이에 비해 ‘위(이)와 같은 글’은 위에 나온 글이 속한 장르에 대한 특징을 묻는 문제이다. 가령 시조 한 편이 지문으로 나오고, ‘이와 같은 글의 특징으로 알맞지 않은 것은?’ 이라는 문제가 나왔다면 시조 장르가 지닌 특징을 묻고 있다고 이해하면 된다.
[예시]
冬至(동지)달 기나긴 밤을 한 허리를 버혀 내여,
▶ 초장 - 동짓날 긴 밤의 한가운데를 베어 냄(추상적 시간의 구체화)
㉠春風(춘풍) 니불 아래 서리서리 너헛다가,
▶ 중장 - 춘풍 이불 아래 서리 서리 넣어 둠(동짓달 →춘풍 : 기다림의 시간)
어론 님 오신 날 밤이여든 구뷔구뷔 펴리라.
▶ 종장 - 정든 임이 오시는 밤에 굽이굽이 펼침(동짓달 기나긴 밤 ↔어론님 오신 날 밤)
[현대어 풀이] 동짓달 긴긴 밤의 한가운데를 베어 내어, / 봄바람처럼 따뜻한 이불 아래에 서리서리 넣어 두었다가, / 정든 임이 오시는 날 밤이면 굽이굽이 펴리라. (그 밤을 임과 함께 오래도록 함께 보내리라.)
이 작품에 대한 설명으로 옳지 않은 것은?
① 아름다운 우리말의 의태어를 사용하고 있다.
② 임에 대한 그리움과 기다림을 주제로 하고 있다.
③ 추상적 개념을 구체적으로 표현하여 나타내고 있다.
④ 여성 특유의 섬세한 감정을 비유적으로 형상화하였다.
⑤ 진솔한 감정의 표현을 통해 해학성(諧謔性)을 보여 주고 있다.
작품 속에서 해학적 요소를 찾기 어렵기 때문에 정답은 5이다.
6. ‘일치하는 것(부합)’과 ‘가장 적절한 것’, ‘알 수 있는 것’의 차이는?
‘일치(또는 부합)’ 여부를 묻는 문제는 정답이 분명하게 드러난다. 이에 비해 ‘가장 적절한 것’을 묻는 문제는 일명 최선답형 문항이므로 매려적인 오답에 주의해야 한다. ‘알 수 있는 것’을 묻고 있다면 답지 내용은 본문을 근거로 하여 새로운 내용을 추론한 것으로 만들어 진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7. 찍는 것도 실력?
찍는 것도 실력이라는 말이 있다. 정확하게 맞는 말이다. 답지 중 일부 내용을 알고 있으면서 찍을 때와 전혀 모르면서 찍을 때 정답을 선택할 확률은 다르다. 더구나 국어의 경우에 글의 주제를 정확히 파악하고 주제를 근거로 이것이 답일 것이라는 심정으로 과감하게 찍었다면 정답을 찍을 확률은 그만큼 더 높아진다. 결국 뭘 좀 알고 찍으라는 말이다.
8. 시험이 끝나면 채점 그 이상의 행위는 하지 않는다.
모의고사가 아닌 학교 내신의 경우 시험이 끝난 뒤, 채점을 하고 시험지는 덮어 두는 게 좋다. 괜히 여운이 남아서 시험지를 반복해서 보다보면 다음 과목 공부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하루에 여러 과목 시험을 보는 경우라면 쉬는 시간에 지난 시간의 문제에 대해 절대로 언급하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