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문학 독서 연습 파일 (1)
수능 비문학은 우리가 일상에서 접하는 글과 비교할 때 그리 길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짧지만 많은 내용이 담겨 있고, 그 속에 제시된 난이도 높고 깊이있는 내용의 문제들을 풀어야 하기 때문에 학생들이 어려워한다. 이런 점에 착안해서 짧은 글을 주고 내용을 정리하고 간단히 점검할 수 있는 문제들을 꾸준히 제시해 보려고 한다. 오늘은 그 첫시간으로 과거 수능 시험에 나왔던 지문을 패러디해 보았다. 간단히 읽고 제시된 문제를 풀어보도록 하자.
칸트의 ‘취미판단 이론’
보통 합리적 판단은 객관적인 이성을 근거로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보편적 개념에 따른 객관적 성질만으로 합리적 판단의 범주를 규정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가령 대상에 대한 아름답고 추한 것을 판단하는 행위라면 주관적 감성을 근거로 판단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문제에 대해 근대 초기 합리론과는 다른 이론을 칸트가 주장한 바 있다.
칸트는 이른바 ‘취미 판단 이론’을 통해서 규정적 판단과는 다른 미적 감수성에 입각한 판단의 의미를 강조했다. 규정적 판단 이론이 술어의 성격을 보편적이며 객관적 성질로서만 규정한데 비해 칸트는 ‘미’ 또는 ‘추’의 개념까지도 객관적 성질인 것처럼 부여할 수 있다고 말했다. 물론 이러한 취미 판단의 기준은 주관적 감정에 의거한 것이다. 또한 그는 하나의 개별 대상에 대해서만 판단을 내린다는 점에서 규정적 판단과 다른 ‘취미 판단’의 특성을 언급했다. 결국 복수의 대상을 부류로 묶는 것은 일반화된 판단으로 취미 판단의 기본 취지에 어긋난다고 말했다. 따라서 취미 판단은 실용이나 교훈과 같은 미적이면서 순수한 태도를 제외한 그 어떤 맥락도 허락하지 않는 개념이다. 가령, ‘이 꽃은 아름답다.’라는 판단에서 술어인 ‘아름답다’는 주관적 감정이지만 ‘꽃’이라는 개별 대상이 지닌 성격을 객관적인 성질인 것처럼 부여하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과정을 통해 대상에 대해 주관적이면서 미감적 판단을 내린 것이다. 하지만 이 경우 ‘꽃’과 관련하여 실용성이나 교훈성 등을 배제한 채 판단을 내리고 있기 때문에 충분히 취미 판단으로서의 자격을 갖추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동주>는 일제 강점기 참된 지식인과 그렇지 못한 이들의 갈등, 부끄러움을 다루고 있기 때문에 아름답다’라는 판단은 취미 판단이 되지 못한다. 왜냐하면 시대상과 관련된 가치문제가 개입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상을 그 자체로만 바라보고 ‘미’와 ‘추’를 판단해야 한다는 칸트의 생각에서 벗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예술을 그 자체로만 보고 아름다움을 판단해야 할지, 아니면 외적 요소를 근거로 해야할 지에 대해서는 좀더 깊이 있는 논의가 있어야 할 것이다. 하지만 중요한 점은 칸트가 말한 ‘취미 판단’을 근거로 ‘세계’에 대한 이해는 그 폭이 넓어졌다는 것이다. 그는 이성뿐 아니라 미적 감수성을 통해서도 ‘세계’를 이해할 수 있다고 강조하였으며, 현재 일고 있는 개념으로부터 자유를 통해 심오하게 세계를 이해하자는 견해가 이를 바탕으로 하게 되었다.
1. 칸트는 규정적 판단은 객관적 성질이 부족하기 때문에 미적 판단을 내리는 데 한계가 있다고 생각하였다. (O X)
2. 모든 명제에서 술어는 객관적 성질만을 다루어야 한다. (O X)
3. 인간의 총체적 이해를 위해서 이성뿐 아니라 미적 감수성에 근거한 판단도 필요하다. (O X)
4. ‘저 꽃은 독재자를 위해 무수히 많은 민중들이 고통을 받으며 꺾어 바친 것이기 때문에 아름답지 않다.’라는 명제는 취미 판단에 해당하지 않는다. (O X)
정답) (1) X (2) X (3) O (4)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