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하늘을 나는 백구 Feb 10. 2023

비오는 날에는 세차장에 가야한다.

세차하고 비맞기

  나는 세차를 즐겨하지 않는다. 차에 이것저것 덧붙이는 일명 '튜닝'도 좋아하지 않는다. '튜닝의 끝은 순정'이라는 말을 믿고 사는 편이다.

  그런데 꼭 비 오기 전날이면 세차장에 들르는 버릇이 있다. 그것도 셀프 세차장을 말이다. 비오기 전날 하는 세차는 나름 운치가 있다. 우선 세차장이 한가해서 좋다. 나처럼 세차를 잘 하지 못하는 사람이 급하지 않게 할 수 있어서 좋다.

  다음 날  비가 오면 유리창에 튕기는 빗물을 바라보는 것도 좋다. 더러운 유리창이 아닌 깨끗한 창에 튀기는 물방을이 주는 신선함이란 도심에서 찾기 힘든 여유가 되곤 한다. 와이퍼가 움직이고 남은 부분에 때가 아닌 물방울이 남는 것도 좋기만 하다.

  비를 맞은 뒤 주차할 때 바라보는 본네트 위 물방울도 상쾌하다. 다시 세차를 하지는 않겠지만 비를 맞았는데도 많이 더럽지 않아서 오히려 좋다.

  세차는 운전자를 위해 하기도 하지만 남을 위해서도 한다. 주차된 차량 옆을 지나다 옷에 묻은 먼지를 털어낼 때면 화가 나기 보다 내 차를 다시 보게 된다. 이중 주차된 차량이 더러워서 손으로 밀기조차 애매할 때면 자연스럽게 주인이 궁금해 지기도 한다.

  어제도 한가한 셀프 세차장에서 세차를 했다. 말끔한 차량을 보면서 흡족하기도 하거니와 오늘 아침 유리창을 지나다니는 와이퍼의 소리와 남은 빗물의 상쾌함이 아직 여운처럼 남아 있다.

매거진의 이전글 출근길에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