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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늘을 나는 백구 Feb 10. 2023

아직 어른이 아닌 너희들에게

어른이들에게

  오늘도 재수 종합반의 아침이 시작되었습니다. 일찌감치 집을 나서 교실에 들어선 아이들 중 누군가는 양치를 하러, 누군가는 밀린 잠을 자며, 누군가는 영단어를 외우며 조례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오늘 아침 저는 분명 노래를 잘못 선곡한 게 틀림없습니다. '잔나비'의  '꿈과 책과 힘과 벽'을 들은 게 잘못이었습니다. 괜시리 감상에 젖어 버린 걸까요? 아이들 모습이 안쓰럽기만 합니다.

  지금 하고 싶은 일도 많을 것이고, 한참 꾸미고 싶기도 할텐데 학원 교실에서 눈에 힘을 주려고 노력하는 아이들의 얼굴에서 거창하게도 민족의 앞날이나 젊은이의 꿈은 찾기 어렵습니다. 그래도 괜찮습니다. 아이들에게 왜 공부해야하는 지를 큰소리로 말할 수 있는 곳이 이곳이니까요.



  너희가 원하는 대학입학하게 되면, 경쟁에 밀려서 못 가게 된 사람도 분명 있을 거야. 그들 몫만큼 열심히 공부하려고 대학에 가는 거란다. 그리고 너희가 배운 걸 돌려 줘야겠지? 음악으로도, 그림으로도, 내가 만든 물건으로도, 의술로도, 아이디어로도 무엇이든 좋겠어. 다만, 내 배를 불리기 위해서 공부하는 것만은 아니라는 걸 알면 좋겠어. 그래야 지금 너희들의 힘겨운 싸움이 조금은 정당해지지 않겠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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