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필 하나 들고

얘들아 대학 가자!

  재수를 하기 위해 종합학원에 등록을 하는 경우가 많다. 최근들어 학원은 줄어든 수험생을 붙잡기 위해 난리도 아니다. 우선 다른 학원에 등록하기 전에 학생을 선점하려고 한다. 일명 '선행반'이라는 이름이다. 그리고 과거와 달리 1년 내내 학생을 선발하기도 한다. 가령, 재수선행반, 재수 정규반, 재수 예체능반, 반수반, 의치한 대비반 등의 순서로 1년 내내 학생을 선발한다. 이래야 학원을 운영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알고 있는 메이저급 학원들도 예외는 없다.

  오늘은 선행반 마지막 수업이 있는 날이다. 언제나처럼 분필 하나 손에 들고 교실을 향했다. 작년부터 교재는 테블릿에 담아 다니니 그야말로 단출하다. 교실 문 앞에 서니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나는 아이들에게 모든 것을 쏟아 부었나?

  하지만 얼른 답을 하지 못했다. 하기야 교사 생활을 할 때도 매 시간 모든 것을 쏟아 부었던 적이 많지 않았는데, 돈을 벌려고 나선 현장에서 매 시간 어찌 다 쏟아 부을 수 있을까. 그래도 수업에 고마워하는 아이들이 더 고맙다.

  어떤 때는 나도 모르게 온 힘을 다해 수업을 하기도 한다. 나를 보는 학생들의 시선과 교실 분위기 때문이리라. 그렇다고 늘 학생들의 시선에 기대어 수업을 할 수는 없는 일이다.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내가 많이 준비를 하고 자신감이 넘칠 때 수업은 평균 이상의 결과를 가져온다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지금도 교재를 만들고 좀더 쉽게 설명하기 위해 여러 방법을 고민한다. 

  아침 일찍 아이들 얼굴을 보니 1개월 조금 넘는 시간인데 많이들 나이들어 보인다. 처음 볼 때 애기 같았는데 이젠 제법 재수생 티가 난다. 

아이들이 더 나이들지 않은 채 대학에 들어가면 좋겠다.
그러러면 내가 조금더 나이들면 될 일이다. 

지금도 많은 나이인데 조금더 나이든다고 뭐가 문제일까.

  '정규반' 시작을 앞두고 다시금 선생으로서 교육자로서 해야 할일을 고민하는 아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