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의 명절

사랑 그리고 정성 그리고 그리움

by 하늘을 나는 백구

어머니는 늘 바쁘셨다. 젊어서는 자식들 키우느라, 나이 들어서도 자식들에게 신세 지기 싫어서 늘 바쁘게 움직이셨다. 어머니의 바쁜 일상은 명절이면 특히 빛을 발했다. 명절 1주일 전부터 시장을 여기저기로 다니시면서 좋다는 과일과 고기, 때로는 제기 그릇 등을 사 오셨다. 집이 자양동인데도 장위동 근처 시장까지 다시셨고, 고기는 늘 마장동에서 끊어 오셨다. 명절 전날은 다양한 전과 음식들을 준비했다. 당일 새벽은 3시 전에 일어나셔서 나물을 무치고, 고기를 삶았다.

차례상 차리는 일은 내 몫이었다. 1년에 제사를 포함해서 11번 정도 상을 차리다 보니 이젠 뭐 상 차리기에 달인까지는 못 되어도 준 달인 정도는 될 듯싶었다. 상을 차릴 때도 음식을 준비할 때와 마찬가지로 늘 정성을 다하라 하셨다. 먼지 한 톨도 올라가지 못하도록 조심조심이었다. 행여 머리카락이라도 보일라치면 얼른 상을 닦으셨다. 뭐, 머리카락이 조상님들에게는 뱀으로 보인다나. 상에 올리다 제기 그릇에서 음식이 떨어지면 다시 올리지 못하도록 엄하게 말씀하셨다.

차례를 지내면 식구들끼리 둘러앉아 식사를 했다. 물론 어머니는 부엌에 앉아 얼른 밥을 드셨다. 그리고 설거지를 시작하셨다. 손님들이라도 올라치면 하루에도 상을 차리고 치우기를 10여 차례 반복했다.

할아버지께서 돌아가시고, 아버지도 돌아가시자 갑자기 차례를 없애자고 말씀하셨다. 오래전부터 교회를 다닌다는 것도 하나의 이유였지만, 난 무조건 찬성이었다. 집에서 기다리면서 준비하는 사람보다 어쩌다 한 번씩 들르면서도 귀찮은 표정들을 하는 숙부와 숙모들 얼굴을 보지 않아서 좋았다. 덕분에 10 여전 전부터는 명절이 간단해졌다. 하지만 매일 아침 근처에 사시는 어머니를 모시고 와서 예배드리고 음식을 함께 하는 일을 잊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어머니께서 돌아가시고 두 번째 맞이하는 명절이다. 한 번은 추석이었고, 이제 설이다. 작년 이맘때 그렇게 골절로 고생하시더니 이젠 좀 편안해지셨으려나 모르겠다.

어머니께서 상을 준비하시며 정성을 다하시던 모습을 다시 떠올려 본다. 매사를 그런 자세로만 임한다면 어디에서든 성공을 못하랴는 생각도 해 본다. 교회를 다닐 때에도 어머니의 정성 반만이라도 갖추면 하나님 보시기에 정말 좋을 것이라는 생각도 해 본다.

과거보다 훨씬 편안하고 수월한 명절이지만 맘 한편은 더욱 헛헛해지는 명절인 듯하다. 아버지의 퉁명스러운 말투와 어머니의 걱정스러워하던 눈빛이 유난히 그리워지는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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