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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축하하네

by 하늘을 나는 백구

어제 대구엘 방문했다. 조카가 결혼을 한다고 했다. 그 조카로 말하자면 사연이 좀 있다. 아기였던 시절 엄마랑 아빠가 이혼을 했다. 당시 뱃속에 아이가 있던 여동생이 힘들어해서 우리 집(당시 우리도 신혼이었고, 첫째 아이가 아내 뱃속에서 자라고 있을 때였다.)에서 6개월 정도를 함께 지냈다.

동생은 나중에 좋은 남자를 만나서 함께 살게 되었다. 당시 나는 결혼식에 참석하지 못했다. 수능출제 때문에 갇혀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나중에 알고 보니 이게 동생에게는 무척 서운한 일이었던 것이었다. 물론 아내와 아이들이 함께 결혼식에 참석했고, 사정을 얘기했지만, 아마도 내가 그렇게 살아가는 자신을 미워해서 안 왔다고 혼자 오해를 했던 것 같았다. 나중에 어머니 돌아가시고야 그 오해는 풀렸다.

이 동생으로 말할 거 같으면 또 어머니와도 오해가 있었나 보다. 자신이 그렇게 사는 게 꼴 보기 싫어서 오빠와 어머니 집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서 살라고 했다는 오해다. 전혀 사실이 아니지만, 어머니가 오해를 살만한 말씀을 하셨던 모양이다. 어머니 생각에는 그렇게 살고 있는 딸 보기에 속상하셔서 홧김에 하신 말씀이신 것도 같았다.

도대체 먹고는 살지 걱정이었던 조카가 결혼을 한다 하고, 아파트도 (물론 생애최초인지 뭔지 대출을 끼고였지만) 사고했다고 하니 결혼식장에서 나와 막내 여동생과 내 아내가 청승맞게도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남들이 보면 뭐라고 할까 걱정도 잠깐 됐지만 그보다 감정이 먼저였던 것 같았다. 어머니가 보시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생각과 동시에 어렵게 살아왔던 동생의 삶과 우리 가족의 이야기가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기 때문이었다.

그저 알뜰살뜰 살아라.

라고 말했지만 그건 걱정 안 해도 될 듯싶다. 타고난 천성이 그러하니 말이다. 아무튼 오늘은 아내에게 무척이나 고마운 날이었다.

그나저나 처와 아이를 버리고 간 놈은 잘~못 살았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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