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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운을 믿어보며

믿는 자에게 복이 있겠죠?

by 하늘을 나는 백구

돌아보니 골프를 시작한 지 거의 20년이 넘어간다. 그런데 늘 흔히 말하는 100돌이 놀림을 받는다. 누구는 나더러 진달래꽃이라고도 한다. '사뿐히 즈려 밟고 간다'는 의미라나. 골프라는 운동을 꾸준히 하지 못한 까닭도 있을 것이다. 1년에 2~3번 필드를 나가니 뭐 가서 농사를 짓는 것인지 공을 치는 것인지 모를 정도로 헤매다 오기 일쑤다. 뒤땅을 하도 파 놔서 캐디님 눈치 보기도 바쁘다.


지난주 토요일에 처제 내외가 골프장 예약을 했다면서 우리 딸과 같이 갔으면 좋겠다고 했다. 처제가 첫 라운딩(일명 머리 올린다고들 하는)을 하는데 다른 사람보다 형부랑 조카와 함께하면 좋을 거 같아서란다.


충청도에 위치한 골프장이라 좀 따스할 것이라고 생각한 것은 딱 들어맞았다. 다만, 이틀 전에 내린 폭설로 필드 외곽으로 공이 날아가면 분명 떨어지는 곳을 봤는데도 도무지 근처에 가서 볼을 찾을 수가 없었다. 다행히 시간이 지나면서 땅이 녹기 시작해서 공이 튀어 나가는 건 덜했다. 아주 오랜만에 나간 필드 치고는 힘도 덜 들어가고 공도 잘 뜨고 하여 나름 처제 앞에서 어깨에 힘을 주고 라운딩을 하던 때,


8번 홀 호수를 가로지르는 140미터 좀 넘는 파 3홀에서 내가 친 공이 참으로 똑바로 날아가 잘 굴러가는 게 보였다. 거의 핀 근처로 간 것 같아서 이 정도면 몇 년 만에 한 번 할까 말까 한 버디를 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했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그린 근처에 가서도 내 볼이 보이지 않는 것이 아닌가?

아, 혹시 볼이 너무 굴러 그린 밖으로 나갔나?

그런데 그린 밖을 봐도 도무지 진한 초록색의 볼이 보이지 않았다. 한참 투덜거리니 딸아이가 혹시 모르니 홀컵에 가보란다. 그때부터였다. 갑자기 가슴이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홀컵 근처에 가서 바로 홀컵을 보기 힘들었다. 그때 마치 영화의 한 장면처럼 홀컵에서 초록빛이 새어 나오는 것만 갔았다. 그리고 이내 난 만세를 불렀다.

와.... 아..... 어....

딸아이 말을 빌리면 내가 그 자리에서 팔짝팔짝 뛰었단다.


난생처음 해본 '홀 인 원'이었다. 모두들 축하를 해 주었다. 난 속으로

골프라는 운동이 참으로 실력과는 상관이 없다.

라는 생각을 해 보았다. 나 같은 사람도 이런 행운을 얻었으니 말이다. 그리고 속으로 또 빌었다. 주변에서 동반자까지 3년은 운수 대통이라고 해 대니 엉뚱한 상상도 해 보게 된 것이다.

다른 일들도 제발!!! 대박이 나게 해 주세요!!!
홀인원기념품.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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