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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교육과 사교육 사이

어디면 어때?

by 하늘을 나는 백구

학교를 그만두고 학원에 나올 때는 다시는 학교로 돌아가지 않기로 맹세했다.


어느 날 분당의 유명 사립고 연구부장에게 전화가 왔다. 나에게 학교 특강 수업을 부탁했다.

난 학교 수업이 어렵다고 고사했다. 하지만 연구부장은 내가 근무하던 학원까지 찾아오는 성의를 보였다.

결국 부탁을 받아들이고 6개월 정도 학교에 가서 학원처럼 수업하기로 했다. 이때 경험 중 하나를 글로 섰었다.

중경외시


작년 초에 전에 근무하던 학교에서 연락이 왔다. 학교에 방문을 요청하길래 급한 일이 생긴 것으로 느꼈다. 방문해서 학원장님과 교장님, 교감님 등과 이야기를 나눴다. 날 보자고 한 이유는 다음과 같다.

학교에 기숙사가 있는데 코로나로 계속 아이들 선발을 못하고 있다가 다시 학생을 모집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아이들과 학부모들이 기숙사에 지원을 하지 않는다. 어떻게 하면 기숙사 학생들 모집과 성적 향상을 위한 방법을 찾을 수 있겠느냐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은 학원 강사들이 학교에 가서 특강 수업을 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계획을 말씀드렸더니 무엇이든 도와주면 본인들도 최선을 다해 지원해 주겠다고 했다.


내가 그날부터 유심히 보게 된 것이 바로 선생님들 구성이었다. 과거에 '강사' 정도가 몇 분 계셨지만 대부분은 정교사들이었는데, 요즘은 학교들마다 정교사보다는 기간제 교사가 더 많은 것 같았다. 아이들이 줄어들고 교원은 남아도니 정교사 선발이 꺼려지는 이유였다.


그날 이후 학교 일을 도와 드리면서 계속 고민을 하게 되었다. 학원과 학교 사이의 벽이 허물어지고 있는 시점이다. 학점이수제의 궁극적인 취지가 여기에 부합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는 공교육과 사교육을 구분할 수도, 구분할 필요도 없어진 것만 같았다.


다행히 계획은 성공적으로 실행되었고, 올해 기숙사생 모집은 정원을 넘어 대기자가 많아지기까지 했다. 이를 계기로 다른 학교 기숙사에서도 문의가 오고 있다. 일단은 현 학교에 집중하는 것을 우선으로 한다고 말씀드리고 차차 계획을 잡아보기로 했다.


내 선배 중에 학원에서 정년 퇴임을 한 분이 계신다. 이분은 아직 자녀들이 어려서 좀 더 일을 해야 할 형편이라 다른 학원을 알아보는데 여의치가 않아 보였다. 그러나 작년부터 학교 기간제 교사를 알아보더니 급기야 계속해서 학교 기간제 교사로 일을 하고 있다. 정말 존경할만한 분이다.


여기서 또 한 번 생각을 하게 되었다.

이젠 공교육과 사교육의 벽은 사라져 버린 것 같다.
앞으로 해야 할 일을 명확하게 구분 짓거나 내가 만든 틀에 가두지 말아야겠다.

어쩌면 내년이나 그 어느 날에 내가 있어야 할 곳이 학원일지 학교일지는 아직 나도 모르겠다. 다만 현재 주어진 상황에 최선을 다할 뿐이다. 그리고 기다려야겠다. 일어나지 않은 일에 고민 따위는 하지 않기로 했다. 4월 어느 날 문득 드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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