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까이하기엔 너무 먼 너희들
언제부터인가 아이들과 학부모들에게 가까이 다가가기 겁이 났다. 겁이 났다기보다는 어려워졌다는 말이 맞을 것이다. 한 때 열정을 가지고 아이들을 가르치고 관리하던 내 태도를 부담스러워하기 때문이다.
어떤 선생님이 보습 단과 학원에 나가서 강의할 때 예전 버릇처럼 아이들과 시선을 마주치려고 노력했더니 돌아오는 말이
왜 자꾸 나만 쳐다보세요. 부담돼서 수업을 못 듣겠어요.
그래서인지 과거에는 공부 말고 생활이나 가정사 같은 것들도 가끔씩 물어보면서 소통하던 기억이 있었는데, 요즘은 학원 등록은 물론이고 퇴원도 마치 온라인쇼핑몰에서 산 물건 환불하듯이 아무 말 없이 와서 환불해 달라고 하기 일쑤다. 그나마 미리 전화를 주는 경우는 참 고맙기만 하다.
오늘도 한 아이 어머니가 학원에 와서 환불을 해 갔단다. 이젠 많이 익숙해졌다. 나도 익숙해져야 하고 학원도 익숙해져야 할 것이다.
학교 일을 도와주고 있는데 근무하는 후배 교사가 이런 말을 한다.
그 아이 엄마는 아주 유명해요.
학교일에 관여 안 하는 게 없고 만날 전화해서 건의한답시고
전화를 안 끊어서 선생님들을 괴롭혀요.
전 아예 아이가 기숙사를 나갔으면 좋겠어요.
후배 선생님의 말도 일리가 있어 보이지만 학교 밖에서 생활하는 학원 강사의 입장에서 볼 때는 배부른 투정 같아 보인다. 하긴 학교를 그만둔다고 해서 선생님이 서류 작성하면서 고민할 필요도 없고, 뭐 자사고가 아닌 이상 활불해 줄 돈도 없을 테니 무슨 걱정이 있을 것인가 말이다.
내일 아침 일찍 출근해서 퇴원서류를 작성해야겠다. 올해 들어 직접 설명회를 진행하고 모집이 잘 되어서 좋았지만, 결국 시스템과 강의 만족도 문제 등으로 그만두는 걸 낸들 어찌하겠냔 말이다.
온라인 강의가 아이들 논높이를 너무 높여놓은 탓을 하는 것도 식상할 뿐이다.
너무 가깝지도
너무 멀지도 않게
그렇게
물 흐르는 듯이
올해는 버텨야겠다.
그나저나 아이들만 그러한 건 아닌가보다.
강사라고 다르지 않단 말
예전에는 아이들 성적과 결과에 기뻐했다던데
요즘 주변 젊은 강사들은 적은 돈에 휩쓸리니 말이다.
차라리 큰 돈이면 좋으련만
정말 적은 돈 몇 푼에
자신을 팔아버리는 강사도 있단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