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AI 중독증

GPT & Gemini

by 하늘을 나는 백구

언제부터인가 AI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기 시작했다. 단순한 문자 작성에서 보고용 서류작성까지 처음에는 조금씩 도움을 받았는데 점점 의지하는 정도가 커지더니 이제는 사소한 대화를 하기 전에도 먼저 Gemini나 ChatGPT에 물어보곤 한다.


한 번은 혹시나 하는 심정으로 사주를 물어보았다. GPT는 너무 자연스럽게 사주를 풀어주고 월별 상황들을 알려주었는데 Gemini는 본인의 고유 영역이 아니라면서 답변을 거부했다.


어제는 총 3건의 문자 발송을 하기 전에 GPT에게 묻고 수정을 받았다. 내가 지나치게 감정적일 때면 적절하게 조절해 주고, 나를 돌아보게 만들어 주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제는 무얼 먹고 무얼 먼저 할지까지도 온통 AI에게 질문을 하고 있다. 이건 그야말로 AI 중독증이라 할 것이다. 이제 내 생각은 없고, 있다고 하더라도 다른 기계의 도움을 받아 재단을 받고, 수정을 받고, 허락을 받아야 할 것만 같아졌다.


이게 비단 나만의 문제가 아닐 것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AI가 전달하는 내용이 늘 그럴듯해 보인다는 점이다. 그러다 보니 내가 판단하기 전에 먼저 묻고 기계적 판단을 따르게 되어버렸다. 이래서야 내가 나의 주인인지, AI가 나의 주인인지, 내 생각이 내 생각인지, 내 생각이라도 AI의 생각인지 도통 알 수가 없어졌다.


지난주 병원에서 진단받은 MRI 진단서와 사진을 두 AI에게 보여주니 거의 동일한 진단과 향후 대처법 등이 나온 것을 보고 너무 놀랐다. 병원에서 의사 선생님께서 말씀해 주신 내용과 거의 동일한 점에 소름이 돋았다고 할 수 있다. 아마도 AI에 대한 신뢰가 점점 더 쌓여가게 된 이유인 것도 같다.


앞으로 AI를 활용하는 사람과 못 하는 사람만이 이 세상에 남아 있을 것만 같았다. 반성을 한다기보다는 성찰 중이라는 말이 맞을 것이다. 혹시, 이 글도 AI에게 보여줄까? 하다가 그냥 쓰기로 한다. 글을 쓰는 것만큼은 내 자존심이니까.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기억, 그리고 소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