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원은 번창 중, 강사는 전쟁 중
올 초 학원 모집 등록률이 매우 높은 편이었다.
반은 금세 마감되고, 대기자도 생겼다. 학원 입장에선 ‘성공’이지만,
나의 책상 위엔 긴장이 먼저 쌓인다.
모집이 잘될수록 수업 밀도는 낮아지고, 한 명 한 명의 얼굴은 점점 흐릿해진다.
한두 명 문제아가 아닌, 한 반 전체가 ‘관리의 대상’이 되어버리는 순간.
그때부터 수업은 교육이 아니라 진압이 된다.
인원이 많아질수록 강사는 감정을 감춘 채,
계획보다 눈치를 먼저 본다.
누구 눈빛이 흐려졌는지,
어디서부터 이탈 조짐이 보이는지 파악하며 수업을 이끈다.
하지만
그 순간조차 칠판 뒤에서는
"우리 반은 몇 명이예요?"라는 질문이 날아든다.
숫자는 늘 중요하지만, 숫자만으로는 아무것도 관리되지 않는다.
관리의 강도가 강해질수록 강사의 자존감도 함께 무너진다.
학원은 ‘사업’이다.
많이 모집해야 운영이 되고,
수익이 나야 지속된다.
하지만
그 한가운데에서 강사는
‘사람을 가르치는 사람’이 아니라,
시스템의 마감재처럼 소모되고 있다는 감각을 지울 수 없다.
어느 순간부터 ‘전쟁 중입니다’라는 말이 인사처럼 튀어나오는 이유다.
전선은 늘 교실이고, 진압 대상은 매일 바뀐다.
학원은 번창 중이고, 강사는 생존 중이다.
그래도 웃는다. “이번 달도 무사히 버텼습니다.”
오늘도 우리는, 잘 팔리는 교육의 최전선에서 전쟁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