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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노래

무서운 자와 무서워하는 자

무서워하는 자가 무서운 자가 되고

by 하늘을 나는 백구

'초보운전' 스티커를 붙인 지

3년은 족히 넘었을 것 같은

자동차를 보면 무서워진다.

대체로 그 차의 운전자는

끼어들기도 능숙하게 하고

속도도 낼 줄 알지만

내 입장에서 본다면

'초보'라서 저러는가 싶기 때문이다.


'아이를 태웠다.'는

스티커를 붙인 차량도

무섭다.

아이를 태웠다면

응당 안전운전을 할 것으로 보이지만

대개 그 차 운전자들은

다른 사람의 허점을 잘도 노리는 것 같기 때문이다.


산책로에서

온갖 형광색 치장을 하고

빠르게 달리는 자전거는

전동 킥보드보다는 덜 무섭다.


길을 지나다

어깨를 '툭' 하고 부딪히고는

위아래를 훑어보는

젊은 친구들이 무섭다.

골목에서 교복을 입고

담배를 피우는 학생들은

조금 덜 무섭기도 하다.


직장에서

자신이 최고인 줄 알고

떠벌리면서

욕설을 수시로 내뱉는

안하무인의

젊은 친구들은

차라리 안 무섭다.

왜냐하면

저들도 나이를 들고

저들보다 더한 친구들을

보며 살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생각을 하면서

휴일 오전을 보내는 내가

제일

무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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