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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제

가지가지하네요.

by 하늘을 나는 백구

오늘 아침 지각을 하면서 지금 택시 타고 오고 있다고 당당하게 사진을 보낸 아이가 있다.

그리고 그 아이가 학원에 오면서 커피를 사 왔다. 놀라운 일은 자작시라고 글을 써서 붙여 온 것이다. 더욱 놀라운 일은 이 아이의 전공이 체육이라는 점이다.

누구나 밟고 지나가는 어두운 골목에

움켜쥔 꿈 하나를 품고

말없이 버텨온 계절들을 걸어왔다.


처음엔 모서리가 날카로웠다.

실패에 찔리고, 시련에 베이면서

매일 부딪히며 조끔씩 깎였다.

그래도, 부서지지 않았다.


묵직한 나를 밀어 올리며

묵묵히, 천천히, 단단히


누군가에겐 그저 밟고 지나가는 조약돌일지라도

수백 번 넘어지며 굳어지는 이 시간들이

언젠가 나를 바위로 만든다는 걸


그래서 내가 말해 주었다.


참, 가지가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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