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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늘을 나는 백구 Mar 03. 2023

상담1

침묵 깨기

  일명 예체능 아이들과 첫 만남이다. 곧장 상담을 했다. 우선 눈에 띄는 건 아이들의 입시 정보가 웬만한 입시 전문가보다 많다는 사실이었다. 아마 실기 학원에서 꾸준히 입시 관련 얘기를 듣고 지냈기 때문이 아닐까 한다. 심지어 학교별 다양한 전형 기준을 외우고 있는 아이도 있었다. 그런데 이 아이들이 전부 재수학원에 와 있는 것이다. 그 이유는 먼저, 수능 성적이 안 나와서다. 다음은 다양한 이유로 실기에 실패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아이들이 알고 있는 입시 정보는 '입시결과'와는 인과성이나 필연성이 없다고 보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입시 정보는 입시 결과와 다르다.


  우리는 흔히 이런 실수를 저지른다. 특히 학원에서 주최하는 입시 설명회를 찾아 다니는 학부모 가운데 많은 사람들이 입시 정보를 꿰뚫고는 있지만 정작 입시에서 중요한 점을 놓치고 있다. 기본 실력이 뒷받침되어야 하는 데 말이다.

  그러므로 우선,
남에게 내가 얼마나 많은 입시 관련 정보를 알고 있는가를 자랑하지 말아야 한다.



  A는 손목 인대 부상으로 체고 1학년 때까지 꾸었던 양궁인의 꿈을 포기했다. 그렇지만 체육인의 꿈을 포기하지 못하고 계속해서 체대 입시를 준비 중이다. 목표는 숙대와 한체대다. 물론 올해는 작년과 다르게 정시 중심으로 대비하려고 한다.

  B도 체대 입시 준비 중이다. 국민대와 이대를 목표로 공부 중이다. 국어와 탐구 점수가 잘 나와야 안심할 수 있다. 이대의 경우는 실기보다 성적이 우선이다. 그런데 작년 목표대학을 탈락한 이유는 수능 성적이 아니라 실기 때문이었다니 좀 아이러니하다. 허리 디스크 증세로 정기적으로 정형외과 치료를 받는다고 하니, 어린 나이에 고생이 이만 저만이 아니다.

  C는 미술 전공자다. 작년 수능 평균 등급이 2.5인데 수시에서는 서류 부족으로, 정시에서는 손목 부상으로 실패했다. 디자인 기초소양을 준비하다 무리를 한 모양이다. 물론 입시 결과에 대한 평은 본인의 진단 결과이다. 올해는 서울대를 목표로 진학하려고 하기에 수학까지 공부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옆에서 지켜보면서 지원해 줘야 할 것이 한 두 개가 아니다.

  D는 체교과를 지원하고자 한다. 아직도 높이뛰기나 윗몸일으키기 등을 시험 과목으로 치르는 학교에 진학한다니 해야할 일이 태산이겠다. 교원대까지도 목표로 한다는 걸 봐서 교육자 집안의 아이답다는 생각도 들었다.



  첫날의 상담인데 상담을 하기 보다 상담을 받은 느낌이 강하게 든 하루였다. 아침부터 교재 나눠주고, 각종 서류 챙기다 보니 수업도 깜빡 잊을 뻔 할만큼 바쁜 하루였다. 앞으로 또 어떤 일이 벌어질지 궁금하기도 하고, 기대도 된다.

  아가들아! 힘들지만 혼자가 아니니 나랑 함께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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