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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훈론

내 인생의 최고의 날은 아직인가 보다.

by 하늘을 나는 백구

예전 교사생활을 할 때 근 5년 동안 계속 사용했던 급훈이 있었다. 당시 ‘봄여름가을겨울’이라는 그룹이 불렀던 ‘브라보 마이 라이프(Bravo, My Life)’라는 노랫말이 가슴에 와닿아서 노래 제목을 그대로 급훈으로 사용했었다. 그리고 노래를 '반가'라는 강압적 타이틀을 걸고 무조건 외워서 종례 때마다 아이들에게 부르도록 시켰다.

돌이켜보면 어이없는 일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 아이들도 불혹의 나이에 들어섰을 테니 노랫말의 의미를 느낄 수도 있지 않을까 한다.


근래 학교 외부 특강을 진행 중인데, 교실마다 붙어있는 급훈이 눈에 띈다.

’하방하핑‘ 이게 무슨 말인가 하고 내용을 보니 ’하고자 하는 사람은 방법을 찾고 하기 싫어하는 사람은 핑계를 찾는다.’라고 하니 그야말로 기가 막힌 작명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 어떤 반에 가 보니 “개인 Play ㄱㄱ”라고 쓰여 있다. 이건 또 무슨 뜻일까?


아무리 생각해도 “개인 플레이 고고”말고는 떠오르지 않았다. 그런데 학급 급훈으로 이런 말을 쓰다니. 예전 교직에 있을 때, 내 급훈을 보고 동기(동갑이자 친구였던) 교사가 “깨끗하게, 맑게, 자신있게”라는 급훈을 썼을 때보다 황당했다. 물론 동기의 급훈은 남자고등학교라는 특성으로 볼 때, 충분히 고개가 끄덕여지는 것이기도 했으니 말이다.

가만 생각해 보니 또 의미가 아예 없는 것은 아닌 것도 같았다. 우선,


​긍정적인 의미를 떠올려 보자면, 각자의 개성과 능력을 존중하고, 팀에 의존하기보다 스스로의 주체적인 노력을 통해 목표를 이루자는 의미일 수 있다. '각자 열심히 공부하고, 각자의 꿈을 향해 나아가라'는 메시지를 위트 있게 담은 것일 게다. 하지만,

​부정적인 의미라면, 다소 냉소적인 의미로, '어차피 다 같이 하는 건 의미 없으니, 알아서 살아남아라'라는 의미로 사용된 것일 게다.


급훈은 보통 긍정적인 의미를 담는 경우가 많으므로, 첫 번째 의미로 쓰였을 가능성이 더 높다고 믿기로 했다. 따라서 이 급훈은 “각자 스스로의 길을 찾아 최선을 다하자.”라는 뜻을 재미있게 표현한 것으로 볼 수 있겠다.


딸 아이를 따라 간 잠실 야구장에서 8회가 되니 ”Bravo, My LIfe”가 흘러나온다. 나도 모르게 옛 추억에 잠겨 큰 소리로 노래를 따라 부르니 별일이라는 듯이 딸이 곁눈으로 쳐다본다.


뭐 어떠랴. 내 인생은 아직 최고의 날이 오지 않았으니, 이제 “Bravo”를 외칠 날도 올 것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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