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하늘을 나는 백구 Mar 07. 2023

상담 3

공통점 발견하기

  처음에

  걱정했던 것과 달리 아이들 상담 내용에 공통점이 발견되었다. 굳이 실기 학원 외에 추가로 재수종합반 등록을 한 이유는 분명하다. 실기 실력이 어느 정도 완성되어 있다고 평가받는 상황에서 수능 점수를 올려보고 싶은 욕심 때문이다. 만약 본인들 희망대로 수능 점수가 올라가기만 한다면 현재 실기 실력에 비하여  지원 학교가 2단계 이상 상승할 수도 있다고 한다. 하기야 실기 학원에서 재수학원 추천까지 했을 때야 본인들이 올려줄 수 있는 부분과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 부분이 나눠져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일 게다.


  아무튼

   아이들이 가장 시급하게 점수를 올려야 할 과목은 예상대로 국어였다. 국어 과목 점수를 단기간에 올리기 위해 '사설 모의 고사 풀기, 기출 문제 풀기, 과외 수업 받기, 인강 시청하기' 등 다양한 경험을 해 보았지만 결국 점수에 발목을 잡혀 재수를 결심하게 된 것이다. 내가 알고 있는 수능 출제 원리로 볼 때 하지 말아야할 방법만 골라서 한 것 같다.


  여기서 잠깐!

  일반적인 재수 종합 학원에서는 예술, 체육 전공생에 대한 편견이 존재하고 있다. 학원은 학생들이 등원하고 퇴원하는 출결 확인이나 잘 하고, 한 두 명 그만 두면 대기생 또 뽑는 식으로 학급 인원을 채워 끝까지 유지만 하면 성공적이라고 생각한다. 입시 상담은 당연히 실기 학원 몫이니 수시나 정시에서 특별한 상담은 필요 없다고도 한다.


  그렇다면 

  굳이 나 같은 경력자에게 이 반을 맡길 필요는 없었을 것이라는 의문이 들었다. 그런데 또 그나마 다른 반 평균 인원의 거의 1.5배에 달하는 학생들 관리를 할 수 있는 사람들이 많지 않다는 말 - 사실 이건 핑계라고 본다. 왜냐하면 다른 선생들 가운데도 나만큼의 학원 경력자는 더 있었으나, 내 생각에 그들은 모두 예술, 체육 전공반을 꺼려했을 것이다. 굳이 입시 결과도 장담하지 못하고, 수시로 아이들이 드나드는 어수선한 분위기의 반을 맡을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을 곧이곧대로 믿지는 않는다. 사회 생활이란 게 어디든 본래 자신들의 몫을 주장하는 사람들끼리 담합을 하기 마련이지 않는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생들의 선한 눈빛과 부모님들의 간절한 응원들을 고려하면 아이들에게 무언가를 해 주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은 강박증이 들었다. 우선은 아이들에게 꼭 당부를 했다.

  "학원에서는 너희들을 편하게 생각하고 있다. 그런데 난 너희가 너무 불편하다. 왜냐하면 내가 옆에서 해 줘야 할 일이 점점 많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난 그 불편함을 즐기기로 했다. 먼저 국어 공부에 대해 정리해 보겠다. 너희들을 위해 수능출제 현장 경험자로서 출제의도와 정답 만드는 방법 등의 노하우가 담긴 자료를 별도로 만들고자 한다. 그리고 이런 내용은 정규 수업 시간에 해결하기 어렵기 때문에 특별히 자습 시간 중 한 시간 정도를 빼서 강의를 해 주려고 한다. 다만, 못 듣겠다는 학생은 그 시간에 독서실로 옮겨서 자습을 하면 된다."


  상담은

  계속 될 것이다. 아직 아이들 얼굴과 이름이 잘 맞아 떨어지지 않는다. 아이들은 왜 하루가 다르가 변하는지 모르겠다. 거기에 비해 내 얼굴은 늘 그대로다. 다만 어제보다 꼭 하루만큼 늙어갈 뿐이다.  그러므로 난 계속 아이들과 대면해야 한다. 지금 이 결심이 적어도 아이들 수능 시험을 볼 때까지만이라도 유지되기를 기도해 본다. 그리고 유지되도록 주변 환경을 만들어 달라고 기도해 본다.  

매거진의 이전글 상담2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