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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늘을 나는 백구 Mar 17. 2023

금쪽이를 위하여

얘들아 기죽지 마!

  사람들은 대개 누군가 예술이나 체육쪽 진학을 준비한다면 돈이 많이 들거나 공부를 못할 것이라는 편견을 갖는다. 이 말은 과거 어설프게 잘(?) 살던 때, 어설프게 알고 있던 입시에 대한 오해에서 비롯되었다.


  현재 미술, 체육 학원에서 입시를 공부하는 아이들의 경우 특정 학교를 제외하면 '수학'은 빼고 '국어', '탐구', '영어' 성적으로 입시를 치른다. 물론 여기에 '실기 점수'가 더해지거나 '미술활동보고서(일명, 미활보)' 등을 만들어야 한다. 이런 이유로 학원을 다른 아이들보다 더 다니는 것처럼 보인다.


  그런데 대치동만 하더라도 수학 한 과목을 2~3 강좌씩 듣는 아이들이 허다하다. 이들이 학원에 쓰는 돈이 예체능 전공자들이 학원에 쓰는 돈보다 적다고 확신하기는 어렵다. 어떤 아이는 학원 수업을 따라가기 위해 그 과목 과외 수업을 별도로 듣는다고 하니 이건 뭐 학원을 위한 학원을 다니는 셈이다.


 예술과 체육을 전공하려는 수험생의 입시 성적을 보면 최소 인서울 학교 진학을 위해서 수능 평균 3등급 이상을 받아야 한다. 이는 일반 학과에 정시로 인서울 하는 아이들에 비해 점수가 낮지 않다는 것을 뜻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예술이나 체육을 전공하는 아이들에게 편견을 갖는 이유는 무엇일까? 제대로 알지 못하지만 아는 척 하기 좋아하는 사람들이 만들어낸 허구일터인데도, 그대로 믿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일부 고액 지도를 받는 경우를 성급하게 일반화한 결과다. 수학이나 과학 고액 과외를 받는 아이들과 뭐가 다르다는 건지 알 수 없다. 다시 말해서 어느 곳이나 어떤 과목이든 맘만 먹으면 고액 수업을 찾기 어렵지 않은데도, 굳이 예체능 전공자만 문제가 있다는 식으로 몰아세운 결과다.  따라서 예술이나 체육을 하는 아이들에게 돈이 많이 든다는 것은 반은 맞고 반은 틀린 말이다.


  다음으로 아이들의 성적과 관련된 이야기다. 듣기에 따라서 조금 불편할 수도 있다. 일반적인 수험생을 기준으로 볼 때, 아이들의 평균 성적은 등급상 5등급이 맞다. 왜냐하면 9등급 체제에서 한 가운데는 5등급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학생이 3등급이라면 중상위권이라 할 수 있고, 2등급이라면 상위권이 되는 것이다. 같은 점수라도 실기에 따라 당락이 결정되기 때문에 예술과 체육 전공자들은 실기 대비를 철저히 하게 된다. 실기에 열심이라는 말이다. 그렇다고 해서 이 아이들이 모두 수능이 형편없는 건 아니다. 오히려 중상위권 이상의 아이들이 의외로 많다. 결과적으로 예술과 체육 전공자들의 수능 점수는 생각 보다 높은 편이다.


  이런 아이들이 학원비 납부 고지서를 보면서 눈동자가 흔들린다. 부모님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기 때문이리라. 이런 아이들에게 뭐라 말을 해 줘야 할까를 고민해 본다. 고민 끝에 고작 생각해 낸 말이 이것이다.


부모님을 없어 보이게 만들지 마라.
너희들의 걱정은 이기심에서 비롯된 것이다.
누군가에게 빌린 것을 갚지 않으려는 심보와 비슷하다.
부모님께 사랑과 물질을 빌린다고 생각하자.
그리고 그건 나중에 꼭 갚아야 할 것이라 생각하자.
그리고 조금은 당당하게 부모님께 요구하거라.
일단 중도금부터 갚을 거라고 말씀드리면서.
그 중도금은 다름아닌 올해 입시 대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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