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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늘을 나는 백구 Mar 13. 2023

말할 수 있는 비밀 3-(3)

시작이 반이다.

  비문학 독서 지문을 읽으라고 하면 시작 부분은 대충 읽고나서 중간 부분에 집중하려는 사람이 많다. 이런 식으로 글을 읽으면 처음 내용은 그런대로 이해되는 것 같지만 중간에서 내용이 뒤섞여 정리가 잘 되지 않는다. 결국 읽기를 포기하거나 처음부터 다시 읽기를 반복하게 된다. 비문학 독서를 어렵다고 말하는 사람들의 공통된 독서 특징이다.


  다음 글을 읽어보자.


  지구상에서는 매년 약 10만 명 중의 한 명이 목에 걸린 음식물 때문에 질식사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인간의 호흡 기관(기도)과 소화 기관(식도)이 목구멍 부위에서 교차하는 구조로 되어 있기 때문에 발생한다. 인간과 달리, 곤충이나 연체동물 같은 무척추동물은 교차 구조가 아니어서 음식물로 인한 질식의 위험이 없다. 인간의 호흡 기관이 이렇게 불합리한 구조를 갖게 된 원인은 무엇일까?

                                                                   (중략)

  이처럼 진화는 반드시 이상적이고 완벽한 구조를 창출해 내는 방향으로만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진화 과정에서는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기 위한 최선의 구조가 선택되지만, 그 구조는 기존의 구조를 허물고 처음부터 다시 만들어 낸 최상의 구조와는 차이가 있다. 그래서 진화는 불가피하게 타협적인 구조를 선택하는 방향으로 이루어지며, 순간순간의 필요에 대응한 결과가 축적되는 과정이라 할 수 있다. 질식의 원인이 되는 교차된 기도와 식도의 경우처럼, 진화의 산물이 우리가 보기에는 납득할 수 없는 불합리한 구조를 지니게 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윗글은 '질식사'의 사례 제시로 글을 시작하고 있다. 그런데 질식사의 원인이 '기도'와 '식도'의 교차하는 구조 때문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마지막 문장에서 '불합리한 구조를 갖게 된 원인'을 살펴보고자 한다고 정리하고 있다. '중략' 이후는 글을 마무리하는 부분이다. '진화가 이상적이고 완벽한 구조를 창출해 내는 방향으로만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라고 한다.

  그렇다면 이 글의 핵심 내용은 '질식사'와 관련된 것일까? 아니면 '진화'와 관련된 것일까? 조금만 생각해 보면 이 글은 '생물의 진화가 완벽한 구조를 만들지는 못한다.'라는 내용을 '질식사'의 사례를 활용하여 설명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리고 '중략' 부분에서 인간의 호홉 기관과 소화 기관이 교차하는 구조로 진화한다는 점을 과정 중심으로 설명할 것임을 추론할 수 있다. 글의 시작 부분만 잘 읽어도 전체 화제와 내용 전개 등을 예측할 수 있으며 결과적으로 글의 주제를 좀더 쉽게 찾을 수 있게 된다.


  다음 글을 읽어 보자.


  뉴욕 타임스와 워싱턴 포스트를 비롯한 미국의 많은 신문은 선거 과정에서 특정 후보에 대한 지지를 표명한다. 전통적으로 이 신문들은 후보의 정치적 신념, 소속 정당, 정책 을 분석하여 자신의 입장과 같거나 그것에 근접한 후보를 선택하여 지지해 왔다. 그러나 근래 들어 이 전통은 적잖은 논란거리가 되고 있다. 신문이 특정 후보를 지지하는 것이 실제로 영향력이 있는지, 또는 공정한 보도를 사명으로 하는 신문이 특정 후보를 지지하는 행위가 과연 바람직한지 등과 관련하여 근본적인 의문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윗글은 언론(특히 신문)이 선거 과정에서 특정 후보를 지지하는 사례로 출발한다. 그런데 오래된 관습이 '적잖은 논란거리가 되고 있다.'라고 한다. 이 말은 현실에서 문제거리가 되고 있다는 말이다. 보통 수능 지문에서 문제를 제기하면 뒤쪽에서는 해결 방법을 제시하게 된다. 제시문의 마지막 부분에는 신문의 특정 후보 지지가 '실제로 영향력이 있는지', '과연 바람직한지'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이 말은 앞으로 '영향력 측면'을 먼저 점검한 뒤 '바람직한 지'를 확인하겠다는 뜻으로 이해할 수 있다. 윗글이 비문학 독서 지문의 시작 부분이라면 이미 글 전체의 주제와 내용 전개 방식을 알려주고 있는 셈이다.


  다음 글을 읽어 보자.


  혈액은 세포에 필요한 물질을 공급하고 노폐물을 제거한다. 만약 혈관 벽이 손상되어 출혈이 생기면 손상 부위의 혈액이 응고되어 혈액 손실을 막아야 한다. 혈액 응고는 섬유소 단백질인 피브린이 모여 형성된 섬유소 그물이 혈소판이 응집된 혈소판 마개와 뭉쳐 혈병이라는 덩어리를 만드는 현상이다. 혈액 응고는 혈관 속에서도 일어나는데, 이때의 혈병을 혈전이라 한다. 이물질이 쌓여 동맥 내벽이 두꺼워지는 동맥 경화가 일어나면 그 부위에 혈전 침착, 혈류 감소 등이 일어나 혈관 질환이 발생하기도 한다. 이러한 혈액의 응고 및 원활한 순환비타민 K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



윗글의 화제는 '비타민 K의 역할'이다. 글에 따르면 비타민 K는 혈액의 응고와 원활한 순환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따라서 이 글은 앞으로 '혈액 응고와 관련된 비타민 K의 역할'을 언급하고, '원활한 순환과 관련된 비타민 K의 역할'로 마무리될 것임을 예측할 수 있다. 혈액이 몸 밖으로 흐르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혈병'이라는 덩어리가 필요하지만, 혈액이 혈관에서 원활하게 순환하려면 '혈전(혈병)'이 쌓이면 안 된다. 결과적으로 유사한 현상이지만 인체 어느 부분에서 나타나는 지에 따라 그 결과는 달라진다는 말이다.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해보자.


  경제학에서는 증거에 근거한 정책 논의를 위해 사건의 효과를 평가해야 할 경우가 많다. 어떤 사건의 효과를 평가한다는 것은 사건 후의 결과와 사건이 없었을 경우에 나타났을 결과를 비교하는 일이다. 그런데 가상의 결과는 관측할 수 없으므로 실제로는 사건을 경험한 표본들로 구성된 시행집단의 결과와, 사건을 경험하지 않은 표본들로 구성된 비교집단의 결과를 비교하여 사건의 효과를 평가한다. 따라서 이 작업의 관건은 그 사건 외에는 결과에 차이가 날 이유가 없는 두 집단을 구성하는 일이다. 가령 어떤 사건이 임금에 미친 효과를 평가할 때, 그 사건이 없었다면 시행집단비교집단의 평균 임금이 같을 수밖에 없도록 두 집단을 구성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두 집단에 표본이 임의로 배정되도록 사건을 설계하는 실험적 방법이 이상적이다. 그러나 사람을 표본으로 하거나 사회 문제를 다룰 때에는 이 방법을 적용할 수 없는 경우가 많다.


  경제 정책의 효과를 평가하는 방법을 소개하는 글이다. ( O      X )


  어떤 사건의 효과는 사건 발생 전과 사건 발생 후의 결과를 비교하는 일이다. ( O      X )


  사건의 결과를 객관적으로 평가하기 위해서는 사건이 없었을 때 시행집단과 비교집단의 결과가 같도록 두 집단을 구성해야 한다.   ( O      X)





( O      X )

( O      X )

( O      X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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