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노래

배변훈련Ⅱ

어린 아이의 천연덕스러움은 나의 캔버스요, 배설은 곧 예술의 시초니.

by 하늘을 나는 백구

제 1 장. 완전한 소유

나의 내부에 가득 찬, 나를 닮은 그것. 팽창하는 우주와 같이. 응고된 시간의 집합체. 누구에게도 보일 수 없는, 오직 나만의 것.

제 2 장. 폭발하는 해방

일순간의 결단. 괄약근의 해방. 그것은 낙하하는 유성이요, 세상을 향한 나의 첫 번째 선물. 보라, 이 찬란한 분열을.

제 3 장. 기만의 질서

'사회성'이라는 이름의 감옥. 정해진 시간, 정해진 장소에서만 허락된 해방. 나의 예술은 규격화되고, 본능은 거세당한다. 3세의 기억은 박제된 나비처럼 희미하다.

제 4 장. 역설의 미학

모두 버리지 말라. 또한, 모두 가지지도 말라. 비움으로써 채워지는 이 모순의 유희. 나의 장은 공허하고, 나의 정신은 충만하다.

제 5 장. 소멸하는 자아

규율에 길들여진 나의 본능. 깎여 나간 손톱과 같이, 꿈의 파편들이 소멸한다. 나는 이제 완전한 '나'가 아닌, 그저 배설하는 기계에 불과한가.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배변 훈련 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