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산책
숨을 소주에 섞어 들이키던 한심한 새벽,
철없는 다짐으로 나는 지금 걷고 있어.
저쯤에서 다가오는 가로등 아래
차들의 소음과 첫차를 놓친 여자의 욕설까지,
고스란히 양손에 꽉 쥐고
나는 그냥 계속 걸어.
골목 어귀에 아이들 비명
뒤이은 정적,
한 남자의 구토와 담배 연기
이 모든 걸 발로 걷어차고
나는 한 모퉁이를 돌아.
별 하나 없어
숨소리도 없어
앞이 어두워도 걸을 수 있기에
지금 나는 하나도 무섭지 않아.
그래, 하나도 안 무서워.
밤새 내린 이슬은 내 신발을 적셔
축축한 공기마저 날카롭게 찔러
폰 화면 속 밝은 세상과는 너무나 다른 풍경
나는 그래도 발을 떼.
어차피 내일 해는 뜰 거고
내 어깨 위 짐들은 그대로일 테니
잠시 멈춰 서서
어두운 그림자들을 밟고 가.
아무도 없는 이 길 끝에
닿을 곳은 없는 것 같아도
넘어지더라도 그냥 웃고 싶어.
나는 그냥 웃을래.
별 하나 없어
숨소리도 없어
앞이 어두워도 걸을 수 있기에
지금 나는 하나도 무섭지 않아.
그래, 하나도 안 무서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