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노래

한강 블루스

저녁 스케치

by 하늘을 나는 백구

뚝섬,

타워크레인 그림자에 잠식당한 동네.

강 건너 청담동,

벗을 수 없는 굴레의 꿈으로 쏘아 올린 인공의 별.

창문에 가려져 닿을 수 없는 행성.


내 꿈은,

젖어서 찢어질 듯 위태로운 종이배.

하루의 무게로 유모차 바퀴는 삐걱이고,

끊이지 않는 소음이 배경음악이 되는 길.

걸음마다 발목을 감는 폐수같은 개발의 물이 젖어오고

계급을 가르는 차가운 단두대

그 위를 지나는 자동차에서 우리의 내일은 보이지 않아.


철거를 앞둔 낡은 지붕같이 흔들리는 네 어깨에

뜨거운 입김 대신 차가운 한숨을 보탤 때

오늘이란 버거운 무게를 던져버리고 싶어져.

통유리 속 사람들의 웃음소리에 던지는 좌절과 미움은

강바람에 흩어져 갈 뿐.


저곳의 시간은 분명 다르게 흐르겠지.

고개를 저어 잡념의 채널을 돌리고,

곤히 잠든 아들의 숨소리는 꺼지지 않으려는 작은 촛불 하나.

낡은 손수건 한 장이 우리의 마지막 방패.


그래, 여긴 강 건너 버려진 풍경.

죽어서도 가질 수 없는 저 화려한 세상을

강물에 아득히 흘려보내고,

네 손을 잡고 생존이란 낡은 책을 다시 펼쳐.

오늘의 저녁은, 바삭하게 튀겨낸 우리 둘의 저항.

튀김 한 봉지,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어디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