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 스케치
뚝섬,
타워크레인 그림자에 잠식당한 동네.
강 건너 청담동,
벗을 수 없는 굴레의 꿈으로 쏘아 올린 인공의 별.
창문에 가려져 닿을 수 없는 행성.
내 꿈은,
젖어서 찢어질 듯 위태로운 종이배.
하루의 무게로 유모차 바퀴는 삐걱이고,
끊이지 않는 소음이 배경음악이 되는 길.
걸음마다 발목을 감는 폐수같은 개발의 물이 젖어오고
계급을 가르는 차가운 단두대
그 위를 지나는 자동차에서 우리의 내일은 보이지 않아.
철거를 앞둔 낡은 지붕같이 흔들리는 네 어깨에
뜨거운 입김 대신 차가운 한숨을 보탤 때
오늘이란 버거운 무게를 던져버리고 싶어져.
통유리 속 사람들의 웃음소리에 던지는 좌절과 미움은
강바람에 흩어져 갈 뿐.
저곳의 시간은 분명 다르게 흐르겠지.
고개를 저어 잡념의 채널을 돌리고,
곤히 잠든 아들의 숨소리는 꺼지지 않으려는 작은 촛불 하나.
낡은 손수건 한 장이 우리의 마지막 방패.
그래, 여긴 강 건너 버려진 풍경.
죽어서도 가질 수 없는 저 화려한 세상을
강물에 아득히 흘려보내고,
네 손을 잡고 생존이란 낡은 책을 다시 펼쳐.
오늘의 저녁은, 바삭하게 튀겨낸 우리 둘의 저항.
튀김 한 봉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