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하늘을 나는 백구 Apr 01. 2023

2통의 전화

나는 감정 노동자

  어제 오늘 중요한 전화 2통을 받았습니다. 1통은 아이 퇴원 문제 상담 전화인데요. 아이가 학원을 답답해 한다며 다른 학원으로 옮기고 싶어 한다는 내용입니다. 아마도 관리가 답답하든 개인적으로 답답한 문제가 있었을 수도 있는데요. 어머님의 생각과 달리 아이가 강하게 학원을 거부해서 어쩔 수 없이 학원을 그만 다녀야겠다네요.

  다른 한 통은 아이가 요즘 힘들어하고 실기 학원을 다닌다는 핑계로 살짝씩 종합반에서 일찍 나가기 시작했는데 이걸 좀 잡아달랍니다. 그간의 아이 행동으로 보면 이게 또다른 방황의 시작일 수도 있으니 미리 상담을 해 달랍니다.

  현재 제가 근무하는 학원은 월급제로 전환한지 3개월째네요. 다른 종합학원과 달리 고정 급여를 매우 적게 책정하고 대신 정해진 근무 시간만 근무하라는 조건입니다. 그럼 사실 토요일과 일요일, 평일 퇴근 후에는 쉬어야하는데요. 학부모님과의 소통은 어쩔 수 없이 해야할 일이니. 때로는 주 7일 근무를 하기도 합니다. 물론 오후와 주말 근무 담임이 따로 있지만 학부모님들은 주간 담임을 의지하기 마련이니까요. 게다가 제가 맡은 반은 깍뚜기처럼 별도 오후 담임이 없습니다. 다른 반에 비해 학생 수도 많은데 혼자 감당하는 거죠.

  물론 내 의지로 기분 좋게 일을 할 때야 주 8일도 좋지만요. 가르치고 상담하고 관리하고 온힘을 기울여도 때로는 그 결과가 좋지 않으면 전화 한 통화도 버겁습니다.

  이러니 저는 제가 감정노동자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아이들과 부모님의 호응을 먹고 사는 감정노동자. 오늘 내일이 지나면 또 아무렇지도 않게 아이들과 기분좋게 일주일을 시작해야하니 말입니다.

  그만 둔다는 전화보다도, 아이 생활 하나하나를 관리해달라는 상담보다도 절 힘 빠지게 하는 건 불신이랄까요. 불신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는 감정을 다스리는 법을 먼저 배워야하나봅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책임과 권한 사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