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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늘을 나는 백구 Apr 01. 2023

가정통신문

학부모님께

[4월을 맞이하며]



  4월입니다. 벚꽃의 꽃말이 '중간고사'라지요? 아이들 맘은 싱숭생숭할 겁니다. 제가 전에 올린 영상 보셨는지요? 아이들이 서서히 공부하기 싫은 핑계를 찾기 시작할 때입니다. 


  우선, 굉장히 합리적인 내용인듯 자신의 수험생활 계획을 그럴듯하게 말하기도 합니다. 그리고 당장 이곳을 그만둬야 그 계획의 끝을 볼 수 있을 것처럼 말하지요. 만약 아이들이 말하는 계획대로 될 수 있었으면, 그건 작년에 벌써 결론을 맺었어야죠. 그말인즉, 우리 아이가 지금 힘들어서 도망치고 싶구나~~~ 뭐 이런 생각을 하실 수 있어야합니다. 


  다음, 제가 학교 교사생활할 때부터 부모님들로부터 젤 많이 들은 말이 뭔지 아세요? 그건 바로

 "제가 말하면 잔소리잖아요? 그러니 샘이 애에게 따끔하게 말을 좀 해 주세요." 


뭐 이런 겁니다. 맞습니다. 사실 부모님이 아이들에게 싫은 소리를 하기 어려운 게 사실이고, 그래서 제가 그 역할을 대신해야 하는 것도 가능은 합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어려움을 대신 할 수는 있지만, 그 어려움의 깊이를 똑같이 느끼기는 어려운 것 같습니다. 그래서 최대한 부모님 마인드로 돌아가서 아이들에게 이야기를 하고는 하지요. 하지만, 아이들은 역시 아이들이니 그 깊이를 어찌 헤아릴 수 있겠어요?



  결론은 제가 최대한 도와드릴테니 집에서도 협조를 해 주시면 효과는 배가 될 것입니다. 즉, 차라리 제게 일임을 하셨으면, 아이가 학원을 그만두고 싶다고 말할 때도. 


"난 모르니 담임샘하고 얘기해라~~~ 담임샘이 그러라면 그렇게 하고" 


이렇게 말씀해 주시면 제가 상담하는 데 힘이 되지 않을까요?


  심지어 아이들은 사소한 시설 문제까지도 자신의 견해를 뒷받침하는 근거로 삼으려고 할 겁니다. 교실이 덥다느니, 화장실이 좁다느니...... 거기에 흔들리심 안 됩니다.


  마지막, 3월 한 달을 지내면서 저희반 이끄는게 쉽지는 않았지만, 나름대로 보람은 있었습니다. 



  저는 저희반에 모든 걸 걸었습니다. 내년에 근처 미술, 체육 학원 학생들이 저 '강병길 샘'이 담임인 학급 배정을 원한다고 학원에 아우성치면서 줄을 서는 장면을 상상하면서 모든 걸 걸고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저희 반은 학생이 적은 반에 비하면 인원이 거의 3배에 이릅니다. 다른 반 담임은 2명씩인데요. 저희는 저와 부원장님이 함께 하죠. 뭐, 부원장님이야 워낙 학원 전체를 관장하셔야 하니, 실질적으로는 저 혼자 아이들을 맡아 관리한다고 보시면 됩니다. 


  아마도 처음에 학원에서는 저희 반을 좀 쉽게 생각한 게 아닌가 합니다. 아이들이 절반 이상은 실기학원에 나가니 그 책임도 절반만 지면 된다는 식의 생각이 아니었을까 하네요.



  하지만, 저는 생각이 다릅니다. 제가 맡은 이상 아이들을 그냥은 내버려두지 않을 겁니다. 잘못하면 혼도 내고요. 잘 하면 물론 칭찬도 하면서 적어도 '국어' 때문에 울지 않도록 만들고, 오히려 '국어' 덕분에 웃도록 해 볼 생각입니다.



  그러면, 부모님들께서는 어찌 하셔야 할까요?


  네.... 맞습니다. 그냥 아이가 뭔 말을 하든 모른 척 하시고 저하고 상의하라고만 하시면 됩니다. 



  4월 꽃피고, 버드나무 가지 흐늘 거릴 때 우리 아이들은 많은 핑계를 찾는다는 점을 기억해 주세요. 


2023년 4월 1일


/입시공방/에서 담임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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