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에게 보내는 세 번째 편지
사랑하는 아들과 딸에게.
지난번에는 실패를 대하는 지혜에 대해 이야기했는데, 오늘은 실패보다 더 은밀하고 집요하게 너희를 괴롭히는 감정, 바로 '불안감'에 대해 이야기해 주고 싶다.
요즘 젊은 세대가 겪는 불안은 부모 세대와는 또 다른 무게를 가지고 있음을 잘 알고 있어. 넘쳐나는 정보 속에서 수많은 가능성을 보지만, 동시에 그 모든 것을 놓치고 있다는 압박감. ‘나만 뒤처지는 것은 아닌가’ 하는 초조함. 미래의 불확실성은 너희를 늘 불안하게 만들지.
하지만 얘들아, 먼저 그 시간을 지나온 사람으로서, 너희의 그 불안한 마음에 가장 필요한 단 하나의 진실을 전해주고 싶단다.
첫 번째 진실: 지금의 불안은 지나고 나면 아무것도 아니더라
너희가 지금 겪는 불안의 실체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대부분은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에 대한 걱정이라는 것을 알 수 있을 거야. 취업이 안 되면 어쩌지, 시험에 떨어지면 어쩌지, 이 선택이 잘못되면 어쩌지... 너희의 머릿속은 수많은 '만약에'로 가득 차 있을 거야.
나도 너희 나이 때는 사소한 일 하나하나가 인생의 전부처럼 느껴졌단다. 그때는 잠 못 이루게 했던 고민들이 있었지. 하지만 지나고 나면 아무것도 아니더라는 말은 진실이야. 그때의 내가 그렇게 심각하게 붙들고 있었던 그 걱정들이, 막상 시간이 지나고 보니 해결책은 이미 내 안에 있었거나, 아니면 애초에 걱정할 필요가 없던 일들이었음을 깨닫게 되지.
너희의 불안은 '미지의 세계'를 탐험하는 너희를 보호하려는 자연스러운 신호야. 하지만 그 신호가 너무 시끄러워서 너희의 발목을 잡도록 내버려 두지는 마렴. 너희가 지금 느끼는 그 막막함과 초조함은, 너희가 그만큼 열심히 살아가고 있다는 증거일 뿐이란다.
두 번째 진실: 문제를 해결하지 말고, 문제를 견뎌라
불안감에 짓눌릴 때, 너희는 아마도 그 불안의 근원인 '문제'를 당장 해결하려고 발버둥 치게 될 거야. 이 문제가 해결되어야만 다음으로 나아갈 수 있다고 생각하니까. 하지만 얘들아, 때로는 문제를 해결하지 말고, 문제를 견디는 것이 가장 현명한 해결책일 때가 있단다.
인생의 복잡한 문제들은 수학 문제처럼 단 하나의 명쾌한 해답이 주어지지 않아. 오히려 그 문제 자체가 너희에게 필요한 시간과 성장을 요구할 때가 더 많지. 당장 답이 보이지 않는다고 조급해하며 성급한 결정을 내리거나, 스스로를 깎아내릴 필요는 없어.
문제를 견딘다는 것은, '문제는 여전히 여기에 있지만, 나는 그 문제와 함께 오늘 하루를 살아간다'는 태도를 말해. 불안이 찾아와도 ‘그래, 너도 왔구나. 하지만 나는 지금 이 책을 읽을 거야’라고 말하며 너희의 일상을 꾸준히 이어나가는 힘. 시간이 지나면서 너희는 그 문제가 더 이상 너희를 좌지우지하지 못할 만큼 성장해 있을 것이고, 어느 순간 그 문제의 해결책이 너희의 시야에 자연스럽게 들어올 거야.
이것이 바로 부모가 살아오면서 깨달은, 불안에 맞서는 가장 강력하고 우아한 방법이란다.
세 번째 진실: 두려워하지 마라, 살면 살아진다
가끔은 너무 많은 계획과 완벽주의가 너희를 더 불안하게 만들기도 해. 미래를 완벽하게 예측하고 통제하려 들 때, 통제할 수 없는 영역이 너무 크다는 사실에 압도당하는 거지.
하지만 얘들아, 인생은 계획대로 되지 않지만, 신기하게도 살면 살아진다는 진리를 믿으렴. 너희가 매일 작은 목표를 세우고, 그 목표를 성실하게 수행하는 하루하루를 쌓아 올린다면, 너희가 의도하지 않았던 방향으로도 인생은 반드시 앞으로 나아간단다.
당장 10년 후의 목표가 불확실하다고 해서 지금 아무것도 하지 않을 수는 없어. 눈앞의 벽이 너무 높다면, 벽 너머를 보려 하지 말고 발밑에 있는 작은 돌멩이 하나를 줍는 것부터 시작하렴. 작은 성취가 쌓이면 그것이 너희의 가장 큰 자신감이 되고, 그 자신감이 불안이라는 안개를 걷어내줄 거야.
가장 용감한 사람은 불안하지 않은 사람이 아니라, 불안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걸음을 내딛는 사람이라는 것을 기억하렴.
사랑하는 아들과 딸아.
불안을 완전히 없애려 하지 마렴. 그 불안을 너희 성장의 동력으로 삼는 법을 배우는 것이 더 중요하단다. 불안이 너희를 찾아올 때, '아, 내가 지금 열심히 살고 있구나'라고 속삭이며 따뜻하게 안아주고, 오늘 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하렴.
언제나 너희의 흔들림 없는 중심이 되어주고 싶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