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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늘을 나는 백구 Apr 12. 2023

공부보다 의지

귀가 얇으면 공부를 못한다.

    학교와 학원에서 많은 아이들을 만나고, 부모님과 면담을 한 결과다. 공부를 잘 하지 못하는 아이들의 공통된 특성은 부모가 아이들에게 끌려다닌 다는 것이다. 아이들 의견을 경청하는 것이 아니라 아이들에게 휘둘린다. 

  그런 아이들은 꼭 엄마나 아빠를 닮는다. 귀가 얇다. 주변 친구들이 하는 말에 솔깃한다. 가령 어떤 학원을 다니다 성적이 잘 나오지 않는다든지, 몸이 힘들다면 다른 학원 다니는 친구들 말에 귀를 기울이게 된다. 결국 자신이 좀더 효율적인 방법을 선택할 수 있다고 스스로를 설득한다. 이러한 설득은 확신으로 변한다. 그리고 부모에게 말하게 된다. 


  지금 방법으로는 좋은 결과를 얻을 수가 없어요.
제가 생각한 새로운 방법으로 공부하면 성적이 오를 것 같아요.
일단은 스스로 계회을 세우고 날짜별, 기간별로 공부하려는 내용을 정리했어요.


  만약, 이렇게 해도 부모가 설득되지 않는다면 지금 다니는 곳의 단점을 열거한다. 시설면에서, 강사들이 편애를 해서, 화장실이 안 좋아서...... 하다하다 의자와 책상이 맘에 들지 않는다는 말을 하기도 한다. 같은 돈을 내고 좋은 시설에서 공부하고 싶다는 것이다. 부모 입장에서는 그도 그럴 것 같다. 이왕 돈 벌어서 투자하는 데 아이가 좋은 곳에서 잘 할 수 있다면야 무얼 못해준단 말인가?


  그게 시작이다. 그곳에서 어느정도 시간이 지나면 또 다른 문제점을 발견하게 된다. 아니면 느끼게 된다. 그리고 다시 좀더 합리적인 방법을 찾으려고 하게 된다. 


  왜 이런 일이 반복될까? 그건 우선, 성적 향상이 투자한 시간에 비례하지 않기 때문이다. 투자한 시간만큼 성적이 쭉쭉 오르면 절대 불만이 나올 수 없다. 흔히 얘기하듯이 성적이 계단식으로 오르고 있고, 본인이 그 계단의 끝이 아닌 가운데 있다면 아직도 성적은 그대로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럼 지금보다 더 합리적인 방법을 찾기 마련이다. 


  다음은 몸이 힘들어서다. 공부하다보면 몸은 자연스럽게 힘들기 마련이다. 몸이 힘들면 마음이 흔들린다. 그런데 본인이 힘들어서 이런 말을 한다는 건 자존심이 상하는 일이다. 그래서 마치 합리적인 방법을 찾은 것처럼 핑계를 대는 것이다. 

  종합 학원을 운영하거나 담임을 하다보면 4월쯤 되었을 때, 다른 학원으로 옮기겠다는 아이들이 자주 나온다. 대부분 앞에서 언급한 사례에 해당한다. 문제는 아이들이 아니고 부모들이다. 아이에게 조금더 참고 견딜 수 있는 동기 부여를 하지못하고, 아이가 편하게 말하는 방법을 따르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자녀들이 많아야 2명, 아니면 1명이니 그럴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어떻게 키운 아인데 아이가 힘들다면 좀더 편한 방법을 찾아 주고도 싶을 것이다. 하지만 그 다음이 문제다. 내가 해 줄 수 없는 일과 상황이라면 우리 아이는 어떤 핑계를 누구에게 댈 것인가? 


조용히 처음 계획한 거를 이루려고 해 봐.
네가 할 일은 새로운 계획을 세우는 게 아니고 처음 계획을 완성하는 거야!


너무도 당연한 얘기를 꺼내기 쉽지 않을 것이지만, 그래도 해 줘야 한다. 그게 우리 아이에게 희망을 품게 만드는 가장 좋은 방법일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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