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하늘을 나는 백구 Apr 30. 2023

엄마의 마음

중간 고사 대비 수업을 마치며

세상에서 가장 이기적인 사람은?

이 문제의 답은 '학부모'란다. 자식을 위해서 뭐든 못 할 게 없는 사람이다. 물론 합법적 테두리에서 말이다. 이 말 속에 우리 교육의 현실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엄마가 할 수 있는 것이 곧 아이의 입시와 직결되니 말이다. 


  요즘 한창 중고교 중간고사 기간이다. 아이들이나 학부모 모두 힘들기는 마찬가지다. 아이들은 경쟁에서 밀리지 않으려고 어린 나이에 학원에서 독서실이나 스카(스터디카페)로 움직인다. 이제 만 15세가 안 된 아이들이 하루 4시간에서 5시간을 잠자며 시험공부를 한단다. 

  물론 우리 나이 때도 그렇게 공부하는 친구들이 있었다. 하지만 당시는 고등학교 입시가 있을 때 아닌가? 지금은 남아 있는 입시라고는 중학교 내신 성적 일부와 면접을 활용하는 것인데 굳이 전과목을 저렇게 열심히 해서 만점을 받으려고 하는 모습을 보게되면 칭찬은 물론 해 주지만, 다소 안타까운 마음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처음 수업을 시작할 때, 중학교의 경우에는 내신 수업은 되도록 삼가고 수능 중심 수업을 진행하겠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어디 사람 맘이 그런가. 시험이 가까워지자 엄마들이 전화를 하기 시작했다. 


수업 시간에 내신 대비를 하면 안 되겠는가.
내신 자료를 충분히 주면 좋겠다. 


  물론 나 또한 수업을 열심히 들은 아이들이 좋은 성적을 내었으면 하는 맘이 들었다. 결국 또 내가 지고 만다. 3주 가량을 교과서와 교과서 외 작품, 문제, 교사용 자료 등을 1인 당 A4 용지 2 묶음 정도씩을 풀게했다.  마지막 날은 아이들이 거의 기계와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글을 읽고 문제를 풀어가는 속도가 무척이나 빨랐다. 

  그런데 그 즈음 되면 나름 뿌듯함이 느껴져야 할 것이지만, 오히려 다소 씁쓸한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내가 원래 하려고 한 수업은 이게 아닌데.
진짜 좋은 글을 읽고 핵심 내용을 정리하고 자기 생각을 써 보고,
이왕이면 수능 문제까지도 만들고 풀어보는 게 목표였는데.


  하지만 괜찮다. 무엇이든 아이들에게 동기를 부여하고 그로 인해 아이들이 더 열심히 공부할 맘이 생겼고, 그 정도를 내가 아이들과 함께 만들었다면 요즘같은 때 얼마나 대단한 일을 한 것이겠는가. 오늘도 정신 승리는 진행 중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사랑받기 보다는 사랑하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