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아, 딸아, 내일의 너희에게 보내는 서른한 번째 편지
사랑하는 아들과 딸에게.
지난 편지에서 엄마의 아픔에 대해 이야기했었지. 폭풍우가 지나간 자리에 오히려 땅이 굳어지듯, 엄마가 아프고 난 뒤 우리 가족은 희망과 사랑, 그리고 서로에 대한 믿음의 끈이 더욱 단단해졌음을 느낀다. 오늘은 그 단단해진 마음을 바탕으로, 아빠가 결심한 '새로운 도전'에 대해 이야기해 보려 한다.
너희도 알다시피 아빠는 지난 며칠 참으로 황당하고 씁쓸한 일을 겪었단다. 엄마의 병간호를 위해 학원 측에 양해를 구하고 딱 1주일을 쉬었는데, 돌아오니 내 신분이 정규직에서 계약직으로 바뀌어 있더구나. 심지어 이번 달 급여도 줄 수 없다는 원장과 대표의 통보를 받았다. 물론 다음 달 복귀하면 신분을 유지시켜 주겠다고 약속을 했지만, 한 번 무너진 신뢰를 다시 회복하기는 어려울 것 같더구나.
30년 넘게 교육 현장을 지켜온 나에게 돌아온 대우 치고는 너무나 비상식적이었지. "부당노동행위로 신고해서 싸울까?" 하는 생각도 잠시 들었지만, 곧 그만두었다. 억울함보다는 허무함이 컸고, 무엇보다 지금 가장 중요한 건 '엄마의 평안'이었기 때문이야. 아빠가 밖에서 얼굴 붉히며 싸우는 모습을 보면, 아픈 엄마가 얼마나 마음을 졸이겠니.
그래서 미련 없이 그곳을 나왔다. 사람을 귀하게 여기지 않는 곳에 내 열정을 쏟을 이유는 없으니까.
그 일을 겪으며 아빠는 지난 30여 년의 시간을 되돌아보게 되었단다.
아빠는 1995년부터 2004년까지 배명고등학교에서, 그리고 2004년부터 2005년까지 경기외고에서 교사로 재직했었지. 그 후 학원계로 넘어와 수많은 대형 학원과 보습학원을 거치며 정말 치열하게 살았다.
그런데 참 신기하지? 최근 배명고등학교에서 저녁 기숙사생들을 위한 특강을 하러 갔을 때였어. 밤늦게까지 초롱초롱한 눈으로 수업을 듣는 아이들을 보는데, 가슴속에서 무언가 뭉클한 것이 올라오더구나.
학원에서는 오로지 '입시 실적'과 '등록률'로만 나를 평가했지만, 학교라는 울타리 안에서 아이들은 나를 '강사'가 아닌 온전한 '선생님'으로 대하고 있었어. 그 포근하고 아늑한 공기, 먼 미래에 대한 꿈을 키우는 아이들의 눈망울을 보며 깨달았단다. "아, 내가 가장 행복했던 시절은 역시 학교 선생님이었을 때였구나."
그래서 아빠는 결심했다. 지금 운영하고 있는 '입시공방' 컨설팅과 과외도 의미가 있지만, 내 인생의 마지막 직장은 '학교'여야겠다고 말이야.
물론 쉬운 결정은 아니었어. 젊은 날 여러 사정으로 떠나왔던 곳에 다시 돌아간다는 것이 두렵기도 했다. 하지만 교사로서 보냈던 10년의 시간, 그리고 학원 현장에서 쌓아온 20년의 실전 노하우를 오롯이 녹여내어 아이들에게 쏟아붓고 싶다는 열망이 두려움을 이기더구나.
아빠는 이제 기간제 교사에 지원해 보려 한다. 나를 필요로 하는 곳이라면 어디든 달려가서, 단순히 지식만 전달하는 기술자가 아니라 아이들의 인생을 함께 고민하는 '진짜 어른'으로서 최선을 다해볼 생각이다.
이 도전을 결심한 또 하나의 중요한 이유는 바로 '엄마'란다. 학원 생활은 밤낮이 바뀌고 주말이 없는 불규칙한 삶이었지만, 학교는 비교적 규칙적인 생활이 가능하잖아. 아빠가 규칙적인 출퇴근을 하며 엄마를 좀 더 가까이서, 좀 더 세심하게 돌보고 싶다는 욕심도 있단다.
사랑하는 아들과 딸아.
아빠의 경력이 어느덧 30년을 훌쩍 넘었구나. 강남종로학원, 메가스터디, 수많은 보습학원들... 그 치열했던 전장(戰場)에서의 경험들도 소중하지만, 이제 아빠는 다시 '선생님'이라는 가장 영예로운 이름으로 불리고 싶다.
적지 않은 나이에 이력서를 다시 쓰는 아빠의 도전이 누군가에게는 무모해 보일지 몰라도, 너희에게는 '끝까지 꿈꾸는 자의 뒷모습'으로 기억되었으면 좋겠구나.
엄마의 건강과 아빠의 새로운 출발을 위해 많이 응원해 다오.
언제나 너희의 자랑이고 싶은 아빠가.
PS) 잠시 생각해 보고 그간 근무했던 경력을 정리해 보았어.
배명고등학교
경기외국어고등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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