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아, 딸아, 내일의 너희에게 보내는 서른두 번째 편지
사랑하는 아들과 딸에게.
오늘은 아주 짧게, 하지만 꼭 남기고 싶은 마음을 적는다.
내일이면 병원에서 최종 확진을 받는 날이구나.
엄마의 아픔을 처음 알게 된 지 벌써 한 달.
내일 진료실 문을 열고 들어가면,
마치 판결을 기다리는 피고인처럼 의사의 말 한마디 한마디에 숨죽이며 고개를 숙이게 되겠지.
하지만
아빠는 내일 의사 선생님께 기죽지 않고 이렇게 말하고 싶다.
"선생님은 최선을 다해 주세요. 우리는 선생님께서 최고의 결과를 만들 수 있는 최상의 몸을 만들어 오겠습니다."
사실 엄마는 많이 불안해하고 있어.
그런데 아빠가 참 미안한 건,
나도 모르게 손발이 떨리고 얼굴에 그 불안감이 다 드러난다는 거야.
엄마가 가장 의지해야 할 내가 흔들리는 모습을 보여서 얼마나 미안한지 모른다.
그래서 이제 정신 바짝 차리려 한다.
내가 단단하게 서 있어야 엄마도 기댈 수 있을 테니까.
고맙다, 나의 아이들아.
너희라고 왜 불안하지 않겠니.
나보다 더 겁나고 무서울 텐데,
아들은 든든한 바위처럼,
딸은 살가운 봄바람처럼
티 내지 않고 아빠 곁을 지켜주어 정말 고맙다.
너희가 묵묵히 힘을 실어주는 덕분에,
아빠는 이 위기 속에서도 역설적이게도 '행복하다'는 감정을 느낀다.
내일, 우리 함께 담대하게 다녀오자. 우리는 혼자가 아니니까.
너희를 믿고 의지하는 아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