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임을 지는 사람 vs 책임을 피하는 사람
아들아, 딸아, 내일의 너희에게 보내는 마흔 번째 편지
사랑하는 아들과 딸에게.
어제 너희들과 둘러앉아 아빠의 앞으로의 삶에 대해, 그리고 우리 가족의 미래에 대해 진지하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서 참 좋았단다. 아빠는 지금도 지나간 삶에 대해 아쉬움이나 후회는 있을지언정, 결코 잘못된 삶을 살았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치열하게 살았고, 무엇보다 '사람'을 귀하게 여기려 노력했기 때문이다.
오늘은 아빠가 사회생활을 하며 겪은 두 가지 상반된 경험을 통해, '진정한 리더'란 무엇인지 이야기해 주고 싶구나.
아빠의 기억 속에 참 고마운 인연으로 남아 있는 교무부장님이 계신다. 과거 내가 학원 원장일 때, 그분은 열과 성을 다해 나를 뒷받침해 주었던 든든한 파트너였지.
그런데 세월이 흘러 내가 그 학원을 그만둔 뒤 학원 사정이 어려워졌고, 그분도 직장을 잃고 힘들어하시게 되었어. 그때 아빠는 주저하지 않았다. 당시 내가 다니던 직장에 사정해서 내 급여를 줄여서라도 그분의 자리를 만들어달라고 했지. 내 몫을 덜어내어 그분의 급여를 맞춰주었던 거야.
그건 자선이 아니라 '의리'이자 '투자'였다. 그분이 가진 능력을 믿었기 때문이지. 그 후 아빠가 대치동 유명 학원 원장으로 갈 때 그분을 교무부장으로 추천했고, 우리는 5년 넘게 환상의 호흡을 맞추며 학원을 성장시켰단다.
반면, 지금 아빠가 몸담고 있는 곳의 원장은 참으로 대조적이더구나. 너희도 알다시피 엄마가 아파서 아빠가 잠시 휴가를 신청했었지. 벼랑 끝에 선 심정으로 부탁한 것인데, 그 원장은 그 불똥이 자신에게 튈까 봐 전전긍긍하더구나.
나를 챙겨주기는커녕, 그새 대표이사에게 달려가 보고하고는 "자진해서(?)" 내 급여를 중단시키는 조치를 취했어. 나의 어려움을 이용해 자신의 자리를 보전하려는 그 얄팍한 계산을 보며, 아빠는 화가 나기보다 측은지심이 들었다.
아들아, 딸아. 너희는 훗날 어떤 사람이 되고 싶니? 그리고 어떤 리더와 함께 일하고 싶니? 답은 너무나 뻔하지만, 세상에는 이 당연한 상식이 통하지 않는 경우가 너무나 많단다. 아빠가 생각하는 진정한 리더의 조건은 딱 세 가지다.
첫째, 리더는 자신이 '책임'을 질 줄 알아야 한다.
문제가 생겼을 때 부하 직원 뒤로 숨는 사람은 리더 자격이 없다. "내 책임이니 걱정 마라"라고 말해주는 상사 밑에서라야 사람들은 안심하고 능력을 발휘한단다.
둘째, 리더는 '공(功)'을 돌릴 줄 알아야 한다.
잘된 일은 "네 덕분이다"라고 말하고, 잘못된 일은 "내 탓이다"라고 말하는 사람이 진짜 대장이다. 공을 독차지하려는 욕심쟁이 곁에는 아부꾼만 남지만, 공을 나누는 사람 곁에는 충신이 남는다.
셋째, 리더는 '사람'을 챙길 줄 알아야 한다.
여기서 사람을 챙긴다는 건, 단순히 자기랑 친한 사람이나 이익이 되는 사람만 편애하라는 뜻이 아니다. 조직에 도움이 되고 묵묵히 일하는 사람을 알아보고, 그들이 힘들 때 손을 내밀어 주는 것. 그것이 리더가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일이란다.
사랑하는 아들과 딸아.
높은 자리에 앉는다고 리더가 되는 게 아니란다. 남의 아픔에 공감하고, 내 것을 조금 덜어낼 줄 아는 넓은 그릇을 가진 사람만이 진짜 리더가 될 수 있어.
너희가 누군가의 윗사람이 되었을 때, 혹은 동료가 되었을 때, 계산기보다는 따뜻한 손을 먼저 내미는 사람이 되기를 바란다. 아빠는 너희가 그런 넉넉한 품을 가진 어른으로 성장하리라 믿는다.
언제나 너희의 든든한 배경이 되어주고 싶은 아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