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아, 딸아, 내일의 너희에게 보내는 마흔여섯 번째 편지
사랑하는 아들과 딸에게.
사람은 들어올 때보다 나갈 때 그 뒷모습이 더 아름다워야 한다고들 하지. 오늘은 아빠가 정들었던 학원에 사직 의사를 밝히며 배운 '상대를 배려하는 마음'에 대해 이야기해 주려 한다.
오늘 아빠는 원장님을 만나 2월 말을 끝으로 학원을 떠나겠다고 말씀드렸다. 너희도 알다시피 엄마의 병환을 돌봐야 하고, 아빠의 건강도 챙겨야 하기에 더 이상은 무리라고 판단했기 때문이야. 하지만 아빠가 사직서를 내민 진짜 이유는 단순히 '나의 힘듦' 때문만은 아니었단다.
1. 짐을 벗어던지는 것이 아니라, 짐을 나누어 드는 이별
아빠는 원장님께 이렇게 말했다. "원장님, 선생님들 모집 상황도 그렇고 혼자 너무 힘드실 것 같아서, 차라리 제가 빠져드리는 게(도와드리는 게) 낫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이게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냐고? 보통 사직은 '나 살길 찾아 떠나는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지. 하지만 아빠는 내가 자리를 비켜줌으로써 원장님이 새로운 판을 짜고, 불확실성을 줄여드리는 것이 오히려 학원을 돕는 길이라고 생각했어.
갑작스러운 통보로 당황하게 만드는 대신, 미리 대안을 마련할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을 드리는 것. 그것이 떠나는 사람이 남은 사람에게 줄 수 있는 마지막 예의이자 배려란다.
2. 빈자리가 춥지 않도록 온기를 남기고 가라
떠난다고 해서 "나 몰라라" 하고 손을 털어버리면 그건 도망가는 것과 다름없다. 아빠는 후임 선생님이 오시면 내 모든 자료를 넘겨주고, 내가 맡았던 아이들이 흔들리지 않도록 끝까지 상담하고 돕겠다고 약속했어. 내가 떠난 자리에 찬바람이 불지 않도록, 마지막까지 장작을 넣어두고 나오는 심정이었지.
내 이익을 위해 연차 비용을 따지기보다, 학원 행정이 편하도록 날짜를 맞추겠다고 말씀드렸단다. '손해 보지 않으려는 마음'을 내려놓으니, 오히려 '사람을 얻는 마음'이 채워지더구나.
3. 배려는 결국 나를 위한 것이다
원장님은 아쉬워하시면서도 "선생님 건강이 우선입니다. 나중에 식사나 한번 하시죠"라며 따뜻하게 보내주셨어. 만약 아빠가 내 사정만 앞세우며 매몰차게 그만뒀다면, 과연 이런 따뜻한 마침표를 찍을 수 있었을까?
사랑하는 아이들아. 너희도 언젠가 머물던 곳을 떠나야 할 때가 올 거야. 그때 기억하렴. 나의 떠남이 남은 이들에게 '골칫덩이'가 아니라, '새로운 기회'가 되도록 배려하는 것. 그것이 바로 너희의 평판이 되고, 훗날 너희가 다시 돌아올 때 열려있는 문이 되어줄 거란다.
가장 힘든 순간에도 남을 먼저 생각할 줄 아는 넉넉한 마음을 가진 너희가 되기를.
가벼운 발걸음으로, 그러나 묵직한 마음으로 집으로 돌아가는 아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