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아, 딸아, 내일의 너희에게 보내는 마흔다섯 번째 편지
사랑하는 아들과 딸에게.
모든 이야기에는 마침표가 필요하단다. 문장이 아무리 화려해도 마침표를 제대로 찍지 않으면 다음 문장을 시작할 수 없듯, 우리 인생의 매듭도 마찬가지란다.
오늘은 아빠가 정들었던, 때로는 치열했던 학원 생활을 정리하며 배운 '유종의 미(有終之美)'에 대해 이야기해 주려 한다.
1. 찌꺼기를 남기지 않는 깨끗한 이별
솔직히 말하면, 떠나는 마당에 서운한 점이 없지는 않다. 부당하다고 느꼈던 처사들, 이해할 수 없었던 그들의 셈법... 따지고 들자면 할 말은 많지만, 아빠는 입을 닫고 조용히 문을 닫기로 했다.
진흙탕 싸움을 하며 바닥을 보이는 대신, 내가 땀 흘려 일군 밭을 깨끗이 정리하고 나오는 것이 나를 지키는 품격이기 때문이야. 다행히 지난 1년, 아빠가 담임을 맡았던 반 아이들이 역대급 합격률이라는 풍성한 수확을 안겨주었으니, 이것이 첫 번째 유종의 미다. 나의 마지막이 '실패'가 아닌 '성취'로 기억될 수 있으니 감사한 일이지.
또한, 새 학기가 시작되어 혼란스러울 때 떠나는 것이 아니라, 정규반 개강 전에 미리 사직 의사를 밝혀 후임자가 준비할 시간을 줄 것이다. 이것이 두 번째 유종의 미다. 내가 떠난 자리가 어지럽지 않도록 배려하는 것, 그것이 떠나는 자의 마지막 예의란다.
2. 마침표는 곧 새로운 시작의 신호탄이다
잘 맺은 끝은 새로운 시작을 위한 가장 단단한 디딤돌이 된단다. 이제 아빠는 학원이라는 익숙한 정글을 떠나, '학교'라는 새로운 숲으로 들어갈 준비를 하고 있어.
오래전 떠나온 공교육의 현장은 내 기억과는 많이 달라져 있을 테지. 솔직히 말하면, 낯선 환경에 대한 두려움이 반이고, 다시 아이들의 눈을 마주할 수 있다는 설렘이 반이다.
그래서 아빠는 지금 '몸과 마음의 튜닝'을 하고 있단다.
3. 가볍게, 그리고 깊게 준비하기
우선, 몸무게를 줄이고 체력을 쌓고 있다. 새로운 전쟁터에서 지치지 않고 아이들과 호흡하려면, 내 몸부터 가볍고 단단해야 하니까. 무거웠던 묵은 살들을 덜어내는 건, 과거의 타성을 버리겠다는 의지이기도 하다.
그리고 다시 학생이 되어 공부하고 있다. 달라진 교육 과정, 요즘 아이들의 생활 지도법, 학교 행정 시스템... 닥치는 대로 자료를 모으고 읽으며 머리를 채우고 있단다. 벼리기만 하고 쓰지 않아 녹슬었을지도 모를 내 '교사로서의 감각'을 다시 날카롭게 갈고닦는 중이야.
사랑하는 아들과 딸아.
아빠는 지금 인생의 한 챕터를 덮고, 새로운 챕터를 열고 있다. 과거에 대한 미련이나 원망으로 뒤를 돌아보는 대신, 떨리는 마음으로 신발 끈을 동여매고 앞을 보려 한다.
너희도 언젠가 떠나야 할 때가 오거든, 뒤를 돌아보았을 때 부끄러움 없이 "안녕" 하고 웃으며 손 흔들 수 있는 사람이 되거라. 그래야 다가오는 새로운 만남을 기쁘게 끌어안을 수 있단다.
새로운 출발선에 선, 설렘 가득한 아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