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리대로 흐르는 삶: 사직서를 제출하며

아들아, 딸아, 내일의 너희에게 보내는 마흔일곱 번째 편지

by 하늘을 나는 백구

사랑하는 아들과 딸에게.


지난 금요일은 아빠가 지난 4년 간 몸담았던 학원에 '사직서'를 제출하고 오는 길이다. 종이 한 장에 지난 시간을 담아내고 돌아서는 발걸음이 생각보다 훨씬 가볍고 홀가분하구나.


1. 서로를 위한 이별


처음 원장께 그만두겠다는 말을 꺼냈을 때, 원장은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했지만 한편으로는 안도하는 눈치였단다. 요즘 학원생 모집이 어려워 정규직 강사들의 인건비가 부담스러웠을 텐데, 아빠가 제 발로 나가주니 내심 고마웠을지도 모르지.

아빠 역시 엄마의 병간호를 명분으로 내세웠지만, 사실은 학원을 위한 배려이기도 했어. 정규반이 시작되기 전에 미리 거취를 정해줘야 학원도 혼란 없이 대비할 수 있을 테니까. 서로의 필요가 맞아떨어진, 그야말로 '적절한 이별'이었던 셈이다.


2. 계산기 두드리는 소리 앞에서의 관대함


다음 날 사직서 날짜를 협의하는데, 학원 측에서 설 연휴 전에 사직 처리를 했으면 하더구나. 속내가 빤히 보였지. 연휴 기간의 급여와 연차 수당을 줄이고 싶었던 거야.

그 얄팍한 계산이 섭섭할 수도 있었지만, 아빠는 웃으며 "편하신 대로 하십시오"라고 말했다. 마지막 가는 마당에 돈 몇 푼 더 받겠다고 얼굴 붉히고 싶지 않았어. 끝까지 '관대한 사람'으로 남고 싶었단다. 내가 조금 손해 보더라도 웃으며 마무리하는 것, 그것이 아빠가 지키고 싶은 자존심이었다.


3. 선의는 믿는 자에게만 보인다


그런데 반전이 있었어. 사직서를 내려는데 대표이사가 이번 달까지 급여를 다 챙겨주라고 지시했다더구나. 주변 동료들은 "법적인 문제나 평판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줬을 것"이라며 의심했지만, 아빠는 그냥 '대표이사의 선의'라고 믿기로 했다.

그 덕분에 설 명절 전에 깔끔하게 마무리를 지을 수 있게 되었으니 감사한 일 아니니? 남의 의도를 꼬아서 생각하기보다, 있는 그대로 고맙게 받아들이는 편이 내 마음도 훨씬 편안하단다.


4. 4년의 시간, 미련 대신 확신으로


지난 4년의 시간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지만, 신기하게도 아쉬움이나 미련은 전혀 없더구나. 오히려 이제부터 시작될 '새로운 삶'에 대한 기대감으로 심장이 뛰었어. 이 사직서는 끝이 아니라, 내 인생의 거대한 전환점이 될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기 때문이야.


5. 모든 일은 기도로 이루어진다


이번 일을 겪으며 아빠는 다시 한번 깨달았다. "모든 일은 순리대로 흐르고, 간절히 기도한 대로 이루어진다."

억지로 애쓰지 않아도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정리되는 상황들을 보며, 누군가 우리를 돕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구나.

이제 아빠의 다음 기도 제목은 무엇일까? 거창한 성공이나 부가 아니다. 그저


내가 가는 모든 길이 옳은 길이기를, 내가 하는 모든 선택이 옳은 일이기를

바랄 뿐이다.


옳은 길을 걷는다면, 결과는 하늘이 알아서 채워주실 테니 말이다.

가벼운 마음으로 새로운 내일을 준비하는 아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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